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들여다보는 주변 그리고 일상

대구 사진작가 이준식

인문쟁이 양다은

2018-02-26

노을이 주는 위로가 있다. 귀가길, 퇴근길, 누군가에게는 출근길에 번지는 빛은 어제와 별 다를 바 없더라도 그날만의 색을 지닌다. 특별하고 싶지만, 딱히 매일이 특별할 순 없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장면. 대구를 주로 찍는 이준식 사진가는 조금씩 매일 다른 풍경을 담아낸다.

 



다시 드러내는 법, 사진작가 이준식

- 이하 Y는 필자, L은 이준식 작가

 

사진작가 이준식

 ▲ 사진작가 이준식


Y.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릴게요.

L. 이제 29살 된 이준식 입니다. 대구에서 사진작업을 한 지는 3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비전공자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지만, 주변에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버티고 있습니다.


Y. 어떻게 작업을 하시나요?

L. 사진 자체를 목적으로 찍기 보다는 도구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정한 주제와 사진과 연결시켜서 좋은 작품을 만들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해요. 굳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것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Y. 프로젝트 헤테로토피아 먼저 이야기해볼까요?

L.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인터뷰를 통해 다시 끌어낼 목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만 보면 특별한 사연이 있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주변에서 뵐 수 있는 분들이에요. 스스로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인터뷰해 보면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프로젝트 헤테로토피아 신청 안내

▲ 프로젝트 헤테로토피아 신청 안내


Y. 헤테로토피아가 무슨 뜻인가요?

L. 미셸 푸코의 저서의 제목으로 ‘다른 공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헤테로토피아를 읽으며 느낀 점을 좀 더 이끌어 낼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공간이 일반적인 정의와 달리 사용된다는 내용인 데, 졸업을 앞둔 시기에 학교가 저에게는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에겐 도피처 같은 역할이기도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운동장 사이 공간은 보통 지나치거나 운동 경기를 구경하는 용도지만, 한 친구는 자신만이 정한 장소에서 몰래 쉬는 곳으로 쓰더라고요. 헤테로토피아라는 하나의 큰 뿌리에, 학교나 직장인과 같은 주제는 가지 격이에요. 두세 개 정도 가지를 더 기획해둔 상태입니다.


Y. 인터뷰가 차곡차곡 쌓이니 어떠세요?

L. 각자가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고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 예상이 증명되고 있다는 게 위로가 되네요.


Y. 인터뷰를 읽어보니 가까운 이야기임에도 자주 안하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었어요.

L. 어쩌면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거나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프로젝트 헤테로토피아 ‘학교’

▲ 프로젝트 헤테로토피아 ‘학교’


Y. 때로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야기해야하나 고민될 때가 있어요. 한 번은 복잡한 생각을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말을 들었어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에 뒤로는 말하기 꺼려져요.

L. 서로 듣는 게 익숙한 분위기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을 거예요. 예술의 힘을 좀 빌려서, 주변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제안하고 있는 거죠. 인터뷰에서 이야기 한 내용을 가까운 사람에게도 한 적 없다는 분들도 계세요. 복잡하거나 무거운 주제는 꺼내기 어려워 진 건지도 모르겠네요.

 

프로젝트 헤테로토피아 ‘당신의 검정’

 ▲ 프로젝트 헤테로토피아 ‘당신의 검정’

 

Y. 어떤 이유일까요?

L. 한계를 느낀다거나, 무시를 당하면 웅크리게 되죠. 자신이 이야기 하고나서 상대방이 들었다는 액션을 취해주길 바라기 마련이에요. 아이들은 마트에서 과자를 먹고 싶으면 졸라요. 부모님이 반응할 때까지. 나이를 먹고는 그게 민폐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본능은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누구나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는데, 들어주지 않는 분위기에 말을 잘 안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정말 못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Y. ‘아무말모임’도 서로 귀 기울이기 위함인가요?

L. 특별한 성찰이 있었던 건 아니고, 아는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편하게 이야기하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서 말 한 것처럼 가까운 사람에게 말을 못 하는 상황도 있지만, 먼 사람인 데도 다 털어놓는 상황이 있더라고요.


