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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따뜻한 군고구마처럼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인문쟁이 김주영

2017-11-27

 

얼마 전, 책을 한 권 사려고 서점에 방문했다. ‘일상의 인문학’, ‘삶의 인문학’이라고 이름지어진 베스트셀러 코너 앞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책을 한권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유달리 추웠다. 으레 겨울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 집에 오는 길에 덜컥 이런 생각이 나버렸다. ‘일상의 인문학이 뭘까? 그럼 내가 이제까지 공부해왔던 인문학은 뭐지?’ 그렇게 해결되지 못한 질문을 미제사건처럼 여전히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어느 날,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을 만났다. 따뜻한 홍차 한잔과 함께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의 운영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슴 속의 질문들을 하나 둘씩 꺼내보았다. 

 



Q. 안녕하세요?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은 어떤 단체인가요?

배지연 : 2014년 9월 13일에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이 처음 설립되었어요. 대구경북지역에서 철학, 문학, 역사학 등을 전공하는 학계의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어서 조합을 만들었는데요. 지금은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조합을 꾸리고 있습니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인문학적인 가치를 확산하고 공유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사람다움의 무늬(人文)를 발견하는 것이 저희 조합의 목적입니다.

하수정 : 저희는 주로 인문학에 관련된 다양한 강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요, 인문학 관련 서적을 발간하고 다양한 인문학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문쟁이 기자단 인터뷰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 그리고 협동조합 운영진들

 ▲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문쟁이 기자단 인터뷰 / 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 그리고 협동조합 운영진들


Q. 독립서점이나 소모임과 같은 인문학 커뮤니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진 인문학 커뮤니티는 새로운 것 같아요.

김성락 : 협동조합이 한창 붐이 일었던 시기가 있었죠. 국가에서 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설립조건을 완화했었거든요. 그런 시기에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협동조합이라는 단체의 가장 큰 장점은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 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것들을 좀 더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고, 이윤 창출도 가능한 방식이기도 해요.

하수정 : 이윤이라는 것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동의 이익이라는 성격이 커요. 작은 것이라도 나눠서 함께 생산하자는 의도가 담겨있는 거죠. 조합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강의 프로그램들을 기획할 때도 일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 생산에 참여하고 싶은 조합원들을 공모해서 지원을 받아요. 그렇게 지원을 하면 운영위원회에서 조합원분들의 전공일치 여부나 강의경험 등을 살펴서 프로그램을 짜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Q. 그렇군요. 그렇다면 인문학 전공자가 아닌 조합원들도 강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건가요?

배지연 : 물론이죠. 조합에서 진행한 프로그램들 중에 ‘정리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셨던 조합원분이 계세요. 그 분께서 ‘정리’라는 주제를 인문학적인 가치들과 엮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셨죠.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이것뿐만 아니라 요가나 명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고요. 협동조합의 프로그램들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강의를 할 수도 있고,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요.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요.

 

대구근대골목에서 진행된 골목길 인문학 프로그램팔공산에서 진행된 요가 프로그램

 ▲ 대구근대골목에서 진행된 골목길 인문학 프로그램 / 팔공산에서 진행된 요가 프로그램 


김성락 : 강의의 방향이나 방법도 조합원분이 원하시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기획하는 편이에요. 강의자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시면 운영위원회에서 프로그램을 짤 때 적극 반영하고 있어요. 제약이 없는 거죠. 조합원분들이 듣고 싶은 강의를 건의해주셔서 만들어진 프로그램도 많아요.

배지연 : 굉장히 민주적인 방식이죠. 조금 더디고 느릴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수정 : 협동조합이라는 이름 아래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대학 안과 밖의 경계, 인문학이라는 전공의 경계 없이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라도 이 조합 안에 들어올 수가 있어요. 인문학적 가치라는 건 정말 다양하게 실현될 수 있으니까요.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은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협동’이라는 부분은 그래서 필수적인 것 같아요.


Q.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김성락 : 있는 자리에서 잘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요가가 뭐냐고 물어보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는 것부터 요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거 아닐까요? 지금 내가 있는 지역, 내가 있는 집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배지연 : 맞아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라는 특수하고 개별적인 공간과 연결되지 않고서는 제대로 열매 맺어질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경북이라는 지역,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 가치를 나누고 싶어요.


Q.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은 현재 어떤 공간에서 운영되고 있나요?

