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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

핫핑크돌핀스의 돌고래도서관

인문쟁이 이경아

2019-01-29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황현진 공동대표 이경아 제주돌핀센터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황현진 공동대표 ⓒ이경아 



 고래와 사람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다.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생존의 흔적을 기록으로만 접할 수 있는 동식물이 늘어간다. ‘수애기’라 불리며 제주의 바다를 누비던 남방큰돌고래 역시 인간에 의해 불법 포획되거나 무분별한 개발로 보금자리를 잃었으며, 현재 멸종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바다를 앞에 두고 너럭바위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고래 이야기는 이제 전설이 되었다. 


돌고래도서관 포스터  이경아 제주 바다와 돍래가 닿는 그 곳에서 만나요 제주돌핀센터 집들이 일시 2018년 10월 28일 일요일 오후 2시 장소 제주돌핀센터 서귀포시 대정읍 도원로 17번길 5-7 제주돌핀센터 후원 농협 351-0926-5423-13 핫핑크돌핀스

▲ 돌고래도서관 포스터 ⓒ이경아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일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사라진 고래의 전설을 회복하는 것이다. 수족관에서만 볼 수 있는 고래를 바다 마을 대정읍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이와 함께 마을 주민들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어린이 캠프, 고래학교 등 해양생태 감수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처럼 국내의 유일한 해양환경단체로 2011년부터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황현진 공동대표를 만나 인간과 고래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황현진 공동대표를 만나다 


‘핫핑크돌핀스’ 안내문 이경아 핫핑크돌핀스 반갑습니다 방명록 REFUGEES WELCOME 위기에 처한 고래들

▲ ‘핫핑크돌핀스’ 안내문 ⓒ이경아 


Q. ‘핫핑크돌핀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A. ‘핫핑크’라는 감각적인 색을 통해 공존에 대한 긍정적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온화한 분홍색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아마존강 분홍돌고래 ‘보토(Boto)’에게서 영감을 받기도 했고요.


Q.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요?

A. 2011년 7월 즈음이었을 거예요. 황현진 대표가 뉴스에서 고래 불법포획 기사를 접한 뒤, 우리나라에서 돌고래쇼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에 의문을 품게 되었어요. 그 길로 한달음에 퍼시픽랜드를 찾아가 쇼를 하기 전 좁고 지저분한 공간에 갇혀있는 돌고래들을 만났어요. 제대로 마음 아파할 겨를도 없이 피켓을 만들어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자는 1인 시위를 진행한 것이 핫핑크돌핀스의 시작이에요.

 

▲ 돌고래도서관 내부 ⓒ이경아

▲ 돌고래도서관 내부 ⓒ이경아


Q.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A. 큰 흐름은 고래류 보호와 돌고래쇼 중단을 통한 해양생태계의 보전이에요. 2011년 7월 박원순 시장이 서울대공원 돌고래쇼 잠정적 중단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류를 결정한 후 시민위원회가 구성되었어요. 이듬해 4월, 제주지방법원은 중문관광단지 공연업체의 돌고래 5마리를 몰수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같은 해에 국토해양부가 남방큰돌고래를 보호 대상 해양생물로 신규 지정하며 불법포획 처벌 규정이 강화됐어요. 마침내 2013년 3월 대법원이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몰수형을 선고하며, 제돌이는 4년 만에 바다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죠. 이렇게 제돌이를 비롯해 춘삼이, 태순이, 금등이 등 남방큰돌고래 7마리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갔어요. 그 과정에서 핫핑크돌핀스는 고래의 생존을 위해 개인과 단체의 연대를 집중시키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행동으로 옮기는 역할을 해왔어요. 그렇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38마리의 고래가 좁은 수조에 갇혀 지내고 있어요. 모두가 바다로 돌아갈 때까지 저희의 활동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돌고래도서관의 서가  이경아 조약골의 책꽂이 아나키즘 탈권위 저항 황현진의 책꽂이 생태주의 해당 공존 저듸 곰새기

 ▲ 돌고래도서관의 서가 ⓒ이경아


Q. 활동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매 순간순간이 의미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변화를 보며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황현진 대표가 돌고래쇼 업체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중에 피켓을 유심히 보며 지나가던 한 가족이 입구에서 차를 돌려 나가더랍니다. 도중에 차를 세우고 아이가 “돌고래가 있어야 할 곳은 바다인 것 같아요. 돌고래를 바다에서 보기 위해 쇼를 보지 않고 돌아가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지속 가능한 공존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제대로 된 돌고래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매년 기획하는 프로그램들과 돌고래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의 해양생태계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고요. 


