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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강, 인적이 드문 '안하무인'

무인 찻집 안하무인(安河無人)에 가다

인문쟁이 백도영

2020-02-13

안하무인 전경

▲ 안하무인 외부 전경 ⓒ권용식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누군가와 딱히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가끔 대화하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린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한국의 ‘카페’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데, 바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장소라는 것이다. 작가 김영하는 한 TV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카페는 초단기 부동산 임대업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이기 좋았던 이전 거주 형식과 달리, 지금은 밀폐된 아파트 생활이 주가 되었다. 더 이상 사람이 모여 이야기 나눌 공간이 없기에 카페가 그 역할을 대체하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춘천시 향교앞길에 위치한 '안하무인'은 만남에 집중한 곳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는 사장님도 없고, 또 다른 손님도 없다. 차는 향기로우며 분위기는 따듯하다. 온전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안하무인의 권용식 사장을 만났다. 


안하무인 찻집의 내부 모습

▲ 안하무인의 아늑한 내부 모습 ⓒ권용식



Q. 안하무인 이라는 이름이 매력적이에요! 이름의 뜻과 만들어진 배경이 무엇인가요?

A. 칭찬 감사드려요. 사실 안하무인은 한문으로 安河無人, ’편안한 강, 인적이 드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이름을 만든 계기는 어렸을 때 강 근처에서 살았었는데요. 고요한 강을 바라보고 있는 게 무척 편안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되었어요. 그래서 유년 시절 기억을 살려 이름을 짓게 되었구요. 차에는 ‘카테킨’ 성분이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점도 고려했어요. 


Q. 가끔 다회를 연다고 들었어요. 다회에서는 무엇을 하나요? 

A. 다회는 말 그대로 차를 마시는 모임이에요. 차를 어렵게 생각하거나 차는 맛이 없다는 등의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차가 어려운 분들이 쉽게 접해볼 수 있도록 돕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또한 차가 맛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런 맛이 있었구나’라는 걸 알려드리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다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이 공간과 마실 차에 대한 소개, 마시는 법, 다기 사용법 등에 대해 안내를 드리고 차를 마십니다. 


Q. 무인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안하무인이 사적인 공간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예요. 개인적으로는 이 공간이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또 평소 체인점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가면 오랫동안 앉아 있기 불편할 때가 있는데요. 사장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이곳을 무인으로 운영하게 되었어요. 공간에 매력이 있으면 시장통이 되기 쉽죠. 공간 대여 방식의 시간제로 운영해서 온전히 개인의, 또는 사적인 모임에 집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차를 따르다

▲ 천천히 차를 따르자 향긋하고 따스하게 공기가 바뀐다. ⓒ유다현


Q. 요즘 어떤 차를 추천해주시나요? 차를 추천하는 기준이 궁금해요.

A. 요즘은 주로 보이차와 녹차 위주로 대접해드리고 있어요. 사실 공간을 예약할 때 차를 선택할 수 있게끔 하고 있는데요. 손님 대부분 음료보다는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시기에도 좋고 부담이 적은 보이차와 녹차를 준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좀 더 차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차를 처방해드리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원래는 춘천문화재단을 통해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사업화한 것인데요. 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차를 추천, 처방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사람들이 차를 통해 좀 더 여유롭게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Q. 춘천에서 안하무인을 운영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춘천만큼 마음에 여유로움을 주는 도시가 또 어디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공감하기 힘든 분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춘천은 바다 같은 강이 있는 호반의 도시이기도 하고 수변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는 도시입니다. 축제도 많고 전시도 많죠. 열심히 찾고 누리려고 하면 즐길 게 많은 도시입니다. 서울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지역색을 살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그래서 저 역시 춘천에 계속 거주하고 있고, 공간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Q. 안하무인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A. 이름처럼 손님에게 차를 마실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기 쉽지 않은 형편이지요.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여유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고, 이곳이 그런 여유를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Q. 인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인문이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느끼도록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꾸만 인문학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인문의 가장 핵심에는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고, 용기, 지혜,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으며 그런 가치들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이 인문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향을 태우다

▲ 향을 태우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유다현


2020년의 해가 밝았고, 첫 발걸음을 내딛어 이제 한창 앞으로 나가고 있다. 각자 결심했던 일을 하기 위해 바쁘고 희망찬 시간을 보내는 시기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음은 더욱 바빠진다. 나는 걷고 있는데 주위에선 벌써 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까. 한 해가 지났지만 작년보다 성숙해졌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마음이 복잡한 시기일수록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몸과 마음의 수양을 쌓을 수 있는 차를 마시며 자신을 다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 공간 정보

주소 : 춘천시 향교앞길 7-4 2호

홈페이지: http://www.instagram.com/anha.muin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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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권 백도영
인문쟁이 백도영

2019 [인문쟁이 5기]


사회학과 언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춘천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있다. 관심있는 키워드는 지역, 문화, 예술, 청년이다. 춘천 청년쌀롱, 아리바우길 걷기, 프로듀스005 등의 문화기획을 하며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한다. 한 발자국 뒤에서 사회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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