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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날’, 600년 역사의 북촌마을 탐방

역사의 중심에서 SNS의 핫스팟으로

인문쟁이 홍경아

2019-11-28


매년 10월, 북촌문화센터에서는 ‘북촌의 날’ 행사가 열린다. 올해 행사에서는 북촌 한옥 체험, 장인에게서 배우는 목공예, 전통주 담그는 법, 금박공예를 배워 보는 원데이 클래스, 마을 해설사에게 듣는 동네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렸다. 그중 북촌의 변모상과 일대의 노포를 살펴보는 ‘600년 북촌의 도시 공간적 변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았다.



첫 번째 프로그램 - 600년 북촌의 도시 공간적 변화 



첫 번째 프로그램인 ‘600년 북촌의 도시 공간적 변화’는 북촌문화센터 안쪽 뜰에서 은정태 북촌문화연구소장의 강의로 시작했다. 한옥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참가자들은 총 4개의 키워드를 통해 북촌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북촌문화센터 풍경

북촌문화센터 안뜰에서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

▲ ‘북촌의 시(詩)적 장소를 찾아서' 현장. 북촌문화센터 안뜰에서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홍경아 


현재의 북촌이 형성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4개의 키워드는 ‘갑신정변* / 3.1 운동 / 해방 이후 건국준비위원회 / 한옥 보존 정책’이었다. 김옥균, 서재필, 서광범, 홍영식 등이 이끌었던 갑신정변이 실패하고 이 인물들의 집이 학교로 사용되면서 북촌 일대에 변화가 생겼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 사람들은 북촌으로 몰려들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몰락한 양반과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이 점차 북촌을 떠났다. 그 자리를 일본인과 친일세력이 차지했다. 친일파의 고급 별장이 지어지기도 했다.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을 계기로,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망은 덩달아 커졌다. 1920년대로 접어들면서 당시 학교가 많았던 북촌의 인구는 더욱 늘어나기 시작했다. 


*갑신정변: 1884년(고종 21) 김옥균(金玉均)을 비롯한 급진개화파가 개화사상을 바탕으로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목표로 일으킨 정변.

(출처 : 두산백과) 


일제강점기 때 북촌의 학교들 / 문구 : 경성고등보통학교(화동1, 100번지)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재동83번지)사립휘문고등보통학교(원동206번지, 계동 140번지) 중앙학원(계동1번지) 대동학원(계동35번지) 덕성여자실업학교(안국동26번지) 풍문여학교(안국동175번지) 재동소학교(재동23번지, 가회동215번지)

▲ 일제강점기시대 북촌의 학교들 ⓒ홍경아  


해방 이후에도 북촌은 좌파, 우파의 각 진영 인사가 모이는 정치의 중심지였다. 1983년에 북촌은 한옥 보존지구 및 4종 미관지구*로 지정되었다. 한옥은 내부구조를 변경하는 일은 가능하나 건물 형태를 바꿀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다른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를 할 수 없게 되자 해당 기관과 주민들과의 갈등이 생겨났다. 1991년 한옥 보존지구 지정이 해제되면서 일대에 빌라가 속속 들어섰다. 2001년부터는 난개발을 우려한 서울시와 주민들이 ‘ 북촌 가꾸기 사업’을 통해 마을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강의를 들으며 북촌이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가지 상반되는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종 미관지구: 한국 고유의 건축양식을 보존하거나 전통적 미관의 유지를 위해서 필요할 때 지정한다 


'북촌 600년의 발자취' 전시'북촌 600년의 발자취' 전시/ 문구 : 홍보전시관 북촌, 600년 세월의 발자취

▲ 북촌문화센터에 방문하면 ‘북촌, 600년 세월의 발자취' 전시도 감상할 수 있다. ⓒ홍경아  



두 번째 프로그램 - 북촌의 노포를 찾아 



두 번째 프로그램인 동네 투어는 북촌 20년 지기이자, 책 <북촌 탐닉>의 저자이기도 한 옥선희 해설사의 안내로 진행되었다. 투어가 시작되기 전 북촌의 노포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은 100년 된 기업을 2만 개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몇 개 없다는 것. 북촌의 역사는 600년이지만 그 기간 동안 워낙 변화가 심했기에 노포라고 해봐야 40년 된 점포가 고작이다. 옥선희 해설사는 ‘다른 동네는 몰라도 역사의 중심지였던 북촌에는 오래된 가게가 몇 개 있었으면 한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리시버를 귀에 꽂고 안내 목걸이를 목에 건 뒤 북촌 마을길로 향했다.  


