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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예술을 위한 보호구역

광주독립영화관 GIFT & 광주극장

인문쟁이 조온윤

2019-06-20

지난 5월 11일 전주국제영화제가 10일간의 일정을 마치며 폐막했다. 올해로 20돌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총 22개의 상영관에서 275편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10일 동안 8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으며 역대 최다 관객 수와 최다 매진율을 기록했다고 하니 해를 갈수록 그 인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jeonju intl. film festival 20

▲ 다양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전주국제영화제 Ⓒ조온윤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영화들은 주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의 비상업영화들이다. 워낙 쟁쟁한 작품들이 많다 보니 상영작들 중 정식 개봉까지 이어지는 작품은 많지 않다. 정식 개봉이 된다고 해도 멀티플렉스 극장의 스크린에 걸리게 되는 작품은 손에 꼽는다. 철저하게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대기업 상영관 환경 속에서 상업성보다는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예술성을 우선시하는 영화들은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호구역의 역할을 하는 전용 상영관



그렇다면 영화제에서 보았던 작품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일반 극장에서 접하기 힘든 비상업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1년에 단 몇 차례, 불과 며칠 동안 진행되는 영화제들뿐이라면 무척 아쉬울 것 같다. 다행히 전국 곳곳에는 이러한 영화들을 위한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광주에는 다양한 행사와 기획전을 선보이며 지역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영화관들이 있는데, 바로 8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예술극장인 ‘광주극장’과, 2018년 설립되어 올해로 개관 1주년을 맞이한 ‘광주독립영화관 GIFT’다.



광주극장 영화 간판학교 주차장안내 명성예식장 50% 할인 30m 직진 신흥주차장

▲ 광주극장이 위치해있는 금남로 일대 Ⓒ조온윤

 

 

광주영상복합문화관 광주독립영화관 광주콘텐츠코리아랩

▲ 광주독립영화관 GIFT가 있는 광주영상복합문화관 건물 Ⓒ조온윤

 

 

광주극장은 1935년 일제강점기에 개관한 이래 광주의 근대 역사를 함께한 영화관이다. 설립자는 유은 최선진 선생으로, 개관 당시에 조선인이 국내 자본으로 경영하는 호남 최초의 극장이었다. 일본인들이 독점하고 있던 지역 문화 현실 속에서 조선인들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한국영화와 창극단 공연을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며, 강연과 야학 등 시민단체의 집회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후 1968년 화재로 인한 극장 전소, 1998년 학교보건법 유해업소 지정과 폐쇄 명령, 2000년대 멀티플렉스 광풍으로 인한 불황 등 숱한 위기를 극복하면서 이제 명실상부 광주를 대표하는 예술극장으로 자리 잡게 됐다.



예술영화의 정체성을 지킨 광주극장

 

 

광주극장 정기후원회 씨네마 천국

▲ 광주극장 1층에는 영화 관련 굿즈, 잡지가 비치되어있다. Ⓒ조온윤

 

 

지난 2016년부터는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후원으로 극장 운영을 도울 수 있는 회원 후원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극장은 영화관의 운영을 보다 독립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극장에서 상영될 작품들을 선정하는 일에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성과 다양성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광주극장은 운영에 도움을 주는 지역의 후원 시민들에게 영화제, 콘서트, 영화인문학 강연 등의 할인 혜택으로 보답을 주고 있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는 상업성과 대중성 대신 창작자의 의도를 우선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상업영화에 비해 자유로운 주제와 연출을 시도할 수가 있다. 이처럼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만들어진 작품들이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라는 장르의 명맥을 이어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 비상업영화들에 어떤 상영 기준을 둔다는 것은 영화의 장르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광주극장의 회원 후원제 도입은 비상업영화들의 정체성을 보호하는 한편 시민들에게는 계속해서 다채로운 작품을 제공할 수 있는 돌파구였다.



 

▲ 추억의 비디오테이프가 전시된 광주극장 ‘필름정거장’ Ⓒ조온윤

 

 

광주극장 상영작 & 예정작 서스페리아 서스페이라 1977 안도타다오 김군 로제타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보희와 녹양 체 게바라 1부 체 게바라 2부 행복한 라짜로 쁘띠 아만다 벌새 걱정마 멀리 가지 않을 거야 와일드라이프 조 라스트씬 삽질 이타미 준의 바다 기획전 5.12~6.2 월드뮤직 월드시네마 로슈포르의 숙녀들 희랍인 조르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파리의 미국인 길의 노래 안개 속의 풍경 영원과 하루 6.5~6.16 아녜스 바르다 회고전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행복 라이언의 사랑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 낭트의 자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10월 하라 가즈오 특별전 굿바이 CP 센난 석면피해 배상소송 전신소설가 극사적 에로스 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 10월 뉴아메리칸 특별전 11월 한국-스웨덴 수료 60주년 기념 스웨덴 영화제

