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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존재하는 모순

독립매거진 '애매모호'

인문쟁이 양다은

2018-01-26

왜 안정적 이어야만 할까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숫자나 회사 이름, 직업과 같은 고유명사는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간편함에 사람들은 한 자리에 머물고 싶어 하는 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반대로 정착하지 않는 삶이 부러움을 받기도 한다. 대체 뭐가 정답일까. 나이가 들수록 뭐든 뚜렷해질 줄만 알았는데, 갈수록 모호하기만 하다. 이 모호함이 위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을 품고 『애매모호』의 김태경 편집장을 만났다.

 

소통 공감 감성 매거진 애매MOHO - 애매모호:사물의 이치가 희미하고 분명치 않음

 ▲ 『애매모호』 매거진의 의미

 


 

애매모호진 편집장, 김태경

 

애매모호진 편집장, 김태경

 ▲ 『애미모호진』 편집장 김태경


Q.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애매모호』 편집장 김태경입니다. ‘애매모호’라는 이름은 저희, 즉 젊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찾았습니다. 취업 잘 하고 돈 잘 벌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o와 x가 아닌, 좀 애매하더라도 우리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Moho’가 아프리카어로 ‘함께’라는 뜻도 지니고 있거든요. 진(Zine)에는 유명한 사람들 이야기보다 주변에 있는 함께 나눌 수 있는 고민거리를 담았습니다.


Q. ‘나의 방과 소품을 소개합니다’에 실린 방 구조나 물건 사진을 보며 글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상상해봤어요. 잡지를 만든 친구들은 어떻게 모였나요?

A. 기획을 하고 작년 3월에 모집을 해서 현재 12명이 활동 중입니다. 소통, 공감 등을 키워드로 사람들을 모았고, 포토팀, 디자인팀, 에디터팀으로 나뉘어 작업하고 있어요. 일단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이 많아요. 꼭 관련 전공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을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자신의 목소리를 기록한다는 표현이 좋네요. 잡지에 직접 쓴 글도 있나요?

A. 프롤로그만 담당해서 쓰고 있어요. 사실 저는 글 쓰는 데는 크게 욕심이 없어요. 평소 글 쓴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럼에도 진을 기획한 이유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정작 제 글은 많지 않지만, 전체적인 틀과 키워드, 코너마다 제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가고 살아가야 한다 애매모호진, ‘시그널’ 소개글 중1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가고 살아가야 한다 애매모호진, ‘시그널’ 소개글 중2

▲ 『애매모호』 매거진 기사글


Q. 『애매모호』를 책방에서 넘겨 보다가 ‘시그널’ 부분이 흥미로워서 바로 구매했어요!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기획하신 건가요?

A. 멤버들과 저도 ‘시그널’이 매거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코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인기 있던 드라마 <시그널>을 보면서, 저렇게 시대를 넘는 소통과 신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세대의 의견을 비문이나 비속어도 첨삭하지 않고 그대로 담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구나’ 하는 시선이나 ‘나도 이렇게 생각했지만 말은 못했는데’ 하는 공감을 일으키는 코너입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실을 예정입니다.


Q. 비속어나 비문이 담긴 글을 출판하는 부담은 없었나요?

A. 본연의 색깔을 바꾸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각자의 생각을 담아내는 기획이기 때문에 ‘이러면 어쩌지’ 하는 고민은 크게 안 하는 편입니다.


Q. 공감이나 소통만큼 개개인의 색도 중시하는 것 같아요. 편지 잡지에 실린 여행기를 보니 두드러지더라고요. 망친 여행 이야기, 짜증스러운 말투나 편지 형식의 여행기가 다 개성이 있고 좋은 간접 경험이었어요.

A. ‘여행기’도 매 호에 넣을 예정입니다. 모인 친구들이 청춘들이다 보니,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유럽여행을 많이 가더라고요. 매거진을 통해 공유하면 못 가본 친구들이 간접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목표도 설정할 수 있어 좋은 자극인 것 같아요.

 

『애매모호』 1호 사진집 중

▲ 『애매모호』 1호 사진집 중


Q. 개인적으로 ‘길티 플레저(Guilty Pleasrue)’ 코너도 인상 깊었는데요.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만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어떤 기준에서는 안일한 합리화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지는 거 같아요.