Y. 지금까지 두 번 정도 참석했는데 자기소개 한 번 없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가는 게 신기했어요.

L. 모임에서 이름이나 직업을 공개 하지 않는 건 평등한 지위였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에요. 알게 모르게 사회적 지위가 대화의 주도권을 결정하기도 해서, 초반부터 그런 상황을 배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Y. 다른 작업에서는 자신을 ‘일반인 이모씨’라고 자신을 소개하던데 이유가 뭔가요?

L. 제 기준에서 저를 일반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찍은 풍경이 평범한 사람의 일상이라는 것. 그래서 보는 사람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길 바랐어요. 당신의 주변에도 이런 풍경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반인이라고 지었던 것 같아요.


일반인 이모씨 인스타그램 계정

 ▲ 일반인 이모씨 인스타그램 계정


Y. 평생을 대구에 살았는데, 작가님의 사진 속 대구는 일본이나 다른 나라 풍경처럼 보여요. 

L. 제 작업의 근간은 ‘다시 드러내기’에요. 평소 지나치던 풍경을 그냥 지나가버리지 않고, 다른 의미나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해요.


Y. 풍경과 문장이 같이 있으니, 사진에서도 그 생각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작업할 때 문장을 먼저 정하나요, 풍경을 먼저 정하나요?

L. 최근 1년은 먼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에 맞는 풍경이 있으면 담아내는 식이었어요. 예전에는 풍경이 있으면 오늘 한 생각과 이어서 작업했어요.


작업을 엮은 ‘일반인 이모씨의 일일‘ 사진집1작업을 엮은 ‘일반인 이모씨의 일일‘ 사진집2

 ▲ 작업을 엮은 ‘일반인 이모씨의 일일‘ 사진집


Y. 본인에게 매일하는 작업의 의미는 뭔가요?

L. 일상이 매일 매일이니까요. 오늘도, 내일도 일상이니 그 일상 속에 연속성을 찾을 무언가가 있었으면 했어요. 『존재와 시간』이라는 책에 보면, 주변에 있는 존재를 다시 드러내는 것이 인간의 현 존재를 증명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해야 할 몫이 있고 매일 작업을 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달했던 거 같아요.


Y. 책을 많이 읽으시는 거 같아요.

L. 개인적으로 몸이 안 좋았던 적이 있었는데 고민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해답을 찾으려고 책을 읽고 사진을 다시 잡게 되었어요. 하이데거의 책이 많이 와 닿았는데, 앞서 말한 ‘다른 장소’ 헤테로토피아도, 사진 작업에서의 ‘다시 드러내기’도 다 거기서 영감을 받았어요.


Y.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이뤄져서인지, 작업에서 사람이 다 중심에 있네요. 자신의 작업이 인문학적이라 생각하나요?

L. 그렇죠. 일단 제가 하는 작업이 예술의 형태고, 그렇게 되면 인문학적 가치가 없다고 할 순 없겠죠. ‘일반인 이모씨’는 제 중심으로 주변을 담아내는 자전적인 작업이에요. 헤테로토피아는 작업했던 사람들이 하나의 단체가 된다고 할까요, 서로 영향을 줬기 때문에 인터렉티브 아트(interactive art)의 일환이라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참가를 해야 제 작품이 성립되면서도, 참여하는 분들에 초점이 맞춰지니까요.


사진집 예약 공지

 ▲ 사진집 예약 공지 


Y.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L. 기본적인 생활만 된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건전한 담론을 하며 살고 싶어요. 가깝고도 작은 문제부터 이야기하다보면, 또 영향을 받은 사람이 다른 담론을 시도할 거라 생각해요. 조금씩이라도 이야기가 오가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점차 밥 굶을 걱정도 줄 것이고, TV만 틀면 나오는 반인륜적인 사건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진= 양다은, 이준식

----------------------------

*링크연결

일반인 이모씨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orangepolo/ 

프로젝트 헤테로토피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rojectheterotopia/ 

  • 대구
  • 사진
  • 위로
  • 헤테로토피아
  • 관계
  • 아무말모임
  • 일반인이모씨
양다은
인문쟁이 양다은

[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yde8369@gmail.com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들여다보는 주변 그리고 일상'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