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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보관하는 일로 문학사를 쓰는 일

대전문학관

인문쟁이 안준형

2016-12-19


문학에서의 시대, 역사 그리고 장소

문학은 쓰인 당시의 시대나 역사성이 중요하다. 덧붙이면, 그 문학의 배경이 되는 장소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역사는 특정한 장소와 지역 위에서 전개된다. 때문에 ‘장소성’이란 말을 곱씹어본다면 그것은 시대와 끈끈하게 엮여서 형성된 것이란 걸 알게 될 때가 있다. 물론 그 시대와 장소란 우리가 현재의 시간대에서 볼 때에 마땅히 역사라는 말로 기억된다. 장소를 시대, 역사와 마찬가지로 함께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각각의 지역마다 몇 개쯤 위치한 해당 지역의 특정한 자료들을 모아 놓은 ‘어떤 지역, 어떤 관…’들은 그 지역의 공간적 크기나 위치를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닌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곳이다.


문학관 정문

▲ 문학관 정문


마찬가지로 ’대전문학관’은 문학 안에서 대전이 언급되는 부분만을 잘라오거나, 공간적으로 대전에 있을 뿐인 문학을 단순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대전지역의 문학사를 발굴하고 보관하는 곳이다. 그러나 문학사, 역사는 기록하기 이전에 이미 있는 것, 당연히 선행되어 있는 것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록을 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단순히 보관만 해선 역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떤 맥락들을 경유하면서 기록을 해야 할까, 항상 지역의 기록관들을 관람할 때 갖게 되는 질문들 중 하나이다. 과연 대전문학관에서는 어떤 기록을 하고 있을까.


상설전 입구종합안내도글자들

▲ 상설전 입구, 종합 안내도, 글자들


대전문학관은 항시 전시를 진행 중인 상설 전시실과 기획을 통해 매번 다른 주제의 전시를 진행하는 기획전시실이 있다. 그리고 야외 문학관과 다목적 강의실 등의 시설을 통해서 전시 외에도 시낭송이나 문학교육 프로그램, 문학 콘서트 등 문학에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특히 상설 전시실에서는 대전문학관이 보관하고 있는 여러 기록물들을 전시 형태를 통해서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대전문학관이 어떤 가치들을 가지고서 기록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상설전시의 구성은 조선시대를 기점으로 대전 문학의 토대를 일구던 문학인들부터 근, 현대 대전 문학의 연보들, 지금의 대전문학의 현황 등 문학인들을 중심으로 근대부터 현재까지의 대전 문학의 계보와 중점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계보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 순으로 구성된 전시동선을 따라 관람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생겨난 대전문학의 차이들을 발전과정 혹은 변화로서 따져보는 일은 이 전시를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상설 전시실 동선전시실상설 전시실

▲ 상설전시실의 전시 풍경들


대표문인1대표문인2

▲ 대표문인들


상설전은 먼저 대전의 대표문인 5인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요작품 ‘요지경’과 ‘해빙선’ 등의 권선근과 ‘타조의 꿈’의 최상규, 시 ‘머들령’의 정훈, ‘낙향이후’의 한성기, ‘싸락눈’과 ’강아지 풀’의 박용래가 그 5인이다.


이들에 대한 소개는 해당 5인의 초상과 연보, 그리고 그들의 대표작들을 통한 소개말로 구성되어 있다. 덧붙여 작품세계에 대한 비평적 해설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이라도 이들이 단순히 대전에 연을 두고 있는 것 뿐 아니라 문학적으로 어떤 맥락 안에서 주요하게 여겨지는지 알기 쉽게 구성하여 놓았다. 다른 한편에는 그들의 유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대전 대표문인 5인들의 삶은 어떠하였는지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문학지 발간현황문학지 발간현황과 호서문단

▲ 전시된 문학지 발간현황과 한국의 최장수 동인지 호서문단


대표문인의 전당 이후에 이어지는 문학지 발간현황에서는 문학관에 소장된 문학 동인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동인지란 같은 관심분야와 주제를 가진 이들끼리 함께 기획, 발행하는 잡지를 뜻한다. 때문에 거대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잡지들과는 다르게 상업적 성과와는 거리를 둘 수 있으며, 보다 순수하게 문학적인 목적을 보일 수 있는 출판방식이다.


그래서 동인지들을 살펴본다는 것은 당시의 문학적 목표를 투명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한국의 최장수 동인지인 호서문단의 창간사이면서 앞서 소개된 대표문인 ‘정훈’이 작성한 글의 한 부분을 읊어본다면 이렇다.


“우리나라는 정치나 경제도 그러려니와 문화에 있어서도 무에서 유를 낳아야 하며 거의 황폐한 터전에서 새로이 개척해야 할 노고와 희생의 세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비상한 각오로서 신념과 의욕과 정열과 자유를 잃지 말고 굳게굳게 싸워가는 동안 비록 맨주먹으로도 적막한 조국문단에 호사스런 꽃을 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동인지의 창간사를 보며 당시의 적막한 문학적 현실과 그에 반비례한 문인들의 용맹무쌍한 기세를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다.


조감도문학산책로근현대 대전문학 연보

▲ 조감도 / 문학산책로 / 근현대 대전문학 연보


대전문학의 뿌리와 오늘의 대전문단

▲ 대전문학의 뿌리 / 오늘의 대전문단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박팽년’, ‘신흠’, ‘송시열’ 등의 조선시대 때 활동한 이 지역의 문인들, 말 그대로 대전 문학의 뿌리가 되는 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음으로 대전지역에 위치한 문학적 기념비들의 장소를 알기 쉽게 정리해 놓은 지도와 ‘신채호’와 ‘정훈’을 시작으로 일제 강점기 때부터 기록된 대전 근현대사의 문학연보, 끝으로 오늘의 대전 문단의 현황을 정리해 놓음으로써 대전 문학을 시작부터 오늘까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전문학관은 대전의 대표문인 5인의 기록을 시작으로 문예지 발간 현황, 근현대 문학사 연보에서 오늘의 대전문단 까지 기록을 구성해 놓았다. 즉, 관객이 전시를 보면서 대전 문학이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어떤 차이를 띄고 발전해 왔는지, 이를테면 역사가 돼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인 듯 싶다. 문학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은 문학일지는 몰라도 문학사가 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나 기록이 쌓이면 그것은 경과에 따른 차이를 보이는 일이고 즉 목표로 하는 바를 조금씩 은유하는 일, 그것이 이루어짐을 드러내는 일이 된다. 즉 역사가 되는 것이다. 대전문학관은 그렇게 대전의 문학사를 기록, 보관하고 있다.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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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형
인문쟁이 안준형

[인문쟁이 2기]


안준형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여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와 현재 거주 중에 있는 어린 미학도이다. 학교 재학동안에 들었던 비평수업의 영향인지 artwork보다도 글을 쓰는 것에 흥미를 느껴 혼자 간간이 글을 써왔었다. 인문쟁이 모집공고를 보게 되어, 문화 활동이나 전시 등에 대한 보다 넓고 깊은 글을 쓸 수 있게 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역사적 인물로는 재야운동가이신 기세춘선생님이 있었는데 집이 가까워서 조만간 뵐 수 있을 것 같다. mgom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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