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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이육사 작은 문학관

인문쟁이 김주영

2017-08-24

 

느리게 걷는 시간, 고요한 공간, 이육사 작은 문학관

 

대구시 중구 북성로, 100여년 전만해도 대구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어느덧 과거의 옛 추억을 지닌 고즈넉한 공간이 되었다. 북성로를 거닐다 보면 마치 시간이 다른 곳보다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차분히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 이육사 작은 문학관이 있다.


이육사 작은 문학관 전경개조하기 전의 건물 모습

 ▲ 이육사 작은 문학관 전경 / 개조하기 전의 건물 모습


2016년 5월 10일, 이육사 시인의 탄생일에 맞춰 개관한 이육사 작은 문학관은 ‘작은’이라는 이름처럼 15평 남짓한 아담한 공간이다. 이는 한 평생 이육사 시인을 연구해 온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현수 교수가 사재를 들여 만든 개인 문학관으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 헌병대장의 집이었던 오래된 건물을 2층 목조 건물로 새롭게 개조하여 만들었다.


이육사 시인의 초상화문학관에 비치된 이육사 평전

 ▲ 이육사 시인의 초상화 / 문학관에 비치된 이육사 평전


일제강점기 민족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육사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지만, 1920년 16세의 나이에 대구로 거처를 옮긴 뒤 1937년 서울로 올라가기 전까지 약 17년을 대구에서 보냈다. 즉, 대구는 이육사 시인의 소년, 청년시절을 고스란히 담아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육사 작은 문학관이 위치한 북성로를 비롯한 향촌동, 계산동, 남산동, 달성동은 실제로 이육사 시인이 문학 활동과 항일 운동을 수행한 생활공간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이육사 시인이 생전에 실제로 몸담았던 공간이기에 이육사 작은 문학관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작기에 더 조화롭고 아늑한 문학관

 

문학관 1층에는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기획전시실과 자그마한 카페가 있고, 2층에는 주요 공간인 2개의 상설전시관이 있다. 대부분의 문학관들이 주로 넓은 공간을 이동하면서 비치된 전시물을 관람하는 구조인 반면에, 이육사 작은 문학관에서는 관람객들이 신발을 벗고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 바닥이나 의자에 앉아 모든 전시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작은’ 문학관인 것이다. 또한 반경 3미터 이내에서 모든 전시물들을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이육사 시인을 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이육사 작은 문학관에는 마치 오랜 친구의 집에 온 것 같은 아늑함이 있다. 

 

2층 상설전시관 전경2층 상설전시관에 전시된 시집들

 ▲ 2층 상설전시관 전경 / 2층 상설전시관에 전시된 시집들


이육사 작은 문학관을 관람하는 방법 또한 조금 특별하다. 처음 문학관에 들어가면 ‘한 권에 담은 264 작은 문학관’이라는 책을 받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이육사 작은 문학관의 가이드북과 같은 역할을 한다. 상설전시관에 있는 전시물에는 각각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는데, 이 번호가 곧 책의 쪽수와 일치한다. 즉, 전시물의 번호대로 책을 펼치면 해당 전시물과 관련된 설명을 바로 찾아볼 수가 있는 것이다. 작은 공간이기에 모든 전시물에 자세한 설명을 달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책을 통해 내용을 보충하는 관람체계를 설정한 것인데, 오히려 책을 찾아보면서 재미를 두 배로 느낄 수가 있다.


한 눈에 보는 264 작은 문학관 책전시물의 번호와 일치하는 쪽수

 ▲ 한 눈에 보는 264 작은 문학관 책 / 전시물의 번호와 일치하는 쪽수 

 

또한 총 264쪽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전시물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이육사 시인이나 문학관에 대한 여러 가지 배경지식과 관련정보들까지 실려 있어 좀 더 자세하고 깊은 내용들까지 접할 수 있다. 이육사 시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누구든지 쉽게 알 수 있도록 꼼꼼하게 쓰여 진 책이기에 책과 함께 전시물들을 살펴보고 나면, 어느새 곁으로 성큼 다가온 이육사 시인을 느낄 수가 있다. 한 권의 책, 오밀조밀한 전시물들, 작은 문학관 특유의 아늑한 공간. 이 세 가지의 조화 속에 이육사 작은 문학관만의 향기가 은은히 녹아있는 것이다.


가난한 노래의 씨, 대구에서 꽃피우다

 

이육사 시인의 시 <광야>이옥비 여사가 직접 쓰신 상량문

 ▲ 이육사 시인의 시 <광야> / 이옥비 여사가 직접 쓰신 상량문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1945년 발표된 이육사 시인의 시 〈광야〉의 한 구절이다. 개관식이 열렸던 작년 5월 10일,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 이옥비 여사가 상량대에 한자 한자 정성스레 써넣은 글귀이기도 하다. 2층 상설전시관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이 구절이 적힌 상량문을 발견할 수 있다. 1945년, 한 시인이 일제치하 조선의 땅에 뿌린 가난한 노래의 씨가 어둠과 추위를 이겨내고 마침내 봄을 맞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었다. 그 꽃에서 나는 은은하고 아름다운 향기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활짝 핀 이육사 작은 문학관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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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정보

  •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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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문학관
  • 아늑함
김지영
인문쟁이 김주영

[인문쟁이 3기]


김주영은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구토박이이다. 문학을 전공하는 스트릿댄서이기에, 스스로를 ‘춤추는 문학인’으로 정의한다. ‘BMW’(Bus, Metro, Walking)를 애용하는 뚜벅이 대구시민이다. 책과 신문, 언어와 문자, 이성과 감성, 인문학과 춤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인생의 목표를 취업에서 행복으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인문쟁이로서의 나와 우리의 목소리가 당신에게 전해져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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