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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리고개를 넘어간다

춘천 약사명동

인문쟁이 백도영

2019-12-24


자신이 사는 동네를 잘 아느냐고 질문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필자 또한 필자가 사는 곳에 어떤 이야기가 있고 어떤 무늬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돌이켜 보면 잘 알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곳을 내가 모르면 누가 알아주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물음에 대한 답을 알려줄 약사마을에 다녀왔다. 



약사마을에 무슨 일이?



약사마을의 하늘

▲ 약사마을의 맑은 하늘 ⓒ백도영


약사마을은 강원도 춘천시 약사명동에 위치해 있다. 마을의 이름이 무척 매력적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 ‘약사’의 의미와 같다. 조선시대 약사명동에는 약방들이 길가에 즐비했고 약사원이 소재하여 약사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약사마을은 매력적인 이름과는 달리 매우 낙후되고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이 마을에 매우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누가 어떤 이유로 재미난 작당을 벌이는 것일까? 



터무니맹글의 재미있는 작당



재미난 작당을 기획하는 이들의 이름은 ‘터무니맹글’이다. ‘터무니맹글’이라는 이름은 바로 ‘터+무늬+맹글’의 합성어로, '약사마을이라는 터의 무늬를 만든다'는 의미를 가졌다. 터무니맹글은 약사마을에 머물면서 마을의 무늬를 발견하기 위한 활동을 기획 중이다. 지난해 정부의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약사마을의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의 문화기획 단체와 예술가들이 마을에 스며들어, 문화를 발견하고 무늬를 새겨 넣으며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마을에 스며들기 위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약사마을 터무니 창작소

▲ 방치된 집에 활력을 불어넣는 터무니 창작소

(사진 출처: 터무니맹글 페이스북)


약사마을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 방치된 집들이 매우 많다. 방치된 집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 예술가들이 작품을 전시하는 등 활동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이름하여 터무니 창작소. 터무니 창작소의 첫 번째 전시는 약사 마을 어르신들의 삶의 무늬가 담긴 초상화다. 마을 어르신들의 삶의 무늬를 초상화로 풀어내어 상당히 인상 깊은 전시였다. 이를 시작으로 지역 예술가의 작품들이 연이어 전시되고 있다. 

 

담 너머를 보기 위해서는 키를 늘여야 하는 집, 키가 자라는 집

▲ 담 너머를 보기 위해선 까치발을 해야 한다. '키가 자라는 집'

(사진 출처: 터무니맹글 페이스북)


마을 어르신의 삶의 무늬를 초상화로 풀어낸 전시

▲ 마을 어르신의 삶의 무늬를 초상화로 풀어낸, <사람무니> 전시 포스터 

(사진 출처: 터무니맹글 페이스북)


‘약사시집’은 마을의 빈집에 시적인 이름을 지어주고 그 이름을 조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키가 자라는 집’이라는 이름은 집 앞에서 담벼락 너머의 것을 보기 위해서 누구든지 발 뒤꿈치를 들게 되는데, 이런 모양새가 키가 자라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빈집에 이름 하나 붙였을 뿐인데, 영혼이 느껴지는 듯 했다. 

 

마을 곳곳에 숨겨진 작품들

▲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작품들 

(사진 출처: 터무니맹글 페이스북)


아무리 좋은 의미를 담고 있더라도 누군가 알아주고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가치가 빛날 수 없다. 마을에 스며들어 마을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터무니맹글은 약사마을 주민들을 바탕으로 마을의 문화와 특징들을 고려하면서 마을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과 함께 나이 들어 온 주민들이 약사마을에 어떤 ‘무니’를 새겨 넣을지 기대하며 약사마을에서는 또 어떤 재미난 문화와 예술이 만들어질지 기대해 본다.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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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권 백도영
인문쟁이 백도영

2019 [인문쟁이 5기]


사회학과 언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춘천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있다. 관심있는 키워드는 지역, 문화, 예술, 청년이다. 춘천 청년쌀롱, 아리바우길 걷기, 프로듀스005 등의 문화기획을 하며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한다. 한 발자국 뒤에서 사회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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