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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따라 심은 콩 한 쪽, 커뮤니티 디자인 협동조합

‘내 마음은 콩밭’

인문쟁이 양다은

2017-11-01

 

#A양(28세)은 20년 전, 장래희망 칸에 ‘화가’라고 썼다. 그림 그리기가 가장 재미있었지만, 미술학원보다는 영수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대학교 졸업반이 되고 SNS를 보던 중, ‘내 마음은 콩밭’이라는 카페에서 그림 워크숍을 진행한다는 글을 보고 신청했다. 취업준비생인 친구들이 그럴 시간이냐고 타박해도 A양은 선을 긋고 칠하는 시간만큼은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현재 그림 관련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워크숍 이후 스케치북을 펼치는 취미가 생겼고 다른 관심사에도 기웃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신의 콩밭은 어디인가요?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오늘 하루 쉬고 싶어도 직장으로 향하거나 학업에 몰두해야 한다. 어릴 적 마음 가던 일이 떠오르거나, 마음을 쏟고 싶은 일이 생기더라도 복잡다단한 여건을 따지다보면 슬며시 미루게 된다. 괜스레 씁쓸한 마음이 들면 느적느적 골목을 거닐고 싶어지는데, ‘내 마음은 콩밭’은 그런 날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다. 마음에 집중하는 사람들, 콩밭을 만든 서민정 대표와 프로그램을 이끄는 정유미 기획자를 만났다.

 


 

커뮤니티 디자인 협동조합 ‘내 마음은 콩밭’

 ▲ 커뮤니티 디자인 협동조합 ‘내 마음은 콩밭’


당신의 콩밭은 어디인가요?

 

-서민정 대표, 정유미 기획자(이하 서, 정)

 

Q : 잠깐 공간 내부를 둘러봤는데, ‘우리, 함께, 마을, 골목’과 같이 정감 가는 단어가 눈에 띄어요. ‘내 마음은 콩밭’은 저 단어들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 : ‘내 마음은 콩밭’(이하 콩밭)은 커뮤니티 디자인 협동조합으로, 공동체 중심의 문화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은 ‘콩밭스튜디오’와 ‘콩밭학교’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콩밭스튜디오에서는 도시 및 마을 재생사업 위주로 활동을 하고 있고, 콩밭학교는 문화예술워크숍이나 경북대 서문 축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 : 협동조합이기도 하고 대구시 북구 마을기업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협동조합은 조합원 1인당 1표의 결정권을 가진 조합을 지칭합니다. 마을 기업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서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기업입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두 형태에 콩밭은 모두 속해있지요. 콩밭에서 활용하는 지역 자원은 인적자원입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중심으로 관계를 만들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콩밭 내부를 채운 문구 / 북구 마을기업, 내 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 콩밭 내부를 채운 문구 / 북구 마을기업, 내 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북구 마을기업, 내 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Q : 학교나 스튜디오에는 어떤 사람이 일하고 있나요?

정 : 콩밭학교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에서는 강사라는 말 대신 ‘콩밭지기’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속담은 딴 생각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죠. 하지만 ‘내 마음은 콩밭’은 그 콩밭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 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나 창작자, 즉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직업 삼으신 분들을 그 콩밭을 일궈나가는 콩밭지기로 부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강사 역할을 하는 콩밭지기가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콩밭학교 리플렛 / 콩밭학교 프로그램

 ▲ 콩밭학교 리플렛 / 콩밭학교 프로그램


Q : 콩밭 블로그에서 콩밭지기를 인터뷰한 글을 읽었는데,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서 : 주어진 환경에서 자기 것을 찾아가는 사람에게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하라고 박수를 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명이 보든 ‘나도 이렇게 해보고 싶다’고 이끌어 줄 콘텐츠이기도 하고요. 막상 그렇게 자극이 될 수 있는 창작자가 주변에 있더라도 잘 모르기도 하고, 박수를 보낼 상황도 잘 없더라고요. 문화기획 분야에서 창작자를 세워주고, 하는 일을 더 잘 하게끔 이끌어내는 역할이 기획자라고 생각해요. 주로 이뤄지는 일방적 섭외 관계를 넘어서, 발굴하고 북돋아주는 기획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워크숍 ‘나도 하는 공연’콩밭지기와 함께하는 참여자

 ▲ 워크숍 ‘나도 하는 공연’ / 콩밭지기와 함께하는 참여자 ⓒ내 마음은 콩밭

 

Q : 창작자들이 모였을 때 나는 에너지가 있을 것 같아요.

정 : 크죠. 콩밭학교 워크숍은 단순히 기술을 전달하기보다는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함께 배우는 문화학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콩밭지기는 자신이 먼저 업으로 삼아온 것을 나누면서 참여자와 교류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을 하는 콩밭지기가 이전에는 개인의 창작물로서 노래를 만드는 작업만 하다가, 콩밭학교에서는 참가자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럴 때면 기획을 한 저희는 보람을 느끼죠.


