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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속 심리학 - 부분과 전체, 그리고 형태(gestalt)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인문쟁이 김민정

2019-05-03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있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Amorepacific Museum of Art)에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소장품 특별전>이 2019년 2월 14일부터 5월 19일까지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있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 미술관 입구 ©김민정

▲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있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 미술관 입구 ©김민정


로버트 인디애나의 <사랑>과 같은 유명 작품이나 가만히 보고 있으면 환상 세계로 빠져드는 최우람의 기계 생명체 <우나 루미노>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미국, 1928~2018)의 <사랑(Love)>(1966-99) / 최우람(U-Ram Choe; 한국, 1970~)의 <우나 루미노(Una Lumino)>(2009) ©김민정

▲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미국, 1928~2018)의 <사랑(Love)>(1966-99) / 최우람(U-Ram Choe; 한국, 1970~)의 <우나 루미노(Una Lumino)>(2009) ©김민정


외관부터 심상치 않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흡사 쇼핑몰과 같은 화사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풍긴다. 미술관 앱(APMA guide)을 휴대폰에 깔고 차근차근 작품을 따라가면, 미술관 외부 공간에 설치된 작품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작품 해설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도록 이어폰을 챙겨 가면 좋다.전시된 작품 중 심리학으로 접근해 볼 수 있는 작품 세 개를 소개한다.



1. 조아나 바스콘셀로스의 <도로시>


조아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ncelos; 포르투갈, 1971~)의 <도로시(Dorothy)>(2010) ©김민정

▲ 조아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ncelos; 포르투갈, 1971~)의 <도로시(Dorothy)>(2010) ©김민정


유리 창문에 비치는 풍경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매우 거대한 하이힐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구두가 스테인리스 스틸 냄비와 뚜껑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고 깜짝 놀라게 된다. 작가는 왜 부엌에서 요리할 때 쓰는 냄비와 뚜껑으로 여성의 하이힐을 만들었을까?


우선 “형태 심리학(gestalt psychology)”, 또는 “게스탈트”라고 불리는 심리학 원리를 잠깐 설명해 보겠다. 형태 심리학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기본 가정을 지니고 있다. 부분이 별개로 따로따로 인간의 시각 정보에 제공되기보다는, 덩어리로 묶이면서 전체적으로 의미 있게 해석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아래에 작은 동그라미 16개가 가지런히 있다고 지각하기보다는, 왼쪽 그림은 1개의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오른쪽 그림은 2개의 기울어진 네모로 인식할 것이다.

 

 ▲ 16개의 작은 동그라미라기보다, 1개의 다이아몬드 모양  2개의 기울어진 네모로 보인다! _김민정

▲ 16개의 작은 동그라미라기보다, 1개의 다이아몬드 모양 / 2개의 기울어진 네모로 보인다! ©김민정

 

 

다시 <도로시>를 보자.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냄비와 뚜껑은 모여서 하이힐이 된다. 냄비나 하이힐 모두 주로 여성이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냄비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로 여기던 요리를 상징하는 반면에, 하이힐은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전문성과 개성을 상징한다.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함축된 의미가, 전체와 부분이 역으로 바뀌고 대비되면서, 이 작품은 훨씬 재미있어진다.



2.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평양 6>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 독일, 1955~)의 <평양 6(Pyongyang Ⅵ)>(2007-17) ©김민정

▲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 독일, 1955~)의 <평양 6(Pyongyang Ⅵ)>(2007-17) ©김민정


북한의 아리랑 공연 중 한 장면을 직접 촬영한 이 작품은,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태양 아래 거대한 꽃이 화려하게 피어있는 환상적인 모습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꽃과 꽃잎을 이루고 있는 부분들이 바로 공연하는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몸이 만들어낸 대규모 공연에 100,000명이 넘는 공연자가 참여했음을 알게 되면서, 또 한 번 흠칫 놀라며 감탄하게 된다.


작가는 감상자가 북한의 현 상황이나 체제 선전 같은 이념을 철저히 배제하게 하면서, 인간의 몸이 만드는 구조적 아름다움에 집중하도록 했다. 형태 심리학에서 부분과 전체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춘 것처럼 말이다.



3. 더스틴 옐린의 <심리지리학 47>


더스틴 옐린(Dustin Yellin; 미국, 1975~)의 <심리지리학 47(Psychogeography 47)>(2014) ©김민정

▲ 더스틴 옐린(Dustin Yellin; 미국, 1975~)의 <심리지리학 47(Psychogeography 47)>(2014) ©김민정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임을 잘 보여 주는 <심리지리학 47>은 언뜻 보면 양 손을 든 사람이 유리관 속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시계, 꽃, 얼굴 등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과 작가가 직접 그린 세밀한 그림들이 실제 물건처럼 생생하게 유리판에 붙어 있다. 작품 옆을 비스듬히 보면, 작가가 어떻게 작업했는지 알 수 있다. 사람의 옆모습을 단층으로 잘라낸 이차원 그림을, 각 유리판에 재현하여 겹겹이 쌓아 이어 붙인 것이다.


처음에 살펴보았던 작품 <도로시>는 일부와 전체의 상징적 의미가 상반되었다. 하지만 <심리지리학 47>에서 각각의 일부는 사람의 전체 형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각각의 조그마한 일부가 한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미미하게나마 일조하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각자의 역할이 너무 작고 보잘것없어서, 자아를 형성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 방의 연필 하나, 어쩌다 마주치는 이웃은 나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고전 작품,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봄>과 <여름>


미술 작품 중에는 형태 심리학의 원리 응용한 것들이 종종 있다. 가장 고전적이고 대표적인 작가로,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가 있다.


주세페 아르침볼도(Guiseppe Arcimboldo; 이탈리아, 1527~1593)의 <봄(Spring)>(1563) / <여름(Summer)>(1563) ©WikiArt

▲ 주세페 아르침볼도(Guiseppe Arcimboldo; 이탈리아, 1527~1593)의 <봄(Spring)>(1563) / <여름(Summer)>(1563) ©WikiArt


풍성한 꽃과 과일로 이루어진 사람의 생김새가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활기차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미술관에 방문했을 때, 작품을 감상하면서 부분과 전체 간 관계와 오묘한 상호작용을 찾아보면 어떨까?



○ 전시

전시명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소장품 특별전

기간 : 2019. 2. 14.(목) ~ 2019. 5. 19.(일)


○ 공간 정보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운영시간 : 10:00 ~ 18:00 * 월요일 휴관


○ 관련 링크

홈페이지 : http://apma.amorepacific.com

오시는 길 : http://apma.amorepacific.com/visit/guide.do


○ 사진 촬영_김민정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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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문쟁이 5기]


"심리학을 전공한 미술관 도슨트. 미술에 심리학을 접목한 <미술로 보는 심리학>을 강의하고 블로그 <미술 감상 심리학>을 운영하면서, 미술 심리에 관심 있는 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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