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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당신과 나의 ‘통점’을 발견하는 일

꼬물꼬물 문학잡지 <공통점>

인문쟁이 김한경

2017-12-05

 

최근 박준 시인의 강연을 다녀왔다. 시인은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던 친구와 함께 도서관에서 등단을 준비했다고 한다. 둘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기업 직원이, 시인이 되어 각자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후 그들의 삶은 많은 변했다. 친구는 차를 사고,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자신은 여전히 옥탑방에서 술을 마시고 일어나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한다고.

문학을 하는 친구들과 만나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질문하면, “아름답고 쓸모없기를!”하며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아름답지도, 쓸모 있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웃으면서 말했던 것들이 다 울면서 되돌아올 때면 문학을 찾았다. 집나간 아이를 찾듯 어떤 문장들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찾은 문장을 끌어안고 며칠, 몇 계절을 살기도 하고, 또 끝내 찾지 못하고 다 읽어버린 소설과 시가 있다.


문학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문학을 쓰는 사람도 있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김나연(21), 신헤아림(25), 이서영(25), 조온윤(25)과 무역학과 김병관(25), 국어교육학과 김원경(24)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같은 수업에서 만난 인연으로 ‘시’ 스터디를 꾸리게 되었다. 몇 차례 구성원 변화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각자가 쓰는 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눴고, 자신들의 기록물을 남겨보고자 장난스레 시작하여 올해 9월 ‘문학잡지’ <공통점>을 출간하게 되었다.

구성원 모두 등단작가가 아니며 비전공자도 있다. 독립서점과 독립출판물을 흔히 접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청년문학잡지’가 대수로운 일인가 싶겠지만, 이들의 행보는 주변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교과서에서 봤던 시인들은 사상, 경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폐허, 백조 같은 이름을 가진 ‘동인지’를 냈다. <공통점>은 그와 같은 맥락을 갖고 있으면서도 첨단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런 <공통점>을 펴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문학잡지 <공통점> 멤버들

 ▲ 시 스터디로 시작하여 문학잡지 <공통점>을 냈다 Ⓒ김한경


Q. <공통점>의 실물보다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봤다. 이름을 ‘공통점’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

온윤 : 제가 쓴 시 중에 ‘공통점’이란 시가 있어서 추천을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통점’을 지니고 있고, 그걸 차이점이라고 부르며 서로를 인정한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차이점을 가졌지만, 또 단 하나의 공통점으로 인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문학의 역할은 타인의 아픔을 체험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통점을 모두 같은 통점으로 만들어준다고 느꼈다. 


<공통점>의 머리말

 ▲ <공통점>의 머리말 Ⓒ공통점


Q. 보통 사람들은 문학을 읽기만 하지만, 여기 있으신 분들은 읽는 행위와 쓰는 행위를 동시에 한다. 문학을 읽는 것과 쓰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나연 : 읽는 것은 작가가 생각하는 것을 간접 체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으면서 이렇게 불행한 사람도 인생을 사는구나 하며 위안을 얻었다. 쓰는 건 좀 다르다. 스스로 힘든 것들을 ‘이야기’로 만드는 작업이다.

원경 : 읽는 것은 간접적이고 타인을 향한 것이라면, 쓰는 것은 내부에서 일어나고 나를 향하고 있다.

서영 : 읽는 것은 미리 살아보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와 이야기 속에서 제시하는 시간성을 겪으며 미리 살아보는 것이다. 예전에는 쓰는 것이 몸 안에 있는 것을 빼서 다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읽었던 것, 경험했던 것 즉, 밖에 존재하는 것들을 통해 몸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내 몸과 닮았다.

온윤 : 읽는 것과 쓰는 것은 비슷하다. 누군가한테 이해받고 공감 받고 싶어 쓰게 되고 읽게 된다.

병관 : 읽는 것에 대해 다른 분들과 의견이 비슷하다. 쓰는 일은 세상과 내가 유일하게 말하는 방식이다. 인간은 탄생부터 강제적이다. 쓰는 것만이 삶에서 유일하게 내가 원하는 것들을 말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잡지  『공통점』1문학잡지  『공통점』2

 ▲ 문학잡지 <공통점> Ⓒ 공통점


Q. 개인적으로 저번 인문360에 페미니즘 관련한 글을 쓰면서 심한 자괴감을 겪었다. ‘나름’ 공부도 하고, 생각도 오래 했는데 자기검열이 심해져 쓰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단편적인 글로 나의 생각을 온전히 전하는 것도, 다수의 공감이나 만족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괴로웠다. <공통점>을 만들면서 어땠는지 궁금하다.

서영 : 혼자만의 방식을 쌓은 사람들끼리 모여 공동으로 작업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먼저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서로의 글을 어디까지 원할 수 있는지, 그 원하는 기준은 뭔지, 각자가 원하는 잡지의 톤은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하는데 취향이나 체질, 스타일이 달랐다. 하지만 결과는 보기 좋은 모양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하면서 타협점을 찾으면서 고집도 부리고 그랬다. 고집부리면서 서로를 확인했다. 타협 안 하고, 개인적 욕심을 보이면서 치부도 드러났다. 잡지를 만들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병관 : 편집 일에 관심이 있어 편집자를 자처했는데, 많이 힘들었다. 내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좋았다. 모든 작가들이 편집자들에게 엄청 미안해하고, 파일 이름도 ‘최종’, ‘최최종’, ‘정말 마지막 최종본’ 이렇게 한다고 하는데, 이번 작업하면서 편집자의 마음을 느꼈다. 원고만 쓰면 출판소나 인쇄소에서 알아서 다 해주는 줄 알았는데, 폰트부터 디자인 모든 것을 직접 신경 써야 했다. 책 만드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원경 : 스터디에서 했던 합평은 소규모고, 우리끼리 보는 거여서 괜찮았다. 그런데 잡지를 만들면 이름도 들어가고, 무료 배포도 아니고 돈을 내고 사는 것이니, 더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자기검열이 심해졌다.


