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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페미니즘”이었다

광주여성재단, <페미니스트의 물건展>

인문쟁이 김한경

2017-10-17

 

❝당신이 <페미니스트 물건展>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구글 폼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마주친 질문이다.

형식상 질문이겠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사용하는 생리대가 발암물질 생리대였다는 것을 실시간 검색창에서 마주쳤을 때,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프로젝트 ‘참고문헌 없음’이 해시태그와 함께 SNS를 물들여 갈 때, 여성전용주차장은 대체 왜 있는 거냐고 불평하던 애인 앞에서 나조차 이유를 몰라 미안한 표정을 지었을 때. 그런 순간과 마주칠 때마다 언젠가는 반드시 페미니즘을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페미니즘에 관한 단편적 독서와 일상에서 ‘여자’로써 느낀 불편함이 여기를 오게 했다. 

 

<페미니스트의 물건展>포스터

 ▲<페미니스트의 물건展> 포스터 Ⓒ광주여성재단


<페미니스트의 물건展>

 

페미니즘은 지난해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과 예술·문화계 내 성폭력 사건들 발생 이후 유행처럼 많은 관심과 논의를 낳았지만 여전히 어렵고 낯선 이론으로 여겨지거나 오해와 편견의 산물이 되고 있다. 이에 청년문화허브의 청년여성기획자들은 지역 예술가와 청년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100여건의 사연을 받았으며, 3차례에 거친 워크숍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차이를 공유했다. 건설회사에서 직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직원’으로 불렸던 경험, 남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알아서 하라는 주위의 시선 등 기획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페미니스트의 물건展>을 기획하고, 생산된 결과물들로 전시관을 채웠다.

페미니즘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물건‘으로 구현했다. 페미니스트의 물건은 어떤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연필, 가방, 이름표와 같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페미니즘은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처럼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고, 사회에 당연히 필요한 것임 나타낸다.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적인 물건에 담긴 사연은 우리 주변에 눈에 보이지 않은 불평등, 성 차별이 존재하며,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페미니즘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물건’으로 구현했다.

 ▲ 페미니즘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물건’으로 구현했다.


(… )우리는 그 소통의 중심에 청년을 초대하기로 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의 깊이를 요구하지 않고, 청년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에 대해 묻기로 했다. - <페미니스트의 물건> 전시 서문 중 -


페미니즘에 대한 감상

 ▲ 페미니즘에 대한 감상 Ⓒ김한경

 

불편, 변화, 딱히 없음

 

온라인을 통해 청년들에게 건네받은 페미니즘에 대한 감상은 ‘불편’한 것이기도, ‘변화’를 꿈꾸기도, 혹은 ‘딱히 없기’도 했다. 사실 더 다양한 감상과 의견들이 있었으나, 위 감상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나를 포함한 나의 주변인들의 반응이기도 했다. 카페에서 페미니즘 도서를 읽는 것이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 같아 집에서만 읽는다는 친구의 말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안팎의 불편한 시선을 느꼈다. 그래도 읽는다는 것은 어떤 궁금증 때문일 것이고, 미미한 변화를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소통해야한다. Ⓒ김한경

 ▲ 그러므로 우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소통해야한다. Ⓒ김한경


WHO IS THE FEMINIST?

 

페미니스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가? 일부 페미니스트는 짧은 머리, 정장 바지, 화장기 없는 얼굴 등 여성성을 드러내지 않는 외모를 페미니스트의 조건으로 삼는다. 단순히 겉모습으로 한 사람이 가진 생각과 기준을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페미니스트는 여자, 남자, 또 다른 성(性)이 될 수 있다. 또한 20대 일 수 있고, 60대 일 수도 있다.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김한경

 

우리가 생각하던 것들이 사실은 "페미니즘"이었다


페미니스트의 테이블 워크샵전시장 내 글귀

 ▲ 페미니스트의 테이블 워크샵 / 전시장 내 글귀 Ⓒ김한경 


전시 기간 중 2차례 <페미니스트의 테이블>이란 이름으로 전시참여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전시를 감상하고, 기획자들과 페미니즘에 대한 발칙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라고 소개하던 20대 청년들, “페미니즘, 우리 때도 있었던 이야기”라던 50~60대 어머님들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페미니즘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알고 싶었고, 그래서 모였다. 각자가 느꼈던 불편함이 분명 존재했고, 그건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날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평소 생각하던 것들이 사실은 “페미니즘”이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러나 어쩐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 아니 ‘페밍아웃’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것은 우리가 페미니스트에게 많은 지식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한 책임을 애초에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의 Ted 강연의 말로 글을 끝낸다.


록산 게이(Roxane Gay) 나쁜 페미니스트, 어려운 여자들 저자

 ▲ 록산 게이(Roxane Gay) 『나쁜 페미니스트』, 『어려운 여자들』 저자 Ⓒ네이버


“우리는 페미니스트에게 완벽함을 요구합니다.

아직도 원하는 게 많고, 필요한 게 많기 때문이죠.

건설적인 비판을 넘어서,

어떤 여성의 페미니즘을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분해하고 갈가리 찢어놓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습니다.

나쁜 페미니즘 혹은 보다 포용적인 페미니즘이 출발점입니다.

그 다음엔 어떻게 되죠?

우리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책임을 갖거나 함께 나아가고 좀 더 용기를 갖는 겁니다.“




사진= 광주여성재단, 김한경,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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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 www.gjwf.or.kr

☎ 062-680-0500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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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한경

[인문쟁이 2기]


김한경은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시가 좋아서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지만 지금은 시를 쓰지 않는다. 예쁜 옷을 입고 예쁜 개인 카페에서 사진을 찍고 싶지만 겉으론 이런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하루는 기대하고, 하루는 절망하며 산다. 기독교지만 매일 오늘의 운세를 확인한다. 힘들 때 같이 울어주던 문장들을 기억하고 있다. 인문학에서 얻었던 위로를 모두와 나누고 싶다. 문학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인문쟁이 2기에 지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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