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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상사뱀 이야기

청평사에 깃든 슬픈 전설

인문쟁이 백도영

2019-11-19



옛날 옛적에 



어린 시절 엄마가 ‘옛날 옛적에~’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들로 밤을 꾸며주었던 시간을 기억한다. 이야기 하나로 공주도, 호랑이도, 마녀도 될 수 있었다. 가장 순수한 시기에 들었던 권선징악적 이야기는 도덕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사랑이 무엇인지 얼핏 짐작하게 해 주었다.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모를 이야기가 나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 주었다. 


"중국 원나라 순제의 딸은 매우 아름다운 미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궁중을 출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주에게 연정을 품었다. 어느 말직의 청년 관리 또한 공주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만 신분의 차이 때문에 사랑을 고백할 수는 없었다. 상사병을 앓던 청년은 죽을 때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죽어서라도 그녀와 함께 하리라”고 맹세한다. 어느 날 낮잠에서 깨어난 공주는 난데없이 뱀이 몸을 휘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겁을 했다. 하지만 뱀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죽고만 싶었던 공주는 궁중을 뛰쳐나와 청평사가 유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참배하고자 했다. 청평천을 건너 회전문 앞에 이르렀을 때 상사뱀은 공주가 걸음을 걷지 못하도록 요동을 쳤다. 공주는 상사뱀에게 속히 절 구경을 하고 돌아오겠노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뱀은 몸에서 떨어져 나왔고, 10년 만에 홀몸이 된 공주는 구성폭포를 맞으며 몸을 씻고 절 안으로 들어갔다. 법당과 절의 이곳저곳을 살피던 공주는 가사(袈裟)를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비단과 바늘이 널려 있는 방을 발견했다. 문득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옷인 가사를 만들고 싶다는 충동으로 아무도 없는 그 방으로 들어간 공주는 열심히 바느질을 했다. 그리고는 황급히 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뱀이 다시 공주의 몸을 감으려 하는 순간,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벼락이 떨어져 상사뱀이 새까맣게 태워 죽여 버렸다. 마침내 뱀으로부터 해방된 공주는 부왕에게 자초지종을 아뢰었고, 순제는 부처의 은덕에 감사하며 이 절에 공주탑을 세웠다고 한다."

_ 출처: 한국불교전설99 


강원 춘천시 북산면에 위치한 청평사에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공주와 상사뱀 이야기가 전해진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많은 이야기들과는 달리 공주와 상사뱀 이야기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애절한 사랑이야기인지, 집착된 사랑에 대한 권선징악적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공주의 좌절감과 상사뱀의 비통함이 느껴지는 설화라는 것은 알 수 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청평사로 향했다.



청평사로 가는 길

 


소양강댐 정상 풍경

소양강댐 정상 백도영

 

청평사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소양강 댐 정상에서 배를 타고 가거나 조금 더 돌아가지만 육지로 가는 길이다. 나는 배를 타고 청평사에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평소 배를 탈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소양강 댐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가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소양호는 소양강댐이 조성되면서 생긴 국내 최대의 인공 호수라고 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호수지만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그림 같았다. 

 

청평사로 가는 배

▲청평사로 가는 배 ⓒ백도영

 

배에서 본 풍경

▲배에서 본 풍경 ⓒ백도영


청평사는 배를 타고 1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공휴일이라 그런지 배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가족 단위의 관광객과 젊은 남녀 커플이 많았는데, 청평사가 품고 있는 설화와 대비되는 풍경이라 생경함이 느껴졌다. 

 

공주와 뱀 전설을 동상으로 만들다

▲공주와 상사뱀 동상 ⓒ백도영

 

배를 타고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했지만 절에 닿기 위해서는 30분 정도 산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해발 779미터 오봉산 속에 옴폭 숨어 있는 청평사로 가기 위한 길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깊이 마시니 기분이 무척 상쾌했다. 길을 올라가다 보면 설화에 나왔던 공주와 상사뱀을 동상을 만날 수 있다. 그저 설화로만 알고 있던 공주와 상사뱀이 눈앞에 있는 모습을 보니 더 애달픈 마음이 들었다. 


구성폭포 전경

▲시원하게 떨어지는 구성폭포 ⓒ백도영


공주굴 입구

▲공주굴 ⓒ백도영


공주와 상사뱀 동상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공주가 목욕 했던 구성 폭포와 공주가 묵었던 공주굴이 나온다. 구성폭포는 높이가 9M에, 9가지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9가지의 소리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폭포 소리를 들으려 했지만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관광객이 많이 없을 때 다시 찾아 아홉 가지의 소리를 모두 들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전문 전경

▲회전문 전경 ⓒ백도영

 

가까이에서 본 회전문

▲가까이에서 바라본 회전문 ⓒ백도영

 

회전문 2층에서 본 풍경. 푸르름이 가득하다

▲회전문 2층에서 바라본 풍경 ⓒ백도영


길었던 언덕길을 마침내 오르고 나면 청평사의 회전문이 우리를 반긴다. 회전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인간 세상의 잘잘못을 내려다보는 하늘의 신인 사천왕이 있었다. 인간 세계 바로 위의 하늘인 사왕천에서 사천왕과 그 권속들이 한 달에 여섯 번씩 인간 세계로 내려와 동서남북을 빙빙 돌며 곳곳을 살핀다고 한다. 그래서 청평사의 사천왕문을 회전문이라고 하며 사천왕이 인간세계를 항상 돌아다니며 살피고 있음을 잊지 않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찾아온 곳에서 만난 또 다른 이야기가 반가웠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곳곳에 쌓인 수많은 돌탑

▲수많은 돌탑 ⓒ백도영


가족을 생각하면서 쌓은 돌탑

▲가족을 생각하며 세운 돌탑 ⓒ백도영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돌탑이 쌓여있었다. 나도 돌 하나를 쌓으며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했고 또 하나를 쌓으며 하나뿐인 언니를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담아 돌탑을 쌓고 주변을 둘러보니 돌탑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보였다. 돌 하나에 이야기 하나. 공주와 상사뱀 설화의 시작이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입에서 입을 통해 이어질 것만은 분명하다. 


○ 사진 촬영_백도영


○ 공간 정보

주소: 강원 춘천시 북산면 오봉산길 810 청평사

배 시간 : 30분 배차

배 요금 : 6000원

청평사 관람 요금: 어른 2000 / 청소년 1200 / 어린이 800 

홈페이지: http://cheongpyeong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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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권 백도영
인문쟁이 백도영

2019 [인문쟁이 5기]


사회학과 언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춘천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있다. 관심있는 키워드는 지역, 문화, 예술, 청년이다. 춘천 청년쌀롱, 아리바우길 걷기, 프로듀스005 등의 문화기획을 하며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한다. 한 발자국 뒤에서 사회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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