마을 투어를 위한 리시버와 안내 목걸이 / 문구 : 우리는 아름다운 여행자입니다!

▲ 마을 투어를 위해 리시버와 안내 목걸이를 받았다. 안내 목걸이는 조용히 마을을 둘러보고 가겠다는 표식이라고 했다. 

오버투어리즘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상징물 같았다. ⓒ홍경아 


북촌에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가 많다. 하지만 표석을 설치하는 일에는 주민들이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건물 앞에 표석이나 비석 등이 있으면 개발 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사람들이 꺼린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을 찾는 이에게 표석 등을 통해 상세히 설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재산권이나 생활권을 침해한다는 문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기에 두 문제는 현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마을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 마을주민이기도 한 옥선희 마을해설사가 북촌의 역사적인 장소를 설명해주고 있다. ⓒ홍경아  


또한 행정과 관련한 문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도에 설치된 바닥 조명의 경우에 유리가 깨지는 등 그간 안전 문제에 다소간 허점을 드러냈고, 보행자의 눈을 부시게 한다는 민원도 있었다. 결국 예산을 들여 설치한 조명을 시멘트로 다시 메우게 되었다. 비단 조명뿐 아니라 도로명 표지판, 각종 안내판, 도로나 시설 등 북촌에 진정 어울리는 노력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조명 설치됐던 곳곳에 시멘트로 메워넣은 흔적

▲ 곳곳에 시멘트로 메워 놓은 흔적은 본래 조명이 설치되었던 자리다. ⓒ홍경아  


또 다른 문제는 상업시설과 관련된 것이다. 적어도 북촌 권역 내에는 다국적 기업과 일본 음식점만은 없었으면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많다. 예전에는 주민들의 편의시설로 가득 했었는데, 일대에 자본이 몰리면서 현재는 북촌의 전통과는 전혀 관련 없는 액세서리, 옷가게, 카페로 가득하다. 한옥만 지킨다고 전통 지구가 보존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옛 소아과 건물에는 스타벅스가 들어올 예정이다

▲ 1963년에 지어진 소아과 건물은 스타벅스가 입점할 예정이다. ⓒ홍경아 


오래된 참기름집 / 문구 : 대구참기름집 TEL 765-3475

▲ 1960년대 초반부터 운영된 대구참기름집 ⓒ홍경아 


북촌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네에 잘 스며든 가게도 있다. 3층짜리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과거 한식당을 개조한 ‘카페 어니언’은 지역 주민들도 성공적인 리모델링 사례로 꼽는다. 북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진관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정통 흑백 사진관'이 그것. 사진사는 북촌 상인들의 모습을 찍어 각 상점에 꼭 맞는 사이즈로 제작했다. 북촌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걷는 내내 눈에 들어온다. 가게보다는 사람이 눈에 먼저 들어와 골목에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 무슨 물건을 파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최대한 크고 눈에 띄게 거는 방식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 눈에 먼저 들어와 지나는 사람의 마음을 절로 움직인다. 


목욕탕을 고쳐 만든 젠틀몬스터 매장목욕탕을 고쳐 만든 젠틀몬스터 매장목욕탕을 고쳐 만든 젠틀몬스터 매장목욕탕을 고쳐 만든 젠틀몬스터 매장

▲ 북촌에서 성공적인 리모델링 사례로 꼽히는 ‘젠틀몬스터’ 매장. 원래는 목욕탕 건물이었다. 

