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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청 범어도서관 :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깊게

수성구청 범어도서관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깊게"

인문쟁이 김지은

2015-11-30

들어가며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단어 중에는 역세권이라는 말에서 따온 ‘스세권’, ‘맥세권’ 등이 있다고 한다. 커피전문점 스타*스나 패스트푸드점 맥도*드 등이 집 근처에 있으면 삶의 질이 풍부해진다(?)는 점을 빗대어 하는 표현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범어도서관은 가히 ‘도세권’ 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생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동네 도서관만이 줄 수 있는 가까운 일상적 따뜻함과 잘 정돈된 도시적 세련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매월 진행되는 ‘인간과 인문학 사이’로 서동욱(서강대 철학과) 교수의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 자기기만에 빠져 있는 삶" 이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자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기

 

강연자와 강연 주제 
▲강연자와 강연 주제. 사진=김지은

 

  서동욱 교수는 지역 도서관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참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자기기만’ 이라는 강연 주제가 조금 무거운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살면서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개인의 감정들을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는다면 그 문제는 영영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이므로, 이에 관해 꼭 이야기해보고 싶다며 양해를 구했다.


  강연자에 의하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다스리지 못한다고 한다. 외부에서 발현된 것이 아닌 문제라면 필시 당사자 내면에 기인한 것 일테고, 따라서 해결방안 역시 스스로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흔히 이 감정들에 손쉽게 예속되고 만다는 것이다. 우연히 어떤 자가 들판에서 벼락을 맞아 죽는다는 것은 기상상황에 의한 사고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초월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그가 그럴 만한 짓을 했기 때문이라며 현상의 인과관계를 오도하곤 하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포를 이기는 용기라는 또 다른 감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하며 서동욱 교수는 스피노자, 칸트, 헤겔 등의 철학자와 뒤러, 세잔 등의 화가, 또 프루스트와 폴 오스터 그리고 토마스 만에 이르는 작가들까지 망라하며 이해를 도왔다. 원문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그들의 뜻을 가장 잘 전달하는 길이라 믿는다며 언급한 작품들의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고 하는 말에 필자는 그 중에서도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음 독서 리스트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불쑥 불쑥 튀어오르는 질문들

 

강의 모습 
▲주민들의 높은 참여율. 사진=김지은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지역민들이 강연을 찾았다. 강연이 이어지고 있던 와중 불쑥 청중석에서 질문이 튀어 오른다. “토마스 만의 소설 <요셉과 그 형제들>에서 자신이 노예에게 느끼는 불륜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노예를 관리하는 안주인 노릇을 일부러 가열차게 하는 여자 주인공의 심리를 설명해 주셨는데요 이는 ‘자기기만’이 아니라 자기기만인 척 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아닐까요?” 귀에 쏙쏙 박히는 사투리로 중년 여성은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서동욱 교수는 크게 보면 메이크업조차도 자신을 부정하는 한 형태이며 이는 자신이 덜 예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를 가리고 난 뒤 그 후의 내 모습을 자기 자신으로 동일시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결국 자기 스스로가 자신에게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자기 방어막을 씌우는 것이라는 답을 했다.

학부와 대학원을 다니며 숱한 강연들을 들어왔지만 종료 의식과도 같은 질의응답 시간이 아니라 이처럼 강연 도중 솔직하고 진솔하며 자연스럽게 질문이 오고가는 것을 목격하기는 처음이었다. 또한 그 질문을 통해 그 강연의 핵심이 한층 더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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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범어도서관 인문학 강연 기획 담당자 이은정


문_ 범어도서관의 인문학 강연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제를 선정하실 때 기준이 있습니까?

답_ 현재, 범어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연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간과 인문학 사이, 2. 길 위의 인문학, 3. 인문독서아카데미, 4. 인문독서동아리 등입니다. 주로 위와 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간과 인문학 사이’는 매달 한 달에 한번 씩 매달 다른 교수와 주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길 위의 인문학’은 올해 총 5회로 1회당 강연을 한 후 그 주제에 맞는 현장 탐방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인문독서아카데미’는 주제별 5회 수업 진행으로 올해 총 주제별 4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는 앞서 설명 드린 과정들에서 좀 더 심화된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프로그램별 조금씩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크게 보아 주제를 선정할 때에는 이용자들의 연령대를 고려하기도 하고, 인문학 중에서도 문학, 철학, 과학, 음악,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모시고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문_ 지역 주민들의 참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다른 지역 도서관에 비해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답_ 범어도서관의 인문학 강연들은 주로 전화나 홈페이지 접수 혹은 방문 접수로 신청이 이루어지며 잔여석이 있는 경우에는 신청 없이도 선착순으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강연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참여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또한 전에 비해 요즘 이용자 분들이 인문학에 특히 관심이 많다는 것을 현장에서 피부에 느끼고 있는 바입니다.


문_ 시간이 허락 된다면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지요? 왜 그 책을 읽고 싶은가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 책에 대해 아는 범위까지만 설명해주세요.

답_ 읽고 싶은 책보다는 강연 기획 담당자로서 앞으로 모셔보고 싶은 강연자는 있네요. 베스트셀러 작가이신 박웅현 선생님이십니다. 그 분의 책 중에 ‘여덟 단어’나 ‘책은 도끼다’를 인상적으로 읽었거든요. 비단 그 책들의 내용은 아니더라도 그 분이 생각하는 ‘광고와 인문학’에 관한 이색적인 강연을 들으며 그분의 생각에 함께 공감해 보고 싶습니다.



나가며


  일본 소설가 미나토 가나에는 <고백> 에서 “마음이 약한 사람이 더 약한 사람을 상처 입힌다.”라고 말했다.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 인문학 강의를 통해 현대인들이 자신의 마음에 관해 좀 더 정확하고 치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기 마음에 관한 분석이 제대로 내려진다면 출처를 알 수 없는 질투나 욕망 혹은 공포에 의해 자신보다 더 약한 타인을 상처 입히는 일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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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어 도서관  

☎ 053-668-1600

http://library.suseong.kr/beo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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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지은

[인문쟁이 1기]


김지은은 어쩌다보니 스무 살 이후 쭉 대구 북구를 못 벗어난 채 살고 있다. 해야 되는 공부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살아가고 싶다. 인간 개개인의 본성이 사회에 녹아드는 메커니즘에 호기심이 많다. 그림 보는 기쁨을 가르쳐 준 ‘미대 친구’ 의 추천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jeje512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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