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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남자와 호방한 여자를 만나다

2019 달빛따라 문화재 탐방 ‘동춘당 야행’

인문쟁이 양재여

2019-10-31


가을과 함께 대전광역시는 ‘달빛따라 문화재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의 대표 문화재 동춘당과 소대헌, 호연재 고택을 중심으로 ‘동춘당 야행’, 그리고 우암사적공원을 중심으로 한 ‘우암 야행’ 두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필자는 동춘당과 소대헌, 호연재 고택에서 진행하고 있는 ‘동춘당 야행’에 참여했다. 


동춘당 야행은 ‘꼼꼼한 남자와 호방한 여자’를 타이틀로 달빛따라 문화재 탐방의 문을 열었다. 동춘당과 소대헌, 호연재 고택에서 만날 수 있는 꼼꼼한 남자와 호방한 여자는 누구일까? 궁금증은 동춘당 야행을 따라가다 보면 풀게 된다. 이제부터 필자와 함께 동춘당 야행 탐방길을 호방하고 꼼꼼하게 즐겨보자. 


동춘당 밤풍경

▲ 이번 동춘당 야행의 타이틀은 ‘꼼꼼한 남자와 호방한 여자’다. ⓒ양재여


동춘당 야행은 동춘당 종택 앞마당에서 시작되었다. 대부분 가족 단위 참가자였다. 먼저 사전 접수확인 후 팔찌를 받고 청사초롱 체험을 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야행 동안 발밑을 비춰줄 청사초롱은 야행이 끝난 후에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동춘당 야행을 두고두고 추억할 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청사초롱 체험이 끝난 후 옆 테이블에서는 엽서에 그려진 동춘당을 자기만의 색깔로 채우는 시간이 주어졌다.

청사초롱을 만져보는 체험자들

▲ 청사초롱을 체험하는 신청자들 ⓒ양재여


달빛따라 문화재탐방 강사가 동춘당과 소대헌, 호연재 고택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동춘당은 같을 동, 봄 춘, 집 당, ‘늘 살아 움직이는 봄과 같아라’는 뜻을 갖고 있다. 조선 후기 효종 때 대사헌과 병조판서를 지낸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호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춘당은 조선 시대 우리 지방의 대표적인 사랑채 별당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1963년 보물 제209호로 지정되었다. 송준길 선생은 이곳에서 독서와 교육을 하면서 인재를 양성했다. 


동춘당 건물은 단아하면서도 간소한 크기로, 유학의 덕목을 삶에서 실천하고 살았던 송준길 선생의 인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동쪽 네 칸은 대청이고, 서쪽 두 칸은 온돌방이다. 동춘당의 특징 중 하나는 아궁이를 낮은 곳에 작게 냈다는 점인데,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게 냉기만 겨우 없앨 정도로 엄격하게 살고자 했던 유학자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라 한다. 굴뚝을 찾을 수 없어 물어보니 서쪽 벽 아래쪽을 살펴보면 작고 네모난 구멍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아궁이라 한다. 


소대헌과 호연재 고택은 송준길 선생의 둘째 손자인 송병하가 1674년 분가하여 법천(지금의 법동)에 건립하였던 것을 송병하의 아들 송요화가 1714년 현재의 위치로 옮긴 것이다. 현재는 소대헌보다 호연재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이 고택의 특이점을 두 채의 사랑채에서 찾을 수 있다. 대문에서 바라보는 왼쪽이 큰 사랑채로 아버지인 송요화의 사랑채인 소대헌이고, 오른쪽은 아들 송익흠의 사랑채인 오숙재다. 중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ㄱ’자형의 안채가 있는데 안채의 주인인 호연재 김씨는 송요화의 부인으로, 탕탕한 군자의 성품을 품은 조선시대 여성으로서 200수가 넘는 한시를 남겼다. 이 고택은 동춘당 종택의 작은 집으로 불리는데, 종택에 전해지는 국화주와는 별개로, ‘송순주’가 가양주(집에서 빚는 술)로 전해지고, 대전무형문화재 제9-가호로 지정되어 있다. 


