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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마음밭 차 문화제

독립문화공간네크워크, 따로 또 같이 충주에서 문화의 꽃 피우는 사람들

인문쟁이 원혜진

2019-12-26


충주는 과거 '국원성', '중원'으로 불리던 우리나라 중심에 자리한 고장입니다. 비옥한 평원이 있고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많은 교통의 요지이며 달천이 흘러들어 남한강에 합류하는 곳. 올해 5월 충주에 의미 있는 모임이 생겨났습니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며 충주에 공간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독립문화공간네트워크입니다. 전 중원문화재단 대표였던 송재준 님이 대표를 맡고, 한글박물관 김상석, 극단 보물 김종구, 선재마을 유지선, 안단테(미술) 권연정, 아름 건축 민경일, 시인 안애정, 세상상회 카페 (담장 프리마켓, 보탬청년협동조합) 이상창, 그림책 공간 정승각, 충주탄금다례원 정진수, 창작극단 하다 허윤희,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의기투합을 했습니다. 서로 정보교환과 협업을 통해 충주에서 오래도록 활동하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독립문화공간네트워크에 대해 듣고 궁금하던 차, 충주 앙성 선재마을을 찾았습니다. 선재마을에서는 2008년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올해 5월까지 열두 번의 선재음악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10월에는 마음밭 차(茶) 문화제를 개최한다기에, 아이를 데리고 가을 나들이를 나서보았습니다. 날이 흐리고 한차례 소나기도 지나갔지만, 남한강변을 따라 앙성면에 접어드니, 데이트하기 딱 좋은 코스입니다. 인근에서 앙성 탄산 온천 축제가 한창이라 차도 많고 사람도 많습니다. 시골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드디어 안내 표지판이 보입니다. 


선재 차문화제 포스터 / 문구: 마음밭에 꽃을 피우다. 2019 1 선재 차문화제 SUNJAE Tea Culture Festival 2019_10_5(토) 11:00-17:30 차꽃이 피니 맑은바람 불어오네 캘리그라피로 만나는 茶   음악_춤_예술과 만나는 茶  다기_다식_유물전시로 만나는 茶   30여 茶人들이 펼치는 달천수들차회 찻자리   茶 관련 플리마켓  선재마을 Sunjaemaul 충북 충주시 앙성면 음촌2길 61-30 참가비 5만원(중식제공) 예약문의 043.855,8408 _ 010.2491.3359

 ▲ 2019 선재 茶 문화제 포스터 ⓒ원혜진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시작했습니다. 다기전(展), 우리한글박물관의 차 관련 유물전, 누비와 다식(茶食)전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된 <3색(色) 특별전시>와 <문자지차(文字之茶), 문자로 차(茶)를 만나다>, <점심(點心), 마음에 점을 찍다>, 오후에는 공연과 <달천수들차회 – 차 한잔에 마음 내리고>가 이어집니다.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전시와 공연이 이어져, 선물세트마냥 푸짐합니다. 도착했을 때 마침 백경우 님의 한량무 공연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반주는 김덕수 님이 맡았습니다. 차 문화제라고 해서 왔는데, 이런 좋은 공연을 보는 호사를 누리다니. 조금 놀랐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춤에 이어 <앙상블 시나위>의 공연이 이어집니다. 김덕수 님과 <앙상블 시나위>의 <마왕을 위한 시나위>를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이야. 


다도 시연

 ▲ 다도 시연 ⓒ원혜진


 작은 무대를 꽉 채운 멋진 공연을 마치고 옆 시골집으로 이동합니다. 들차회라고 해서 어떤 형식일까 궁금했는데, 말 그대로 들에서 차를 마시는 모임이네요. 충주는 물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예부터 사람들은 달천수를 좋은 물로 손꼽았다고 해요. 그 물로 차를 마시니 더욱 좋겠지요. 각 지역에서 모인 30여 다인(茶人)들이 다양한 찻자리를 골라먹기 좋게 펼쳤습니다. 월인재(月印齋), 지은 지 130년 된, 고요한 달빛이 새겨진 집이라는 뜻입니다. 작은 방마다, 툇마루와 마당에도 자리를 깔고 펼쳐진 찻자리. 처음 본 풍경이라 낯설면서도 아, 참 좋습니다. 


마당에 펼친 찻자리

 

마당에 펼친 찻자리

 ▲ 마당에 펼쳐진 찻자리 ⓒ원혜진


가장 먼저 입구 찻자리에 자리를 잡아봅니다. 인사를 하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내어주시는 차를 마십니다. 천안에서 오셨다고 호두과자를 주시네요. 평범한 호두과자지만 예쁜 그릇에 담아 위에 찻가루를 뿌려 주십니다. 아이는 조금 쓰다고 했지만, 팥소의 단맛과 잘 어우러진 것이 제 입맛에는 딱 좋았습니다. 즐겁게 한담을 나누다가, 다른 찻자리에도 가봅니다. 안동에서, 천안에서, 그리고 충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오신만큼 녹차, 황차, 보이차 등 조금씩 다른 차를 주셨어요. 다만 한 가지는 모두 같았습니다. 정성을 다해 자리를 만들고 예쁘게 장식한 차 한 잔. 감동이었습니다. 마치 연주자가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하여 무대에 오르듯 경건한 움직임입니다. 한 평도 안 되는 찻자리를 스스로의 무대로 삼아,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몸짓으로 차를 내리고 내어주는 따뜻한 마음.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어떤 순간이라니. 그 정성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충만합니다. 


