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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끼다… 이야기가 있는 도시

대전 ‘유성온천’, ‘보문산’에 담긴 이야기(설화)를 찾아서

인문쟁이 한초아

2017-08-22

 

시원한 ‘수박’이 제철인 계절이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즐기는 달콤한 과일과 오싹한 ‘옛날이야기’로 무더위를 달래는 그 계절, 여름.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는 어른이 되어 맞이한, 이 여름에 더욱 그리워지는 추억이다. 

 

시골 마을 구석구석에 담긴 이야기들은 할머니의 걸쭉한 입담과 함께 숨 쉬고 있다. 그 이야기를 곁에 두고, 더위를 달랬던 어린 시절이 그리운 요즘. 일상 속에 담긴 옛 이야기를 따라 걸어보고자 한다. 


애틋한 모정(母情)이 숨 쉬는 ‘유성온천’

 

‘우리 지역의 이야기 탐방’ 숙제를 친구와 함께 했던 기억이 난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께 여쭤보기도 하고, 도서관과 주민센터에서 친구들과 자료를 찾아 헤매던 그 시절의 기억은 어른이 된 지금에도 생생하다. ‘대전’에 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던 그때. 숙제를 하며, 알게 된 이야기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내게 신기하고 매력적인 소재로 와 닿기에 충분했다.

 

‘유성온천’의 유래에 관한 전설 ⓒ한초아

 ▲ ‘유성온천’의 유래에 관한 전설 ⓒ한초아 

 

그러한 매력적인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대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유성온천’에 얽힌 이야기다. 시간은 백제 의자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홀어머니를 모시던 아들은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결국 신라의 전쟁 포로가 되어 온 몸에 상처를 입은 채,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픈 아들을 위해, 몸에 좋은 약을 찾아다녔던 어머니는 우연히 다리를 다친 ‘학’과 그 옆에서 샘솟는 뜨거운 물을 발견하게 된다. 학이 물을 몸에 끼얹자, 놀랍게도 씻은 듯이 나아 날게 된 것을 본 어머니는 다친 아들에게 학이 했던 대로 똑같이 치료를 한다. 결국 아들의 병은 말끔히 낫게 되고, 이 물의 효능이 방방곡곡으로 알려져 찾는 이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역사 속에서 발견한 이야기의 흔적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신기한 이야기 같지만, 역사 속에서도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태조 이성계가 계룡산을 찾을 때마다, ‘유성온천’에서 피로를 풀곤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태종 역시 군사훈련 후 서울로 올라갈 때마다 유성온천에서 심신을 달랬다고 한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 전시된 ‘유성온천’에 관한 역사 자료. ⓒ한초아

▲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 전시된 ‘유성온천’에 관한 역사 자료. ⓒ한초아

 

작은 촌락에 불과했던 유성은 1907년 처음 온천으로 개발되고, 1913년 대전역에 호남선이 개통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다. 단순한 관광명소일 것 같지만, 이곳에서도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초기 ‘유성온천’은 일본인에 의해, 관리되던 곳이었다고 한다. 뜨거운 온천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상, 유성온천의 손님 대부분은 일본인이 차지했을 정도라 하니, 놀라움을 더한다. 1932년 충청남도 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대전은 교통요지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공주 갑부 ‘김갑순’이 본격적인 경영에 뛰어들게 되고, 유성온천은 본격적인 휴양지로 발전하게 된다


일상에서 느끼는 특별한 즐거움


유성온천공원

▲ 유성온천공원 ⓒ한초아


‘유성온천’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도 스며들고 있다. 유성온천 주변은 ‘유성온천’에 관한 이야기가 곳곳에 기록돼 있어 반가움을 더한다. 여기에 ‘유성온천공원’를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의 쉼터로 자리하고 있다. 온천수를 이용한 ‘족욕체험장’과 ‘한방족욕카페’는 유성온천의 또 다른 명소로 꼽힌다.


유성온천에 관한 이야기들인문지도에 소개된 카페스몰토크

 ▲ 유성온천에 관한 이야기들  ⓒ한초아

 

잠깐 앉아, 발만 담갔을 뿐인데 금세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라듐’이 함유되어 있어, 매끈거리는 수질은 설화 속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게 한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설화 속 그대로, 남녀노소 옹기종기 모여앉아 피로를 푸는 모습이 이채롭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 속에서 웃음 짓는 시민들의 모습은 ‘유성온천’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성온천 ‘족욕체험장’

▲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성온천 ‘족욕체험장’ ⓒ한초아

 

보물이 가득 묻혔던 ‘보문산’

 

대전 중심부에 위치한 ‘보문산’은 대표적인 휴식처이자 시민들의 추억이 숨 쉬는 공간이다. 잘 갖춰진 등산로와 역사 유적, 놀이시설이 풍부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곳이다. 이곳에서의 소풍과 추억이 없는 ‘대전 시민’이 없을 정도로, 보문산은 푸근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시민들과 마주하고 있다.


보문산 ⓒ대전광역시 중구청

▲ 보문산 ⓒ대전광역시 중구청 


보물이 많이 묻혀 있어 ‘보물산’이라고 부르다, 자연스레 ‘보문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생명이 위태로운 두꺼비를 돕고, 화수분처럼 보물이 쏟아지는 ‘접시’를 얻은 농부의 이야기와 노부모를 모시는 착한 나무꾼이 물고기 한 마리를 도와주고 ‘주머니’를 얻은 이야기는 모두 ‘화수분 설화’와 흐름을 같이 한다. 하지만 보물이 나오는 물건으로 인해, 시기와 욕심이 생긴 형제들이 다투게 되고, 이로 인해 주머니에 흙이 들어가 ‘산’이 되었다는 씁쓸한 결말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도 크나큰 깨달음을 전해준다.

봄에는 벚꽃과 진달래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보문산’. 욕심을 갖지 않고, 소박한 멋을 뽐내는 ‘보문산’의 모습은 옛 성현들의 전하고자하는 참된 진리를 오롯이 담고 있는 듯하다. 


‘은행나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대전 으능정이.

▲ ‘은행나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대전 으능정이. ⓒ한초아

 

일상 속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

 

우리의 일상 속에는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내가 사는 동네, 산과 들, 심지어 공원에서도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할머니의 입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은 관광 자원이 되고, 시민의 삶 속 작은 쉼터로 작용하고 있다. 바람과 길을 따라 걸으며, 일상 속 잠자고 있는 이야기들을 깨워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사진= 한초아, 대전광역시 중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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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의 ‘유성온천’ 관련 전시자료 

2) 대전광역시 중구청 ‘중구문화관광’ 홈페이지 ‘보문산 편’

http://tour.djjunggu.go.kr/html/tour/intro/intro_0106.html 

3) 한국콘텐츠진흥원 ‘컬처링’ 홈페이지 ‘문화콘텐츠닷컴’ 

http://www.culturecontent.com 


※‘보문산’ 이미지의 출처 -대전광역시 중구청 ‘중구문화관광 추천관광명소’ 보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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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한초아

[인문쟁이 3기]


20여년을 대전에서 살았지만, 그럼에도 ‘대전’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청춘(靑春) ‘한초아’이다. 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진 산책, 꽃과 시와 별,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행간의 여유를 즐긴다. 신문이나 책 속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자칭 ‘문장수집가’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뜨거운 ‘YOLO'의 삶을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문쟁이’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성실히 기록할 생각이다. 윤동주 시인의 손을 잡고, 가장 빛나는 별을 헤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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