김성락 : 경북대학교 서문 근처에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의 공간이 있어요. 공간을 두 개로 나누어서 한쪽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다른 한 쪽은 강의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분들의 조합비와 기부금을 통해서 공간을 꾸려나가고 있어요.

배지연 : 기부금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조합원분들이 위탁 사업으로 외부에서 강의를 하실 때 강의료의 일정부분을 특별조합비로 조합에 기부하는 거죠.

김성락 :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제적인 것이 아닌데도 다들 자발적으로 강의료를 기부해주세요. 그렇게 기부를 해주시면 저희가 진행하는 자체사업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용하죠. 그래서 조합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조합원분들은 대부분 무료로 참여하실 수가 있습니다.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건물 입구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강의실 내부

 ▲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건물 입구 /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강의실 내부


Q. 사람들은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과 어떻게 인연을 맺나요?

배지연 : 대구시나 경상북도에서 위탁사업을 받아서 진행하는 외부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도서관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렇게 공공기관을 통해서 인연을 맺게 된 분들이 저희 조합이 진행하는 다른 프로그램에 오기도 하시고요. 조합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이나 다음 카페, 밴드와 같은 SNS를 통해서 정보를 찾아보고 오기도 하세요.

하수정 : 이렇게 프로그램에 한번 참여하신 분들은 대부분 조합원으로 가입을 하시는데요, 조합원으로 활동하시면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조합을 소개시켜주고 함께 활동하시는 경우도 많아요.

김성락 : 그렇게 점점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에요. 2014년 9월에 70명으로 시작한 조합이 지금 현재(2017년 기준) 총 105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합원들SNS를 통한 조합의 커뮤니티 활동

 ▲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합원들 / SNS를 통한 조합의 커뮤니티 활동


Q. 앞에서 간단하게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의 활동을 소개해주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하수정 : 조합의 사업은 크게 외부에서 받아오는 위탁사업과 내부에서 진행하는 자체사업의 두 갈래로 진행이 됩니다. 위탁사업을 먼저 소개해드리면 문체부에서 주최하는 ‘길 위의 인문학’이나 ‘인문독서아카데미’와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요. 또 대구시나 경상북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을 위한 ‘인문학 강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장애인들이나 쪽방촌의 주민들,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어요. 인문학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는 거죠. 그 외에도 고교 인문학이나 대구 시민대학과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배지연 : 조합 내부에서도 분기별로 다양한 자체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조합원들을 필진으로 한 인문학 서적을 출판하고 있는데요, 조합원분들 중에서 책을 쓰고 싶은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공모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그 결과 2017년 1월 『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가 나왔고, 현재 2번째로 『대구의 사람들』이라는 책을 기획하는 중입니다.

 

시 읽는 수요일 프로그램『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

 ▲ 시 읽는 수요일 프로그램 / 『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

 

Q. 조합의 활동을 꾸려나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하수정 : 조합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정말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제일 많이 고려하죠. 이 밖에도 사회적으로 우리의 활동들이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 또 이런 활동을 통해서 우리의 인문학적 사고들을 얼마나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다양한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성장애인연대나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의 경우는 강의 제안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진행하겠다고 했죠.

 

Q.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이 가꿔나가고자 하는 인문학적 가치는 무엇인가요?

김성락 :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어떤 하나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105명의 조합원분들 모두가 각자 생각하고 있는 다양한 인문학적인 가치들이 있으니까요.

하수정 : 맞아요. 그래도 저는 조합원들 모두가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메시지는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인문학이니까요. 저희가 자활센터나 쪽방촌에 가서 강의를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인 거죠. 함께 살아가는 것,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 이런 부분들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찾아가는 거예요. 그런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 위해 조합을 통해서 서로 협력하는 거죠.

배지연 : 인문학이 소통의 통로가 되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끈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자체사업국장 배지연님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사무차장 김성락님

 ▲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자체사업국장 배지연님 /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사무차장 김성락님


Q. 인문학이 ‘탁상 위’나 ‘교실 안’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간혹 마주할 수 있는데요. 일상의 인문학, 삶의 인문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재현 : 삶 속에서, 행위 안에서 인문학을 펼쳐나간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죠. 저희가 처음 조합을 만들고자 했던 것도 그런 현상에서 벗어나서 좀 더 인문학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런 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실험, 노력이 필요하죠. 그렇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희가 조합을 꾸리고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그런 믿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조합을 통해서 인문학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을 실험해보고 있는 셈이죠.


