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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이름이 적힌 누군가의 페이지

춘천, 썸원스페이지 대표 손영일

인문쟁이 김지영

2018-03-29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그런 날이 있다. 모든 걸 뒤로하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날. 지긋지긋한 일상에 마침표를 찍고 어디론가 무작정 가버리고 싶은 날. 여행이란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디여도 좋은 곳이라고 했던가. 그런 순간엔 어디에서 힘이 나는지 어느새 짐을 꾸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2018 트렌드 키워드로 ‘소확행(小確幸)-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소개되면서 ‘소도시 여행’이란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화려한 휴양지도,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해외여행도 아닌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내가 사는 공간을 벗어나면 어디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도시를 걷다 보면 앓듯이 괴롭던 고민도 어느 샌가 사라져 있곤 했다.


 


 

 

도시여행자를 위한 연결과 소통의 공간

썸원스페이지 대표 손영일 인터뷰

 

Q. 공간소개 부탁드립니다.

A. 썸원스페이지는 누군가의 페이지라는 뜻인데요.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오픈한지는 2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원래 웹디자이너로 근무했었어요. 썸원스페이지만의 특징은 방마다 방명록이 있다는 점이죠. 공용공간에 있는 방명록은 가볍게 쓴 글이 많지만, 방에 있는 방명록은 무겁고 진지하게 쓴 글들이 많아요.


Q.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붐일 때에는 여행자들끼리의 만남을 주선하며 파티를 주최하는 곳이 많았어요. 썸원스페이지는 정적인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어서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조금씩 세분화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공간이든 주인의 성향이 드러날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그냥 조용히 와서 쉬다 가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운지 '읽은 책' 전경1

라운지 '읽은 책' 전경2라운지 '읽은 책' 전경3

라운지 '읽은 책' 전경4

 ▲  라운지 '읽은 책' 전경

 

Q. 웹디자이너로 근무하시다가 썸원스페이지를 운영하시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A. 언제까지나 회사생활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마흔이 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했어요. 여행자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조용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해보고 싶어서 썸원스페이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태어난 고향이 춘천은 아니지만, 초·중·고 시절을 춘천에서 보냈죠.


Q. 웹사이트에 도시여행의 매력적인 장소들이 소개되어 있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다정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소도시 여행의 매력을 잘 소개해주고 계신 것 같아요.

A. 예전에는 단체여행이나 관광지를 여행했지만, 요즘은 주로 혼자서 혹은 둘이서 가는 여행이 많지요. 수학여행 때 갔던 여행지를 또 갈 필요는 없잖아요. 요즘은 지역의 정서를 느끼려고 하는 여행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경주를 가더라도 천마총을 가는 것 보다 동네의 작은 가게나 골목을 둘러보는 여행이 이미 많은 것 같아요. 도시여행자들이 많아지고 있고요. 원래는 자연이 가까운 곳에서 하려고 하다가 교통이 가까운 곳으로 오게 되었죠. 게스트하우스는 젊은 뚜벅이 여행자들이 많다 보니 교통의 편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여행지로서 춘천의 매력은 어떤 점인가요?

A. 저도 아직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 같아요. 느린 문화? 전체적으로 흐름이 느리다고 할까요? 서울과 가까운데 불구하고 문화적인 부분도 느리게 전파되고, 쫓기듯 살아가지 않는 모습들이 예전 그대로인 것 같아요. 서울에서 오시는 분들은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기에 가장 가까운 곳이 춘천이라고 말씀하세요. 뭔가 특별하게 하지 않아도 산책하거나 쉴만한 곳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계획 없이 오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방명록 글귀 등으로 만든 명함

누군가의 방처럼 꾸며진 객실 내부객실 안의 캘린더에도 각자의 사연들이 적혀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여행 방명록1다양한 사람들의 여행 방명록2

 ▲  방명록 글귀 등으로 만든 명함 / 누군가의 방처럼 꾸며진 객실 내부 / 객실 안의 캘린더 / 다양한 사람들의 여행 방명록이 공간 한켠에 전시되어 있다.