Q. 원래는 소규모로 제작하려고 하던 것이 100부를 인쇄했다고 들었다. 왜 두 배 이상 늘려 찍기로 결정했나.

온윤 : 원래는 반응이 좋을지 몰라서 50부만 하려고 했다. 사비로 하는 거라서 100부까지 찍을 여유가 없었다. 소식을 듣고 나희덕 교수님이 출판사를 소개시켜주셨다. 교수님과 같이 출판사를 갔는데, 이왕할거면 100부 찍으라고 하시면서 도와주셨다. 출판시장의 논리를 잘 몰랐지만 주위의 고마운 호의와 도움으로 1쇄가 나오게 되었다. 50부를 더 찍었는데도, 정작 우리가 소장할 책이 없을 정도로 다 팔렸다. 

 

<공통점> 구성원

 ▲ <공통점> 구성원 Ⓒ김한경


Q.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궁금하다.

병관 :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은 말하는 방식의 다름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방식이 누군가에게 외국어가 아니라 같은 민족의 언어로 통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와 한 문장이라도 통하는 글을 쓰고 싶다.

서영 : 진짜 좋아하는 책은 내가 그 책 속에 있는 것 같다. 김혜순의 피어라 돼지 같은 건 그 시가 내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시 안에 있다. 내가 겪는 감정을 누군가도 겪고 있다면, 손쉬운 말들로 위안을 줄 수 있는 그런 것을 쓰고 싶다.

아림 : 문학이 다른 나라, 외딴섬처럼 보여 지는 것이 싫다. 문학을 한다고 말하면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본다. 그곳에서 나는 낯설어지고 만다. 문학의 생활화됐으면 좋겠다. 회사원이더라도 문학을 쓰거나 읽는 것이 이질적인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서영 : 예전에 문학을 감상하는 방식에도 깊이와 레벨이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일부러 시나 소설을 보여준다. 그들이 읽고 말하는 방식이 습작을 하는 나보다 더 정확하기도 하다. 나에게는 문학이 생활이지만 더 이상 문학이 가장 뛰어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의원에서 일하는 친구, 그림 그리는 친구,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처럼 그런 일들은 똑같이 뛰어나고 대단한 일이기 때문에 문학을 더 특수하거나 뛰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은 단지 나와 가까운, 내가 좋아하는 일일 뿐이다.

나연 : 예전에는 상상한 것들을 인물과 세계를 만들어 쓰는 게 좋았다. <공통점>에 실은 소설이 ‘왜 타인의 죽음에 슬퍼해야만 하는가’이다. 이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는 소설을 쓰고 싶다.

원경 : 나는 일상에서 사람들과 말을 잘 안 한다. 대신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익명으로 마주칠 때가 더 편하다. 중학교 때 신경숙 깊은 슬픔을 헤질 때까지 읽었다. 말로 하지 못하는 것들이 글로 나와 누군가에게 한 줄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왼쪽부터 김나연, 김원경, 이서영

 ▲ 왼쪽부터 김나연, 김원경, 이서영 Ⓒ김한경

 

Q. 이러한 시도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꼬물꼬물 문학잡지 <공통점>은 어떤 움직임을 갖는가.

온윤 : 2호를 예정하고 있다. 글 쓰는 사람들이 필요한 게 지면이라고 생각한다. 2호를 하게 된다면, 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싶다. 아직 생각일 뿐이지만 원고 기부를 청탁을 해서 같이 합평하면서 피드백을 한 뒤에 글을 실을 것인지 정하려고 한다. 현재 6명도 적은 숫자는 아니고,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면 편집위원에 대한 방향을 논의 중인 상태이다. 또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신청해보려고 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로써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밥벌이를 할 수도 없고 이웃을 도울 수도 없고 혁명을 일으킬 수도 없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배고파 울 때에 같이 운다든가, 다른 사람들이 울지 않을 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울어 버릴 수 있다는 것뿐이다. 시인이 할 수 있는 소위 가장 건설적인 일은 꿈꾸는 것이 고작이며, 그것도 아픔과 상처를 응시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정의 거울을 통해 비추이는 꿈일 뿐이다.❞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발문 발췌 




사진= 김한경,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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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2기]


김한경은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시가 좋아서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지만 지금은 시를 쓰지 않는다. 예쁜 옷을 입고 예쁜 개인 카페에서 사진을 찍고 싶지만 겉으론 이런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하루는 기대하고, 하루는 절망하며 산다. 기독교지만 매일 오늘의 운세를 확인한다. 힘들 때 같이 울어주던 문장들을 기억하고 있다. 인문학에서 얻었던 위로를 모두와 나누고 싶다. 문학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인문쟁이 2기에 지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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