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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속 심리학 - 공감, 거울 같은 관계

서울대학교 미술관 「미디어의 장」 관람

인문쟁이 김민정

2019-12-19


서울대학교 미술관 '미디어의 장' 전시장 입구

▲ 서울대학교 미술관 / 「미디어의 장(Media Field)」 전시장 입구 ⓒ김민정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미디어의 장」을 관람했다. 2006년 개관한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대학 미술관이다. 재학생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의 예술적 교류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미술관 내부 풍경

▲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서울대학교 미술관 내부 ⓒ김민정


관람객은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유기적으로 배치된 작품을 물 흐르듯 이동하며 감상할 수 있다. 「미디어의 장」은 현대인의 삶의 양식과 의식 구조 변화에 미디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전시다. “사실상 얼마 안 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두가 서로 연결될 것이다.”라는 미국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의 말처럼, 미디어는 사람들의 공유 욕구를 반영한다. 참여 작가 13명의 작품 중 일부를 ‘공감(empathy)’에 초점 맞춰 감상하고, 공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공감은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것



백주미 작가의 인터랙티브 아트 '연결 PtoP'

▲ 백주미 <연결(Link) PtoP>(2018), 사진 찍는 필자가 비친 영상 일부 ⓒ김민정


백주미의 <연결 PtoP>는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다. 인터랙티브 아트는 관객의 움직임에 시시각각 반응하며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작품을 말한다. 대형 스크린 앞에 서면 내 모습이 나타나고, 점이나 선으로 분해되어 흩어진다. 그리고 그 입자들은 화면 앞에 선 다른 관객과 연결되며 재구성된다. 사람의 모습을 거울처럼 그대로 비춰주는 것에서부터 작품은 시작된다. 이때,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즐거워하는 내 기분도 함께 복제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작품은 나에게 공감하고 있는 걸까? 공감은 상대방의 의견이나 감정에 자신도 그러하다고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상대와 나는 분리된 대상이기에 완전히 똑같이 생각하고 느낄 수 없지만, 그에게 최대한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공감 능력을 가진 신생아와 원숭이

▲ 공감 능력을 지닌 신생아와 원숭이 ⓒWikimedia


공감은 선천적이며 인간의 몸속 신경회로에 이미 내재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도 주위 다른 아기들이 울면 따라서 운다. 이를 ‘신생아 반응성 울음(infant reactivity crying)’이라고 일컫는다. 녹음된 자기 울음소리에는 반응하지 않는 이 신기한 현상은, 아기들도 본능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고 이해하며 감정을 일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996년 이탈리아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는 타인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는 신경세포인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을 발견했다. 그의 실험 대상 원숭이는 가만히 있으면서 사람이 행동하는 것을 관찰하기만 했는데도, 직접 움직일 때와 똑같은 뇌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자신이 실제 경험하지 않고서도, 마음속에서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고 기쁘거나 슬픈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의 공감



디지털 미디어에 적용된 AI(Artificial Intelligence)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공감에 도전한다. 즐겁거나 지루하다는 정서적 언어에 반응하고, 웃거나 우는 표정을 세심하게 알아챈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오류가 생긴다. 인간의 말을 듣고 이해하지 못하고,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정지수 작가의 '시리를 위한 미술관 예절'

▲ 정지수 <시리를 위한 미술관 예절(Museum Manners for Siri)>(2016) 영상 일부 ⓒ김민정


정지수는 <시리를 위한 미술관 예절>에서 시리가 미술관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듣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시연한다. 시리는 휴대폰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고 전화를 걸어주거나 근처 맛집을 소개해 주는 아이폰 음성 인식 서비스다. 시리에게 작품을 감상할 때 “한 발짝(Step) 물러서서”, “눈으로 봐(Look).”라고 말하지만, 시리는 “찌르고(Stab)”(왼쪽 사진), “고리 모양을 만든다(Loop)”(오른쪽 사진). 간단한 주의사항인데도 알아듣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한다. 


