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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4대를 잇는 고소한 기술, 삼대 기름집

현원곤, 상훈 씨 부자

김지혜

2019-01-25


천안시 동남구 중앙시장길은 유달리 노포가 많다. 그중 으뜸은 삼대 기름집. 이름은 삼대인데 사대인 상훈 씨가 가업을 이었으니 간판도 바꿔 달아야 할 참이다. 1930년경부터 90년 가까이 이어온 고소한 기술에 손님을 귀하는 여기는 마음. 그들은 두 가지를 함께 볶는다.


삼대 기름집의 세 가족



가장 고소할 때를 아는 것


시작은 할아버지의 고향인 ‘개성집’이었다. 아버지가 맡으면서 ‘천안제유소’가 되었고, 36년 전, 지금 이름인 ‘삼대 기름집’이 되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매일 쓸고 닦아 그 모양새를 유지했다.


가게 안에 들어서자 한쪽 기계에서는 기름이 졸졸, 반대편에선 흰 떡이 숭덩숭덩 썰려 나온다. 가운데 놓인 의자를 차지한 손님들은 수다에 여념이 없다. 손에 들린 요구르트와 건빵은 손님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간식이다. 단골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건네받는 성의이다. 현원곤 씨는 아내가 점심을 대접할 때도 많다고 했다. 아내 전유산 씨는 바쁘지 않았으면 더 좋은 음식을 대접했을 거라며 웃었다.


“하루에 50명도 넘는 손님이 와요. 가마로 치면 20개 정도? 오래 기다리는 손님이 많다 보니 간식을 드리게 되었어요.

어쩔 땐 참기름 듬뿍 넣은 비빔밥이나 국수도 말아드려요.”


손님을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은 기술보다 먼저 배웠다. 지금까지 다른 방앗간과 달리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기술도 남다르다. 깨 볶는 기술은 4대째 전해져 오는 극비사항인데, 현원곤 씨는 “깨가 가장 고소할 때를 아는 게 기술이라면 기술”이라고 했다.


“기름 맛이 다 달라요. 먹어 보면 알죠? 볶는 노하우가 있어요. 나랑 아내, 그리고 아들. 이렇게

세 사람만 아는 비밀이에요. 좋은 깨를 보는 눈도 중요하고요. 하지만 깨가 매일 좋을 순 없으니까 저온 창고를 지어서 보관해요. 섭씨 3도로 맛을 유지하죠. 세상이 많이 좋아졌어요. 보관도 그렇고 기계도 그렇고. 우리 아버지는 나무로 만든 재래식 도구로 기름을 짰는데 장정 여럿이 목틀을 몇 시간을 돌렸어요. 아주 힘들었지. 그다음에 쓴 게 전동기계였는데 깨 한 말 짜는데 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지금은 뭐 3분이면 한 병이 나와요.”


벽면에 붙은 글자들, 들깨, 참깨, 땅콩, 호두, 살구씨, 복숭아씨, 해바라기씨, 호박씨, 산초, 피마자, 홍아씨, 달맞이 등등. 어떤 씨앗도 고소하게 볶고 짜는 이들의 솜씨는 장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MBC TV 방영 삼대기름집 컴퓨터 기름기계 천안방앗간 삼대 기음집 천안스포츠 흰떡. 둥굴레 여주 무말랭이 우엉. 기름, 들기름(국내산), 들기름(국내산). 아로니아, 도토리, 쑥, 마, 다시마, 표고버섯, 멸치, 인삼 기름보관최적온도 상온 15~20도씨 보관방법 냉장보관 시에는 맛과 향이 저하될 수 있으니 직사광선을 피해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시고, 가능하면 소금독에 넣어 두고 보관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침전물상식 기름에 생기는 침전물은 인지질 성분으로 두뇌나 신경세포의 구성성분이니 안심하시고, 기름의 풍미도 높이고 더욱 건강하게 드시려면 흔들어 함께 섭취하세요.  삼대기름집 충정남도 가업승계기업 삼대방앗간 천안시 전통업소 천안시장 흰떡 합니다 썰어서 팔어유 CCTV작동중



골목 어귀를 지킨 90년이 계속되길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 상훈 씨는 한 번도 썰렁한 골목을 본 적이 없다. 가게 바깥에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가다 보면 늘 제집이 나왔다. 대학을 졸업 후 체육 선생님이 되고, 다 자랄 때까지 부모님은 상훈 씨에 가게 일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버지 현원곤 씨는 재미난 일이지만 혹여나 몸이 축날까 봐 그랬다고 마음을 털어놓았다.


“제가 허리디스크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해 하루도 안 쉬고 몇십 년을 일한 대가였지요.

방앗간 일은 정말 즐거운데 몸이 고되요. 아들한테는 물려받으라는 소릴 쉽게 못 했죠.”


10년간의 교직 생활을 놓게 만든 건 어머니, 전유산 씨의 병 때문이었다. 5년 전 발견된 췌장암은 다행히 초기였다. 치료와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삼대 기름집은 걱정으로 물들었다. 상훈 씨는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건강이 악화되는 걸 보고 학교를 떠났다. 언젠가 물려받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시기가 당겨진 것이다. 다행히 전유산 씨는 얼마 전 완치 판정을 받았다.


“부모님은 아무리 바빠도 일을 돕게 한 적이 없어요. 그래도 어깨너머로 조금씩 보고 배웠지요. 어릴 때나 지금이나 손님들에게 똑같이,

친절하게 대하는 인성을 배웠고요. 심지어는 대사까지 똑같이 해요. 손님 챙기고 기름 짜는 걸 직접 해보니 정말 바쁘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루하루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재밌어요. 활기 넘치고.”


전유산, 현원곤 부부 / 충청남도 가업승계기업 삼대방앗간, 천안시 전통업소, 삼대 기름집, 흰떡합니다 썰어서 팔아유 / 현상훈 씨


더욱 바빠진 이유가 있다. 상훈 씨가 얼마 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포장도 직접하고 택배도 보내야 해서 손이 많이 가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오프라인 판매만 고집할 수 없다는 게 상훈 씨 생각이다.


삼대 기름집은 2016년 충청남도 가업승계기업과 천안시 전통업소로 선정되며 그 명성을 인정받았다. 자부심도 4대째 이어지고 있다.


노포(老鋪)라는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많은 가게가 생겼다 사라지는 시대. 그럼에도 한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존재는 우리에게 위로로 다가온다. 골목 어귀,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방앗간만큼은 4대를 넘어 5대 6대가 되길. 이곳을 찾는 손님과 같은 마음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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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지혜
김지혜

사람이라는 텍스트를 좋아하는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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