소대헌과 호연재 고택 야경

▲ 소대헌과 호연재 고택 ⓒ양재여

(송준길 선생의 둘째 손자인 송병하가 1674년 지금의 법동인 법천에 건립하였던 것을 송병하의 아들 소대헌 송요화가 

1714년 현재의 위치에 옮겨지었다. 현재는 소대헌보다 18세기 시인이자, 송요화의 부인인 호연재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동춘당과 소대헌, 호연재 고택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정려의 길’을 지나 고흥 류씨 정려각에 들러 인형극 <열녀 고흥 류씨>를 관람했다. 대전광역시 송촌동은 ‘삼강려 고을이’라 불렸을 정도로 충신, 효자, 열녀가 많이 나온 마을이다. 정려란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하거나 기념해야 할 일이 있으면 임금으로부터 받는, 지금으로 말하면 대통령 표창 같은 것이다. 받은 사람의 집 앞에 문을 세우거나 마을 입구에 작은 정각을 세워 기념한다. 유교사회에서 충, 효, 열을 알리고 널리 권장하기 위해서 나라에서 내린 것이다. 손가락을 베어 피를 부친 입에 흘려드림으로써 열흘 동안 생명을 연장한 은진 송씨 이야기가 특히 유명하다.


인형극 관람중인 체험자들

▲ 동춘당과 소대헌, 호연재 고택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정려의 길을 지나 

고흥 류씨 정려각에 들러 인형극 <열녀 고흥 류씨>를 관람하고 있다. ⓒ양재여


고흥 류씨 정려각은 젊은 여인이 500리 길을 혼자 걸어 시댁을 찾아, 그 자식을 훌륭히 키워 가문을 빛나게 한 고흥 류씨를 기리기 위해 내려진 정려다. 정려각 옆에는 “열부고려진사송극기처고흥유씨지려(㤠婦高麗進士宋克己妻高興柳氏之閭”라는 음각된 비를 세웠는데 송준길이 글을 짓고 송시열이 글을 썼다고 한다. 인형극을 통해 전해 듣는 고흥 류씨 이야기는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실감났다.


청사초롱으로 불밝히며 걸어가는 사람들

▲ 청사초롱으로 불밝히며 가야금 소리를 들으려 동춘당 생애길을 걷고 있다. ⓒ양재여


다음으로 발길을 돌린 곳은 동춘당 생애길이다. 2012년에 조성한 산책길로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탄생과 학업, 향촌활동 등 전 생애를 길과 연계해 스토리로 표현한 것이다. 동춘당 생애길을 걸으며 가야금 연주도 들을 수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고 청사초롱으로 발밑을 밝히며 작은 숲 언덕길을 걸어가는 운치는 이때만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색거리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호연재 이야기를 듣는 체험자들

▲ 호연재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참가자들 ⓒ양재여


야행을 마친 후 동춘당과 소대헌, 호연재 고택에서 송준길 선생과 호연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요일에 따라 호연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마임을 통해 호방한 호연재를 만나볼 수도 있다. 참여하는 날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필자는 여러 번 참석했기에, 호연재에 대한 이야기와 마임공연을 모두 체험했다. 동춘당 야행의 타이틀인 ‘꼼꼼한 남자와 호방한 여자’는 야행을 마친 후 이 공연들을 통해서 만나 볼 수 있는 것. 호방한 그녀는 다름 아닌 호연재였다. 호연재는 과거 공부를 위해 타지로 떠난 남편 없이 혼자서 그 큰 집 살림을 도맡았다. 종이 무려 30여 명에 이르렀는데, 과거 공부 중인 남편이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그 큰 집 살림과 많은 종을 먹여 살린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호방한 여자’라는 말이 맞구나 생각했다. 


동춘당 앞마당에서 펼쳐진 마당극

▲ 동춘당 앞마당에서 마당극을 펼치고 있다. ⓒ양재여


소대헌, 호연재 고택에 이어 동춘당 마당극으로 동춘당 야행은 마무리되었다. 동춘당 마당극을 통해 꼼꼼한 남자의 정체도 밝혀지는데, 마당극을 통해 동춘당의 의미와 송준길 선생의 생애를 만날 수 있어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송준길 선생은 아내를 맞을 때 성숙하고 온화한 인품을 가진 아내의 내면을 중요하게 여겼다. 역시 ‘꼼꼼한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춘당에 만발한 백일홍 / 현수막 문구 : 호연지기 플리마켓

▲ 동춘당 곳곳에 만발한 백일홍 ⓒ양재여


동춘당 야행을 통해 우리 문화를 더 가깝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와 연극, 마당극 등 다채롭게 준비된 색다른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동춘당 주변에는 백일홍이 많이 피어있다. 백일홍은 100일 동안 꽃이 피어 백일홍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선비들은 백일홍이 피고 지는 때를 보며 자신이 100일 동안 공부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필자의 아파트에도 백일홍이 예쁘게 피어있다. 이제 백일홍을 바라볼 때면 동춘당에서 공부했던 옛 선비들이 생각이 나,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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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양재여
인문쟁이 양재여

2019 [인문쟁이 4기, 5기]


대전의 골목 골목을 거닐고 대전의 잊혀져가는 곳을 기록하고 대전의 축억을 기록하는 대전을 사랑하는 아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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