썸원스페이지에 다녀가시고 SNS로 연락하면서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얼마 전에는 “춘천에 눈 와요”하고 올렸더니 그날 바로 눈 보러 오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리고 그날 바로 가셨어요, 다시. 그냥 차 한 잔 마시고 가는 거예요. 춘천이라는 곳이 그분에게는 썸원스페이지와 저라는 사람이 여기 있고, 눈이 마침 왔고, 퇴근하는 길에 눈이 온다길래 여기 와야겠다 싶어서 왔다가 다시 가는 곳인 거죠. 마음먹고 떠나지 않아도 즉흥적으로 왔다 갈 수 있는 곳. 춘천의 매력은 그런 점이 아닐까요.


Q. 방마다 방명록을 따로 두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저희는 조용한 숙소에요. 방에 TV도 없고 뭐 책 조금 읽고. 그러다 보니까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먼저 온 사람들이 써놓은 글을 보고 나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나 봐요. 특히 혼자 오시는 분들이 안에 있는 이야기를 많이 써놓고 가세요. 그러다 보니 방명록이 썸원스페이지만의 콘텐츠가 된 것 같아요. 그 안에는 제가 해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더 많잖아요. 이 공간에 왔던 사람들이 마음을 풀어놓고 간 것이니까요. 방명록이 이 공간의 정체성이 된 것 같아요. 내가 왜 여행을 떠났고 내가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쭉 쓰여 있어요.


Q. 라운지 공간도 ‘읽은 책’이라는 이름의 북카페이기도 하고요, 명함에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여행’이라고 적혀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A. 요즘 ‘북스테이’라고 말을 많이 하는데, 처음에 제가 시작할 때는 북스테이라는 말이 없었어요. 제가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아요. 오시는 분들의 성향이 이런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었으면 좋겠고, 춘천이라는 여행지뿐 아니라 썸원스페이지라는 공간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있어서죠. ‘읽은 책’이라는 의미는 헌책이나 중고 책이 어찌 됐든 읽은 책이잖아요. 저는 읽은 책의 가치가 훨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북유럽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 주신 책도 있는데 손글씨가 적혀있어요. 회사를 관두고 왜 유럽여행을 떠났는지 그런 이야기들이었죠. 이런 건 새 책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이잖아요. 하나하나 보다 보면 직접 여행하면서 적어 놓은 글들이 있어요.


손님들에게 기증받은 책들

기증받은 책 안의 글귀  

 ▲  손님들에게 기증받은 책들 / 기증받은 책 안의 글귀


Q. 오시는 분들에게 책도 추천해 주시나요?

A. 이야기를 나누거나 고민을 들으면서 하나씩 추천해드려요. 간호사로 근무하시다가 휴가를 오신 분이 있었는데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라는 책을 추천해드렸어요. 간호사가 쓴 책이거든요. 이런 책을 추천해 드리면 읽으면서 공감을 하시더라고요. 기증받은 책들도 많이 있어요.


Q. 썸원스페이지를 접하면서 일반적인 게스트하우스와는 다른 공간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말씀을 들어보니까 인문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A. 사람들이 오가는 곳은 어디든 인문학적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재가 있는 것 같아요. 게스트하우스에 오는 사람들은 여행자잖아요. 업무적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잠깐 다녀가는 것도 아니고, 하룻밤 머물고 가는 곳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야깃거리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오시는 분들이 여행자 뿐 아니라 시험 보러 오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제가 SNS에 가끔 올리는데 다 시기가 있더라고요. 임용고시, 공무원시험 등등. 춘천이 도청소재지다 보니까 시험이나 연수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지금도 연수나 실습 때문에 장기간 머물다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시험 보고 가신 분들 중에 합격 소식 보내오는 분들도 계시구요. 그런 게 저에게 보람된 일이죠.


Q.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인문이란 무엇일까요?

A. 사람 사는 이야기에 대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이 공간을 운영하면서 나도 모르게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부하는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게 인문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해야 하나? 그 방식을 존중하는 거죠. 특히 퇴사를 하고 난 다음에 아니면 그만두기 직전에 힘들어서 여행을 떠나온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결혼을 앞둔 분들, 육아에 지쳐 잠시 떠나온 분들 등 다양한 분들이 있어요. 모든 사람마다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이기도 하고요. 그분들을 보면서 생각의 범위나 형태가 다양해지고 넓어지는 것 같아요. 인문학을 책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경험으로 배우는 것 같아요.

 

 

사진=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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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소개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 27번길 9-1 썸원스페이지 


* 관련링크

홈페이지:  www.someonespage.modoo.at

인스타그램:  @hostel_someonespage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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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지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며 대안학교에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강원도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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