▲ 5월부터 10월까지 예정된 광주극장 기획전 및 상영작 Ⓒ조온윤 

 

 

광주극장에서는 특별한 주제의 영화들로 이뤄진 기획전이나 영화제가 열리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돋보이는 월드뮤직 영화를 상영하는 ‘월드뮤직 월드시네마 특별전’이 열렸다. 6월에는 5일부터 16일까지 올해 봄에 타계한 프랑스 감독 아녜스 바르다(Agnes Varda)를 기리는 ‘아녜스 바르다 회고전’이 열렸다. 영화뿐만 아니라 극장 내부에는 비디오테이프 전시장과 영화간판 작업장 등 전시 공간도 상설되어있다. 영화 역사의 80년 세월이 축적된 공간인 만큼 영화 역사의 아카이브와 같은 기능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독립영화관, 한국 독립영화를 주목하다

 

 

광주독립영화관 GIFT 매표소

▲ 광주독립영화관의 매표소 및 휴식 공간 Ⓒ조온윤



광주극장이 국내외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배급망과 상관없이 아울러 상영한다면, 광주독립영화관 GIFT(이하 광주독립영화관)는 보다 철저하게 독립영화만을 상영하는 곳이다. 광주독립영화관은 지역의 열악한 영화 인프라를 극복하고자 광주지역 영화단체들이 모여 만든 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영화진흥위원회와 광주광역시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고 있다.

광주독립영화관은 한국 독립영화 전용관이다. 단편과 장편의 제한 없이 한국에서 제작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기본 운영원칙으로 삼고 있다. 제작과 배급 등에 불리한 독립영화라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작품들을 발굴하여 국내 독립영화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덕분에 광주독립영화관에서는 일반 극장에서는 접하기 힘든 한국 독립영화 감독들의 귀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 광주독립영화관 상영관의 내부 모습 Ⓒ조온윤



광주독립영화관은 2018년 4월에 정식으로 개관했다. 개관 이후 영화관에선 다양한 행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개관 1주년을 맞이하는 기념전이 열렸고 지난 5월 9일부터 한 달 동안은 대구의 오오극장, 서울의 인디스페이스, 아리랑시네센터와 함께한 공동기획전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이 진행되었다.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에서는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된 우수 독립영화 중 배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개봉작을 선정하여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광주 독립영화 오딧세이 2019 광주독립영화관 시네마클래스 영화비평가 양성과정 광주독립영화관 개관 1주년 기획전 GIFT'S gift

▲ 벽면에 붙어있는 광주독립영화관 행사 포스터와 사진들 Ⓒ조온윤



뿐만 아니라 영화 내외로의 발전을 위해 예비영화인 및 지역 시민들을 위한 특별전과 시네마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영화비평가 양성을 위한 시네마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로 하여금 영화를 감상하는 안목을 길러 영화의 소극적 소비자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지역 영화 담론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여성, 인권, 역사 등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주제들을 다루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이처럼 광주독립영화관은 단순히 상영 공간이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지역 영화를 활성화시키는 영상예술의 문화센터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14. 비평가란? 작품을 해석하는 사람 해석이란 장단을 가리는 것을 포함하는 직업 이를 통해 특정 감독의 영화 세계를 평가하는 직업 그의 영화 세계를 다른 감독과 비교하거나 대조하는 사람 결국 특정 감독의 영화 세계를 해석해서 영화사에 위치시키는 사람

▲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진행 중인 영화비평가 양성 시네마클래스 Ⓒ조온윤

 

 

지역에 거주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곳 광주에 전용 상영관이 두 곳이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그러나 두 곳 모두 상업영화 상영을 지양하는 단관 상영관이라는 점에서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광주극장과 광주독립영화관이 지역의 소중한 문화 공간으로 계속해서 남아있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지원뿐 아니라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전국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마블의 ‘어벤져스’시리즈가 점령하고 있었다. 거대한 자본의 힘과 유행 속에서는 독립영화는 차치하고 웬만한 상업영화조차도 스크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듯 보일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길 원하는 영화가 정말 단 한 편의 흥행작뿐인 걸까. 전주국제영화제가 매년 최다 관객, 최다 매진을 갱신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볼만 한 현상이다. 영화제의 운영과 홍보가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독립영화를 비롯한 예술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문화 향유의 획일화를 종용하는 거대한 자본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새롭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극장과 광주독립영화관처럼 독립예술을 위한 보호구역이 우리 주변에 필요한 이유다.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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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조온윤

2019 [인문쟁이 5기]


생활 속에서 틈틈이 시를 쓰며 지냅니다.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합니다.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멈춰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침묵과 정지. 그런 것들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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