곳곳에서 오래된 목욕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홍경아 


북촌의 사진관 / 문구 : 정통흑백사진관

 ▲ 북촌 상인들의 흑백사진이 가게마다 걸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홍경아 

 

골목을 돌고 돌아 100년 된 재동초등학교 담장에 도착했다. 담벼락에는 재동초등학교 모습을 담은 동판화가 붙어 있어 학교의 역사를 일별할 수 있었다. 그밖에 고가구를 수리하는 ‘윤씨 고가구’, 대저택인 윤보선 전 대통령 가옥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예상한대로 오래된 가게는 많지 않았다. 노포가 몇 남아있지 않은 현재의 북촌 풍경을 통해, 600년 동안 북촌 일대가 얼마나 큰 변화를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재동초등학교 돌담의 동판화 / 문구 : 재동100주년만세 1895년 개교한 재동초교 오랜 역사

 ▲ 재동초등학교 돌담에는 학교의 역사를 담은 동판화가 붙어있다. ⓒ홍경아 



꼭 인증해야겠습니까? 



조용히 구경하겠다는 표식을 목에 걸고 동네를 찬찬히 살펴보니 왁자지껄한 곳이 많았다.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외국인부터 주말 나들이를 나온 인파로 일대 곳곳이 소란스러웠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에서는 2017년부터 북촌마을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관광 허용 시간 지정, 단체 관광객 방문 시 가이드 동행 안내 시스템 도입,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집중단속, 쓰레기 수거 인력 확대, 개방 화장실 확대, 관광 가이드 사전교육, 주민주도 관리인력 등을 시행하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골목에는 마을 지킴이가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문구를 들고 있다. 마을 지킴이가 소음이 큰 곳에 다가가 정중히 조용히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주민의 생활에는 여전히 불편이 많다고 한다. 우리 집 앞이 어느 날 갑자기 ’SNS 성지‘가 되어 사람들로 북새통이 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오버투어리즘으로 고통받고 있는 곳은 비단 북촌만이 아니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도시는 주민 피해와 환경훼손을 막기 위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유럽은 주요 문화유산지에 관람객 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는 관광세를 도입했고, 파리는 모나리자 관람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도시를 홍보하는 광고를 중단했다. 뉴욕도 자유의 여신상 관람을 제한할 예정이다. 관광지를 찾은 나 자신의 모습을 ‘인증’하고 이것을 ‘자랑’하는 문화가 역으로 관광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배경이 예쁜 곳에서 사진을 찍어 자랑하는 일이 여행의 목적 자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리는 누구를 위해 여행하고 있나,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오래된 것은 지키고 새로움은 스며들도록 



오래전 암스테르담 여행 중, 백년이 넘은 집들이 수백 채가 잘 보존되어 있는 모습에 감탄한 적이 있다. 네덜란드 정부에서 매년 전통가옥을 보존하기 위한 지원금이 지급되고, 집주인들도 전통가옥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전통 가옥

 ▲ 네덜란드의 canal house, 대부분 백 년이 넘은 집들로 삐뚤삐뚤한 집들이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unsplash.com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서울의 소위 ‘뜨는 동네’였던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홍대, 삼청동, 연남동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젠트리피케이션 여파가 몰아쳤다. 자본이 휩쓸고 지나간 거리의 빈 점포가 늘어선 풍경에는 황폐함만 남았다. 오래된 것을 지키고 새로움이 스며들 수 있도록 각자의 이익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을까. 한국처럼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과연 그것이 실현가능할지 의문이지만, 자본가뿐만 아니라 주민,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관광객이 각자의 이익만을 따질 때 사람들이 사랑했던 동네는 활기를 잃고 지금보다 더 황폐화될 것이다. 이제 백년을 바라보는 안목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북촌을 지켜내고 싶다는 주민들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인문 정보 

북촌문화센터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길 37 

홈페이지 : http://hanok.seoul.go.kr 

문의 : 02-741-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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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문쟁이 5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화가 날 때마다 글을 썼습니다. 글로 생각을 기록해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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