오래된 집 작은 방에도, 툇마루와 마당, 평상에도 찻자리가 펼쳐집니다

 

오래된 집 작은 방에도, 툇마루와 마당, 평상에도 찻자리가 펼쳐집니다

 ▲ 오래된 집 작은 방에도, 툇마루와 마당, 평상에도 찻자리가 펼쳐집니다. ⓒ원혜진


고즈넉한 분위기의 시골 마을에 이런 차 문화 축제가 있다니, 놀랍습니다. 아까 지나치며 보았던 화려한 지역 축제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관에서 주도하여 시군마다 똑같은 풍경이 연출되는 축제가 아니네요. 뭐랄까 자연 속에서 차 문화에 물드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평화와 고요의 선재마을. 2002년부터 문화공간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인연이 된 사람과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 인연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 분들이 마음을 내어 함께하고 있다고 해요. 어느 한 사람의 주도로 행사를 만드는 것이 아닌, 선재마을 식구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함께 준비합니다. 참여하는 사람들도 후원금을 내는 방식으로 힘을 보탭니다. 올해부터 봄가을 두 번의 축제를 개최하는 선재음악회는 이제 더 이상 누구 한사람의 기획과 의도에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문화는 스스로 살아남아 절로 자라납니다. 


선재마을 풍경

 

선재마을 풍경

 ▲ 선재마을의 풍경 ⓒ원혜진


충주 독립문화공간네트워크는 이러한 문화의 흐름을 함께 돕고자 합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어려움을 살피고, 각 개인의 발전을 도우며 따로 또 같이 발을 맞춥니다. 이번에는 충북 북부 지역 단재교육연수원과 연계하여 교원 가족과 함께 하는 나들이를 기획했습니다. 회원들의 공간을 돌며 충주 지역의 문화공간을 여행하는 나들이입니다. 오전에 목각인형이 사는 집에 가고 점심을 먹고 시내에서 책방 나들이를 하고 관아골 골목 카페에 가거나, 선재마을에서 한옥체험을 하고 차를 마시고, 극단 하다에서 스킨십을 통한 몸짓 표현놀이를 하는 식입니다. 3주에 걸친 프로그램을 짜서 시범적으로 시행했는데 호응이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원 가족 나들이 중 선재마을 방문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원 가족 나들이 중 선재마을 방문

 ▲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원 가족 나들이 중 선재마을 방문 

(사진 제공: 선재마을)


“사실, 지역에서 살아남고 꽃피우기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지역으로 내려오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고, 지원사업에만 매몰되기도 합니다. 이런 행사는 지원이 없으니까 참가비 입금을 해야 참여할 수 있어요. 5만원씩 100명이면 500만원으로 행사를 만드는 거죠. <앙상블 시나위>는 인도 여행의 인연으로 젊은 시절부터 자신들의 음악을 여기 <선재음악회>에서 발표하는 팀입니다. 김덕수 님도 이곳을 예술가들의 고향으로 삼고 싶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런 예술가들을 제대로 사례비를 주고 부르려면 상당히 부담이 되겠지요. 돈으로는 생각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지원을 조금 받으면 좋겠다 하고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관에서 조금 관심을 가지고 봐주면 좋겠어요. 행사의 취지는 그대로 살리면서 기본적인 운영에 대한 도움을 주는 정도의 지원을 받으면 좋겠지요. 독립문화공간네트워크는 이렇게 서로 어려운 점을 돕고 협업하여 오래도록 활동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사무국장을 맡은 <강아지똥>의 그림 작가 정승각 님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의식이라고 지적합니다. 함께 꽃피우고자 모인 사람들, 지역으로 내려와 이곳에서 살아남고자 노력하는 독립문화공간네트워크 회원들이 하나하나 궁금해집니다. 따로 또 같이, 함께 즐거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문화란 번듯한 겉모습만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닙니다. 멋진 건물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함께 하는 사람이겠지요. 문화의 힘을 믿는 사람들, 즐거운 일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일을 많이 만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입니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입니다.” (백범 김구, <나의 소원>)


장소와 주차문제로 인원 제한이 있습니다. 내년 선재마을 음악회와 차 문화제에 참가하실 분, 선재마을을 방문하실 분들은 미리 연락을 하시길 바랍니다. 상업적으로 운영되지 않지만, 미리 연락을 하시면 한옥, 차, 음식 체험이 가능합니다. 


사진 촬영_원혜진


주소_충북 충주시 앙성면 음촌2길 61-30

문의_선재마을 010-2491-3359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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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원혜진

2019 [인문쟁이 5기]


충북 괴산, 아이 넷과 함께 캠핑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는 철없는 엄마.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며 시골살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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