2017 콩밭학교

 

‘나도 하는 공공미술, 스트릿 댄스, 길거리빅밴드, 힙합 랩 버스킹’

 

2017년 9월 콩밭학교

 ▲ 2017년 9월 콩밭학교

 

Q : 참여자는 보통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오나요, 혹은 콩밭학교에서 찾아가나요?

서 : 다양한 관심사로 찾아와요. 정말 분야에 관심이 있어 오는 분, 단순히 재미있어 보여서 왔다가 계속 하는 분, 또 아닌 분도 있고요. 이 경험이 다른 데 눈을 돌리도록 하는 기회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생각보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묻지 않고, 모르는 분이 많아요. 여러 경험 덕분에 하고 싶은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정 : 콩밭 학교 담당자로서 지켜봤을 때, 얕은 관심으로 방문하는 사람도 매주 참여할수록 관심이 또렷해지는 걸 보았어요.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같이 관심사를 공유한 자체도 마음을 쏟을 새로운 콩밭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지난 워크숍에 왔던 분이 다음 워크숍에 또 신청하고, 친구에게 소개하면서 커뮤니티가 확장되기도 하고요.

서 : 이번에 콩밭 워크숍 전체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곳곳에 서로 아는 사람이 있었어요. 이제 이정도 커뮤니티가 되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콩밭워크숍 참여자들의 목표콩밭 워크숍 전체 오리엔테이션

 ▲ 콩밭워크숍 참여자들의 목표 / 콩밭 워크숍 전체 오리엔테이션

 

2017 경북대 서문 골목 축제

 

Q : 경북대 서문 골목 축제(이하 서문 축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서 : ‘배움을 축제를 잇다’는 주제로 5년 째 진행된 축제입니다. 콩밭학교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의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어요. 축제 준비를 위해서 축제 기획단을 더 모집하기도 합니다. 배운 것을 뽐낼 장소를 동네로 정하고, 직접 형성한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모인 축제기에 과정 중심의 축제라고 말하고 싶어요.


2017 경북대 서문 골목 축제 포스터

 ▲ 2017 경북대 서문 골목 축제


Q :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축제 자체에 변화가 있었는지, 서문이라는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궁금해요.

서 : 조용하기만 했던 동네에서 열리는 축제가 처음부터 환영받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주민에게도 낯설지 않은 축제로 자리 잡았어요. 최근 마을 꾸미기 일환으로 화단을 만들다가 바빠져서 중단했는데, 주민 분이 ‘축제도 곧 있는데 우리가 빨리 만들어야 되지 않니’라고 먼저 말하신 적이 있어요. 그 말에서 더 이상 청년은 청년, 주민은 주민이라 선 긋지 않고 ‘우리’ 같이 축제를 만든다는 인식이 생겼음을 깨달았어요. 콩밭에서 일하는 우리도 서문의 풍경이 익숙하고 가게 주인과 담소를 주고받는 주민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주민과 역할을 나누고 네트워크도 다양해지면서 서문만의 문화가 깊어지는 중입니다.


서문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1서문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2

 ▲ 서문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내 마음은 콩밭


Q : 앞으로 콩밭을 어떻게 운영하실 건가요?

서 : 문화로 놀고 배우고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는 콩밭학교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입니다. 스튜디오의 수익으로 콩밭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학교가 경제적으로 자립하면서 민간 영역에서 쌓아온 콘텐츠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중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콩밭학교에서 배우고 만든 기획이 스튜디오에서 프로젝트가 되고, 문화적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졌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문을 나서는데,

1년 전 겨울, 스케치북과 연필 한 자루를 들고 그림 워크샵에 참여하기 위해 콩밭 문을 열던 그때가 떠올랐다. 오래 돼 보이는 간판, 복사집, 골목의 모습을 따라 걷다보면 ‘내 마음은 콩밭’ 카페가 나온다. 자주 다니던 북문을 걸을 때와 서문을 걸을 때는 확연히 달랐다. 번화가이기에 ‘여기 또 바뀌었네.’ 하며 고개를 휙휙 돌리기 바쁜 북문과 달리, 서문의 풍경은 차분하다. 다시 찾은 서문에는, 건물 외관서는 보이지 않지만 작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주민이 먼저 한 마디를 건네고, 상인과 청년이 모이고, 같이 동네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왔을 것이다. 콩밭은 그렇게 만들어 온 문화에 우리도 발 들여 보길 권한다. 콩밭에 모인 사람들과 이웃처럼 인사를 나누고, 같이 무언가를 하고, 하고 싶은 걸 바라보면서 우리도 서문처럼 조금은 변해갈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양다은, 내 마음은 콩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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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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