A. 합리화는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해요. 합리화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맞거나 혹은 틀리거나 판단 내려야 하잖아요. 저는 그 상황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합리화하는 과정이 옳고 그름이 아닌, 그 중간 어디쯤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Q. 이렇게 콘텐츠를 가득 채우는 데는 얼마나 걸리나요?

A. 준비할 때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해서 3개월 만에 만들어요. 처음부터 팀원들한테 회의를 못 나올 사정이 생기면 말하고… 자유롭게 모여요. 그렇기 때문에 눈치 보거나 불참횟수가 늘어나는 일 없이 잘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Q. 준비할 때 힘든 점은?

A. 책을 발간하기까지의 비용이죠. 클라우드 펀딩으로 후원을 받는데, 아무래도 지인에게 홍보를 먼저 하죠. 언젠가는 펀딩하지 않고 수익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Q. 주변에서는 반응이 어떤가요?

A. 신기해해요. 독립출판이 많이 알려졌고, 책방도 많이 생겼지만 막상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출판물을 접하기 힘드니까요. 그러면서 따라오는 질문이 ‘수익은 있냐?’죠. 그러다가 그 시간에 다른 걸 하지, 수익도 없는데 왜 하느냐 같은 말이 따라오기도 하고요. 처음엔 응원의 한 마디가 그리웠어요. 막상 계속 하다 보니, 응원하는 목소리도 많아지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되었네요.. 

 

회의중인 「애매모호」  멤버들

 ▲ 『애매모호』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들


Q. 저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지 몰랐는데 하다 보니 찾게 되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제 친구들도 ‘신기하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좋은 시선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외로울 수도 있는 말인 거 같아요.

A. 그래서 함께 하는 멤버들에게 더 고마워요. 매거진에 대해 걱정해본 적은 없는데, 팀원에 대해서는 생각해보게 돼요. 애들이 재미없어 하면 어떡하지, 이 활동을 하는 게 행복한가 하는 걱정이 가끔 저를 옭아맬 때가 있어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아직까지는 친구들이 나름 재미있어 하는 거 같아요.


Q. 이야깃거리가 많은 청년들이 모여서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건 정말 의미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님도 청춘으로서 하는 개인적인 고민이 있을까요?

A. 제가 내년에 스물여덟 살 돼요. 현실적인 고민을 벗어날 순 없죠. 직장을 다니고 있긴 하지만, 어떻게 해야 많이 버는지 고민이 생기네요. 떼 돈 벌고 싶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웃음). 재작년까지는 독립출판도 잘 모르고 중국에서 잠시 무역회사를 다녔어요. 그리고 지금 회사로 이직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외국에 있다 보니 요즘 사람들은 뭘 하고 사나 궁금하더라고요. 인터넷을 찾다가 독립출판이라는 키워드를 보고 10페이지 이상 꼬박 다 읽어봤어요. 신선하고 재미있다,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관심을 가지다 보니 『애매모호』까지 만들게 되었네요.


애매모호진과 같이 판매된 컵애매모호진

 ▲ 애매모호진과 같이 판매된 컵 / 애매모호진


Q. 애매모호진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하나요?

A. 쉽게 읽히지만 한번쯤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으면 해요. 여기에 등장하는 키워드를 보면서 자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2호에도 그런 문장을 속속 넣었어요.


Q. 2호 키워드를 여쭤봐도 될까요? 스포일러가 되려나요.

A. 신기루, 환상입니다. 이미 크라우드 펀딩에도 공지해서 스포가 되진 않아요. 오히려 이 기회로 관심 가지시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Q. 『애매모호』도 혼자 기획하셨다 했는데, 또 생각해둔 기획이 있나요?

A. 1월에서 2월 쯤 독립출판 관련 분들과 행사 비슷한 걸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 콘서트라기보다는 자유롭게 대화하는 형식으로요. 제가 프리마켓에서 매거진을 팔아봤는데 ‘이 책 뭔가요, 얼마에요’ 정도 이야기만 오가고 생각보다 많은 소통을 하진 않더라고요. 어떻게 기획하고, 이 글을 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또 독자는 어떤 생각하는지 서로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여쭤보고 마무리할 게요.

A. 끈기입니다.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거진도 최대한 오래 만들 생각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의 공감을 얻거나, 대박을 치는 건 꿈꾸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반응이 미미하더라도 한 명이라도 좋은 피드백이 나오면, 삼삼오오 모여서 지속적으로 진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진=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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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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