영화와 함께하는 시네마 토크 프로그램조합에서 진행한 영화 (자백) 상영회

 ▲ 영화와 함께하는 시네마 토크 프로그램 / 조합에서 진행한 영화 (자백)상영회

 

강미경 : 보통 철학, 문학, 역사라고 하면 내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인 것만 같잖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삶 속으로 스며들게 해주는 것이 저희 조합의 역할인 것 같아요. 다양한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학문적인 분위기에서만 존재하던 주제들과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위화감 없이 섞이고 스며들거든요. 단순히 강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와인도 마시고 홍차도 마시면서 강의내용에 대해서 토론하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하수정 : 밥을 먹으면서 시를 읽고, 옛날 영화를 보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하고, 영국사를 배우면서도 차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는 거죠. 사실 강의 그 자체보다 토론과 이야기들이 더 많아요. 인문학이 대중과 호흡하면서 좀 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조합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Q. 대구경북지역의 인문학은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요?

하수정 : 대구경북지역은 익숙한 것, 관습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지역에 인문학이 필요하고, 또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문학이란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내가 누구이고, 세상은 무엇이고, 나와 세상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요.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익숙한 것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위탁사업국장 하수정님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사무국장 이재현님

 ▲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위탁사업국장 하수정님 /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사무국장 이재현님


이재현 : 질문을 받으니 많은 생각이 드네요. ‘대구의 특색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간혹 받는데, 저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런 질문을 하지 마세요.”하고 이야기해요. (웃음) 저는 대구다운 것, 어떤 특별한 점을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구경북지역의 인문학이 아니라, 그냥 지금, 여기에서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인문학인 거죠. 그래서 저는 우리들과 우리 주변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니까요. 『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도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펴낸 책입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선선하게 우리 주변의 모습들이 어떤지를 하나씩 던져놓듯이 말 그대로 ‘헐렁하게’ 쓴 책이에요.

배지연 : 대구경북만의 인문학이라는 실체는 없는 거죠. 다만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살아온 곳, 우리가 부대끼는 삶의 현장을 인문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냈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Q.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은 어떤 미래를 꿈꾸고 계신가요?

배지연 : 한 마디로 ‘일상에 스며든 인문학’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합을 떠올리고, 인문학적인 생각을 하는 거죠. 하나 더 바란다면 조합의 가치를 공유할 만한 다른 단체와 연대해서 조합을 좀 더 확산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조합을 통해서 좀 더 다양한 색깔을 지닌 분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청년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웃음)

강미경 : 인문학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일상의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어렵게만 생각하던 것들이 우리 삶에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이재현 : 진짜 인문학을 해야죠. (하수정 : 아니 그럼 지금까지는 가짜였나요? (웃음))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인 것 같아요. 그 진짜가 뭔지에 대해서 더 고민해봐야죠. 이제껏 학문적인 분야에서 인문학을 연구하다보니까 그런 것들이 진짜 인문학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게 가짜일 수도 있겠다, 혹은 절반만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 고민들이 생기면서 저희가 협동조합을 만든 거니까, 이제 진짜를 찾아봐야죠. 그런 과정에 있는 거 같아요.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운영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인문‘학’이 아니라 그냥 인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인문학’, ‘삶의 인문학’이라는 단어조차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면, 그 때야말로 삶과 인문의 구분조차 사라진 시기가 아닐까.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은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 거라고 믿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작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을 나서서 『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라는 책을 한 권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집으로 오는 길은 춥지 않았다. 가슴 속에 품은 책 한 권이 왠지 모르게 군고구마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에서 마신 홍차 한 잔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어느새 삶의 인문학, 일상의 인문학은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과 함께 추운 겨울날 가슴 속에 품은 군고구마처럼, 따뜻한 홍차 한잔처럼 다가온 것 같다.




사진=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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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주신 분들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사무국장 이재현님 / 대구경북인문학혐동조합 위탁사업 국장 하수정님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자체사업 부국장 강미경님 /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자체사업 국장 배지연님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사무차장 김성락님


*관련링크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카페 : www.inmundaegu.com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dghcdg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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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인문쟁이 김주영

[인문쟁이 3기]


김주영은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구토박이이다. 문학을 전공하는 스트릿댄서이기에, 스스로를 ‘춤추는 문학인’으로 정의한다. ‘BMW’(Bus, Metro, Walking)를 애용하는 뚜벅이 대구시민이다. 책과 신문, 언어와 문자, 이성과 감성, 인문학과 춤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인생의 목표를 취업에서 행복으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인문쟁이로서의 나와 우리의 목소리가 당신에게 전해져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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