이은희 작가의 '콘트라스트 오브 유' 영상 일부

▲ 이은희 <콘트라스트 오브 유(Contrast of Yours)>(2017) 영상 일부 ⓒ김민정


AI 안면인식 기술 역시 완벽하지 않다. 이은희는 <콘스라스트 오브 유>에서 FBI가 얼굴인식 기능과 비디오 감식을 통해 일반인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하고, 구글 포토가 흑인을 고릴라로 분류한 사례 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통의 한계가 인공지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오해가 적지 않다. 상대편의 말을 경청하기가 어렵고, 얼굴 생김새만으로 편견이 가득한 판단을 내린다. 공감은 타고난 본성이며 거울 뉴런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속에서 타인의 마음이 어떠할지 짐작하며 감정 이입하기는 쉽지 않다. 



다소 서툰 공감



장유정 작가의 '흐름 #4', '자연스러운 자연 #4'

▲ 장유정 <흐름(Flow) #4>(2019) / <자연스러운 자연(Natural Nature) #4>(2018) ⓒ김민정


장유정은 <흐름>과 <자연스러운 자연> 시리즈에서 식물을 찍은 사진과 그 식물을 최대한 닮은 사물을 짝지어 놓았다. 사진 앞에 꽃과 비슷한 노란 빛을 발산하는 스탠드가 서 있고(왼쪽 사진), 식물의 잎 색깔과 같은 빨갛고 초록인 냅킨이 차곡차곡 쌓여있다(오른쪽 사진). 사진 속 자연은 우리 눈에 비치는 가상 세계의 이미지이고, 우리는 이 이미지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이미지와 가장 닮았다며 현실 세계에서 찾은 사물들은 전혀 같아 보이지 않는다. 


장유정 작가의 '흐름#1' '자연스러운 자연 #6, #3'

▲ <흐름 #1>(2019) / <자연스러운 자연 #6, #3>(2018) ⓒ김민정


가상 세계의 이미지를 모방한 현실 세계의 사물들은 여러 가지 모습이다. 녹색 테이프가 얼기설기 얽힌 황토색 충전재 종이가 천장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왼쪽 사진), 카키색으로 색을 통일한 유토(찰흙에 기름을 섞어 조각으로 빚기에 적당하도록 만든 흙)가 스테인리스 스틸 받침대 위에 놓여 있기도 하고(가운데 사진), 머리빗이 끼워진 가느다란 철사가 벽에 살짝 기대어 있기도 하다(오른쪽 사진). 


작가의 연작을 보고 있으면, 사진 속 이미지는 타인의 모습 같고, 현실 세계의 사물은 내 모습 같다. 타인의 모습을 따라 하며 그에게 공감하려고 애쓰지만, 그러한 내 모습이 다소 서툴러 보인다. 공감한다며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섣불리 이해한다 말하지 않았는지. 무작정 다 잘 될 것이니 힘내라고만 격려하지 않았는지. 무슨 조언이라도 꼭 해줘야 한다고 스스로 강박감을 지녔던 것은 아닐까? 상대는 그저 지금 자신과 같은 감정을 거울처럼 그대로 비춰주는 이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는데 말이다. 


○ 전시

전시명: 미디어의 장(Media Field)

기간: 2019.9.5.~2019.12.4.


○ 공간 정보

주소: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1 서울대학교 미술관

운영 시간: 화-일요일 10:00-18:00 (*개교기념일 10월 15일, 1월 1일, 구정과 추석 당일, 전시 준비 기간은 휴관)

문의: 02-880-9504


○ 관련 링크

홈페이지: http://www.snumoa.org/

오시는 길: http://www.snumoa.org/page.php?nid=2


○ 사진 촬영_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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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김민정
인문쟁이 김민정

2019 [인문쟁이 5기]


"심리학을 전공한 미술관 도슨트. 미술에 심리학을 접목한 <미술로 보는 심리학>을 강의하고 블로그 <미술 감상 심리학>을 운영하면서, 미술 심리에 관심 있는 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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