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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힐링이 만나는 순간

대전광역시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

인문쟁이 노예찬

2019-08-06


하늘 위에 떠 있는 2019 대전 서구힐링아트페스티벌 애드벌룬 ▲ 힐링아트페스티벌 애드벌룬 ⓒ노예찬


‘힐링’(치유)은 ‘상처 받음’에서 출발한다. 힐링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것은 마음 어딘가에 상처를 받았다는 의미다. 상처는 고통과 고뇌, 슬픔, 우울, 화, 무기력 등과 같은 감정으로 표출되고 이따금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인간은 상처 받은 공간과 그것을 치유하는 공간을 구분하려 한다. 이 분리를 통해 일상성과 비일상성이 드러난다. 바로 여행이다. 그러니 힐링은 곧 여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할 때마다 여행을 갈 수는 없다.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은 일상에서 이뤄지는 치유일지 모른다. 현대인에게 일상을 보내는 공간은 대체로 도시다. 일반적인 도시는 재미없다. 검은색 아스팔트와 회색빛 건물이 줄줄이 들어선 공간, 도시는 스트레스가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가로막힌 공간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런 도심의 한가운데 ‘힐링’이라는 이름을 붙인 페스티벌이 찾아왔다. 


2019 대전 서구힐링아트페스티벌 부스 풍경

 ▲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 부스 ⓒ노예찬


둔산동은 대전의 중심지다. 시청, 법원, 검찰청, 정부청사와 경찰서 등 다수의 공공기관이 들어서 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수많은 기업들도 모여 있다. 힐링과 여유와는 거리가 먼 공간이다. 재미없고 차는 막히고 웃음소리 없는, 그런 곳이다. 대학가도 아니고 유적지도 아닌 이곳에서 축제라니.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힐링과도 거리가 있다. 하지만 축제가 꼭 일상을 벗어난 영역에서 펼쳐지란 법이 있는가. 발상을 전환한다면 도심도 얼마든지 축제와 힐링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을 터. 


개인적으로 힐링은 ‘보는 것’와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로 어떤 것을 보아서 치유를 받고, 감동을 한다. 시각적인 행위가 없이 이루어진 힐링은 상대적으로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힐링을 받을 수 있는 보는 대상(또는 시각적 장소)’은 이전에 경험한 일상과는 차별성이 있어야 하며, 되도록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있어야 한다. 도시에 있어도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힐링을 추구하는 카페 대부분이 그러한 특성을 자극한 게 아닐까? 


둔산동에서 열린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도 그런 '시각적인 힐링 요소'를 기본 틀로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조형물과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했는데, 무엇보다도 동물 조형물과 아름다운 야경 연출은 축제의 기본이자 중심이었다.


페스티벌에서 버블아트를 하는 사람을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 길거리 버블아트 ⓒ노예찬



예술의 향유, 힐링으로 가는 과정



길에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체험 프로그램 1 ⓒ노예찬


본격적으로 시각적인 힐링을 누리기 전에 ‘아트’에도 눈길이 간다. 정식 명칭도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인 만큼 예술의 비중도 꽤 큰 편이다. 페스티벌에서 아트는 크게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실제 아티스트들이 물건을 전시하고 진열해놓은 부스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이다. 어른들은 주로 아티스트 전시 물품이 있는 부스를 찾았고, 아이들은 체험에 흥미를 보였다. 


체험프로그램 현장.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

▲ 체험 프로그램 2 ⓒ노예찬


이 두 공간의 분리는 장·단점을 모두 가진다. 우선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볼거리가 있어 거의 모든 연령층이 조화를 이룬다. 다만 이 나이의 조화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는 못한다. 아이는 저기, 어른 여기라는 묘한 분기점이 보이는데 이 분기점은 모두가 어울리기에 어색해 보인다. 사실상 어른들은 아트보다는 힐링에, 아이들은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된다.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힐링아트사생대회’도 아이와 학생이 중심인 것을 보면 이러한 구분은 뚜렷해진다. 나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그 모든 것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펭귄 조형물. 엄마 아빠 아기 펭귄 가족 세 마리가 서 있다.

▲ 펭귄 조형물 ⓒ노예찬



일상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가수 송소희가 열창하는 공연 모습

▲ 송소희 & 오케스트라 공연 ⓒ노예찬


아트는 잠깐 들리는 환승지에 가깝다. 이 축제에서 시작점과 종점은 힐링이다. 작은 극장에서 벌어진 가수들의 버스킹이나, 대공연장에서 열렸던 크로스오버 오케스트라 공연 역시 그 일환으로 설명된다. 힐링을 주는 시각적 요소에는 아름다운 소리가 어우러지기 마련. 방송에서 감동적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깔리면 몰입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페스티벌은 밤이 되면 색다른 활기를 띤다. 낮에 보았던 귀여운 조형물들이 하나하나 불을 밝히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어둠 속에서 보여주는 색다른 반짝임은 낮에 환한 햇볕 아래 느꼈던 따스함과 다른 힐링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그 길을 걸으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1년 동안 돌아오지 않을 도시의 힐링을 마음에 담아둘 것이다. 거닐던 시간이 일요일이었기에, 바로 돌아올 회색빛 월요일과 대비되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갖가지 조명으로 화려한 페스티벌의 야경

▲ 밤의 페스티벌 거리 1 ⓒ노예찬


페스티벌 야경 풍경 / 2019 대전서구힐링아트페스티벌

▲ 밤의 페스티벌 거리 2 ⓒ노예찬



 

사진 촬영_ 노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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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노예찬
인문쟁이 노예찬

2019 [인문쟁이 5기]


오늘도 초심을 잡는다. 나는 왼쪽이 현저하게 부족했지만, 그것은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왼손은 조금씩 나의 오른손을 파고들었다. 나의 두 손이 깍지를 낀 것 처럼, 아무런 느낌없이. 처음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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