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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장군, 평강공주 이야기가 깃든 단양

천년 전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만종리 대학로 극장

인문쟁이 원혜진

2019-11-21


계절이 깊어갑니다. 단양 가는 길은 괴산 가는 길만큼이나 굽이굽이 낮은 산을 넘고 또 넘습니다. 세 시에 시작하는 공연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고구려성은 산그늘이라 아직 해가 지기 전인데도 쌀쌀하네요. 온달문화축제 기간이라 인파로 북적북적한 가운데, 의상을 입은 관람객들과 함께 성지기를 통과해 관객석에 앉았습니다. 관객도 의상을 입고 보는 연극 공연이라, 마치 그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들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고려시대 의상을 입고 공연을 보는 관객들

 ▲ 고구려 의상을 입고 공연을 보는 관객들 ⓒ 원혜진


단양은 역사적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였던 곳이라고 합니다. 영춘 지역은 고구려의 을아단현(乙阿旦縣)에 속해 있었습니다. 평강공주와 결혼한 바보온달 이야기는 어린아이들도 모두 잘 아는 이야기죠. 매년 가을 단양군 영춘면 온달관광지에서는 온달장군과 평강공주를 주제로 온달문화축제를 개최합니다. 온달관광지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온달세트장과 석회암 천연동굴인 온달동굴, 온달산성이 있습니다. 올해에는 ‘고구려 매력에 빠지다!’란 주제로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제23회 단양온달문화축제가 열렸습니다. 행사 마지막 날인 20일, 알록달록 빨갛게 수놓은 단양의 가을 산 아래, 연극 <궁을 떠난 공주>가 펼쳐졌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온달산성

 ▲ 고구려가 영춘 지역을 점령한 후 설치한 을아단현의 온달산성 (제공: 네이버지식백과)


온달산성 아래 온달세트장 고구려궁이 그대로 무대배경이 되었습니다. 평강과 온달의 사랑이야기, <궁을 떠난 공주>가 펼쳐집니다. 관객들의 호응도 좋습니다. 적절한 장소의 딱 맞는 이야기, 이 연극을 만든 단체가 궁금합니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은 2015년 4월, 대학로에서 활동하던 <대학로 극장>의 배우와 스텝들이 28년 동안 공연했던 서울을 떠나 충북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에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단양은 제 고향이기도 하지만, 중부권이라 접근성이 좋고, 관광자원도 많습니다. 혼자서는 실행하기 힘든 일을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주어서 함께 내려왔어요. 처음에는 꿈도 크고 사람들도 많았지만(웃음) 지금은 7,8명이 남았고, 현실에 많이 타협했죠.” 


농사 짓는 단원들

▲ 농사를 짓는 단원들 (제공: 만종리 대학로 극장)


밀농사를 지어 피자를 만들어 팔다가 망한 이야기며, 마을 분들을 도와 농사지으며 적응한 이야기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농사를 지어 먹고산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양파 농사를 지어 양파즙을 내어 팔고, 농사를 주업으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친 김에 극장까지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인구 100명쯤 되는 작은 마을에 극단, 극장이라니 복 받은 마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술을 배달하는 우체국극장

 ▲ 30년 전 사라진 <별방 전신전화국>이 <예술을 배달하는 우체국극장>이 되다. ⓒ 원혜진


“15년 전에 극단 배우들과 함께 이곳으로 엠티를 왔었어요. 서울에서는 저희 말고도 많은 극단이 있으니까, 우리는 내려가서 농사와 연극을 한번 해보자 했습니다. 농사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저희는 마을의 농사일도 도우며 잘 적응한 편이에요. 올해는 <신나는 예술여행> 지원사업으로 충북 시골 마을을 다니며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매주 토요일 상설공연을 하고 있고, 마을을 돌며 순회공연을 한다고 이야기하는 표정은 무척 밝기만 합니다. 그리고 예술경영대회 10위권 안에 들었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들었습니다(‘2019 예술경영 콘퍼런스’는 전문예술법인·단체의 경영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확산하기 위한 행사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합니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은 49개 팀이 참가한 서류 심사에서 예술경영 우수 사례 10팀에 선정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단체가 더 있었으면 합니다.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단체가 있다면, 서로 태도와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시골에 예술을 하는 단체들이 더 내려왔으면 좋겠어요.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 연극하는 마을, 예술하는 마을이 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다음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온달산성과 동굴, 고구려궁 세트장을 돌며 온달과 평강의 사랑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옛이야기를 품고 있는 단양에서, 자연을 무대 삼고 이곳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극단이 생겨서 다행입니다. 만종리 대학로 극장의 이야기가 또 다른 극단의 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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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원혜진
인문쟁이 원혜진

2019 [인문쟁이 5기]


충북 괴산, 아이 넷과 함께 캠핑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는 철없는 엄마.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며 시골살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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