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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인문의 세계

인천, 반디어린이도서관

인문쟁이 고은혜

2016-08-25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맛있는 먹을거리… 무수히 많은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도 '''자연'을 꼽고 싶다. 책은 아이에게 상상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는 친구이고, 자연은 아이를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만들어주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어쩐지 공존하기 힘들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더군다나 사람과 자동차, 건물로 가득한 도시에서는 더욱 더. 그런데 이 두 벗을 아이들에게 한 번에 선물할 수 있는 공간이 인천에 존재하고 있다. 남동구 도림동에 위치한 '반디어린이도서관'이 바로 그 공간이다. 인천 논현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릴 때까지만 해도 주변의 풍경은 내가 아는, 내가 사는 그 도시 인천이다. 그러나 지도 어플을 따라 발걸음을 옮길수록, 내가 모르는 인천이 속속들이 등장한다. 포도 농장 옆으로 좁은 흙길을 따라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에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낯선 인천. 그리고 그 흙길의 끝에 다다르면 싱그러운 공기 속에 서 있는 반디어린이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반디어린이도서관 전경1반디어린이도서관 전경2

▲ 반디어린이도서관 전경


만나다, 인문의 바다

반디어린이 도서관 팻말2009년 9월에 문을 열어 어느덧 8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반디어린이도서관은 인천남동구 도림동의 산골마을 위쪽에 자리 잡고 있다. 여느 도서관처럼 국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는 곳이 아닌, 민간에서 힘을 모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립 도서관이다. 

반디어린이도서관의 이경미 관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년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어린이들에게 책과 자연을 함께 즐길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도서관을 짓게 되었다”고 밝혔다. 

반디어린이도서관은 8000여 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데, 어린이도서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대부분의 도서들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다. 1500권은 그림책, 6000권은 아동도서로 나뉘어져 있다. 어린이문학, 자연과학 등 분야별로, 다시 가나다 순서별로 분류해 놓아 아이들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 2층에 위치한 열람실은 큰 원목 탁자와 볕이 잘 드는 창이 어우러져 고즈넉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인테리어를 보노라면 얼핏 도서관이 아니라 가정집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디어린이도서관에서는 지역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도서관을 방문해 자유롭게 책을 읽고 공간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동일한 도서를 여러 권 구비해놓을 여건은 되지 않아 대출은 아쉽게도 불가하지만, 한 달에 30권씩 신간을 들여올 정도로 도서관 본연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지만 알차다’는 표현에 꼭 들어맞는 공간인 셈이다.


반디어린이도서관 2층에 위치한 열람실

▲ 반디어린이도서관 2층에 위치한 열람실


더불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다. 행복을 주제로 시 쓰기와 같은 문학과 관련된 수업부터 주먹밥 만들기, 부채 만들기 등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수업까지, 한 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진행하여 아이들에게 지루하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려한 커리큘럼이 돋보였다.

반디어린이도서관을 돌아보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또 다양한 경험을 하며 처음으로 인문의 세계에 발을 담글 수 있도록 공간부터 요건까지 많은 부분을 배려했다는 점을 여러 모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인문의 바다에 풍덩 빠져 노는 모습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선명한 도서관이었다.


뛰놀다, 초록 잔디밭

그러나 반디어린이도서관의 매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도서관 건물을 나서면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공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1층으로 내려오면 푸른 잔디밭에 녹음이 울창한 널따란 정원을 만날 수 있다. 단순한 잔디밭은 아니다. 넓은 공간은 놀이터와 벤치, 귀여운 캐릭터들이 줄지어 걷는 모습이 그려진 팻말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한쪽에는 비닐하우스와 텃밭에서 작물들이 자라나고 있고, 여름을 맞이해 설치된 알록달록한 풀장에는 물이 차 있다. 한눈에 보아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함과 싱그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반디어린이도서관 옆에 위치한 정원1반디어린이도서관 옆에 위치한 정원2반디어린이도서관 옆에 위치한 정원3

▲ 반디어린이도서관 옆에 위치한 정원


이러한 공간을 활용하는 반디어린이도서관의 기획은 단연 눈여겨볼 만하다. 2016년을 맞이해 지난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테마는 ‘오감만족 숲 놀이’. 숲이라는 장소에서 자기 탐구활동, 놀이, 명상, 미술, 글짓기, 발표 등을 진행하며 참여하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고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면서 재미까지 느낄 수 있게 하는 기획인 것이다.

이러한 자연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디어린이도서관만의 기획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난다. 겨울에는 동지와 정월대보름, 봄에는 단오 체험 등 계절에 맞는 행사를 열어, 쥐불놀이와 그네타기 등 옛 민속놀이를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 역시 매우 돋보였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경우, 전통 명절을 소개하는 내용의 아동 도서를 읽고 이를 바탕으로 진행함으로써 문학과의 연계성까지 놓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반디어린이도서관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은 모두 자연과 함께하는 도서관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이들이 이용하는 공간1아이들이 이용하는 공간2아이들이 이용하는 공간3

▲ 아이들이 이용하는 공간


이렇게 지금까지 반디어린이도서관의 이모저모를 탐방해 보았다. 글과 사진으로만 담아내는 것이 못내 아쉬울 만큼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또, 도서관 스스로도 그러한 공간의 매력과 특성을 십분 살려 기획과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만한 훌륭한 공간이었다. 비단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방문해서 책을 읽고 정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멋진 공간이므로, 어린 동생 혹은 자녀의 손을 잡고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인문의 세계와 조우하도록 안내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사진= 고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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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인천 남동구 도림북로19번길 12-26


*운영안내

개관일 : 월 ~ 토, 10:00 ~ 18:00 (동절기는 17:00, 토요일은 16:00까지 개방)

휴관일 : 일요일 및 법정 공휴일


*관련링크

블로그 http://bandylib.tistory.com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bandylib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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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혜
인문쟁이 고은혜

[인문쟁이 1,2기]


고은혜는 인천, 그 중에서도 주로 동인천을 터전으로 인문공간을 탐방하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근무하며 문학을 공부하고 예술을 터득하는 중이다. 인생을 즐기는 것과 가치를 찾는 것,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꿈꾸고 있다. 인문쟁이로서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인문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geh920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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