돌고래도서관에 비치된 해양 도서  이경아 잘있어 생선을 고마웠어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고래가 보고싶거든

▲ 돌고래도서관에 비치된 해양 도서 ⓒ이경아


Q. 고래와 사람의 공존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A. ‘공존’이라는 화두를 던지기 전에 고래라는 동물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이에요. 돌고래는 인류 다음으로 뇌가 발달한 동물로, 감정, 인지, 타인의 생각 등을 지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해요. 즉, 돌고래도 인간과 같이 살아 숨 쉬고 감정을 느끼며 생각하는 개별적 생명체인데, 감정 없는 사물로 취급되는 거죠. 하루 최고 100km 이상을 헤엄치는 돌고래가 좁은 풀장에 갇혀 간장약과 위장약이 든 물고기를 받아먹다 보니 질병에 노출되거나 이상행동으로 폐사에 이르고 있어요. 특히, 국내의 남방큰돌고래는 대정읍 지역에만 백이십여 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멸종위기의 국제보호종이에요. 이들은 제주도 연안에 무리 지어 살며 상어의 유입을 막아내던 우리의 친근한 이웃이지요. 이들의 개체 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인간의 삶 역시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해요. 폐비닐을 해초인 줄 알고 감고 다니는 돌고래의 모습이나 해양생물의 위장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이물질을 보면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의 피해에서 인간도 예외일 수 없음을 예감해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많은 이들이 돌고래들의 생존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요.


▲  핫핑크돌핀스의 고래 굿즈  ⓒ이경아

▲ 핫핑크돌핀스의 고래 굿즈 ⓒ이경아


Q. 해양생태계 감수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 어른과 아이 가릴 것 없이 경험을 통한 배움만큼 좋은 것은 없어요. 저희 생태배움터 돌고래도서관에서는 1~2월에 걸쳐 초등학생 친구들과 함께 ‘제주 바다 친구들’ 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분야별 해양생물 도감과 관련 도서를 접하고, 대정읍 노을해안로를 따라 남방큰돌고래의 모습을 관찰하는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되어 있죠. 또 다른 예로, 핫핑크돌핀스가 지은 동화책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방류된 제돌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제돌이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과 남방큰돌고래의 특성이 알기 쉽게 적혀 있어, 환경적 가치를 깨닫고 감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죠. 


Q. 향후 계획은?

A.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남방큰돌고래가 안정적으로 살아가 수 있는 생태환경을 조성하고, 그것을 지켜가는 일이에요. 현재 제주돌핀센터를 운영하며 남방큰돌고래 생태 관찰, 참여형 해양생태 감수성 교육, 돌고래 서식지 보호를 위한 감시 활동과 돌고래생태마을 추진, 해외 해양생물보호단체들과의 국제교류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 모든 것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사람의 공감과 관심이 필요해요. 


핫핑크돌핀스의 선전물 이경아  위기에 처한 고래들 당신의 작은 행동이 위기에 처한 고래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 핫핑크돌핀스의 선전물 ⓒ이경아



지속 가능한 인간과 고래의 미래를 위해 


남방큰돌고래의 안부를 묻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조약골 대표를 따라나섰다. 제법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신도리 해안로에서 카메라를 다부지게 쥐는 그의 자세에서 익숙함이 느껴졌다. 꽤 오랜 시간 남방큰돌고래들을 관찰하고 기록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남방큰돌고래의 군무  조약골 HOTPINK DOLPHINS

▲ 남방큰돌고래의 군무 ⓒ조약골


얼마 지나지 않아, 1번 표식을 단 제돌이의 등지느러미가 물결 사이로 솟아올랐다. 곧이어 곳곳에서 먹이 사냥을 즐기는 남방큰돌고래 20여 마리의 군무가 펼쳐졌다. 쇼장에서의 처절한 몸부림과 달리 드넓은 바다에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남방큰돌고래의 모습이 경이로웠다. 이처럼 거대한 지구별의 품 안에서 인간과 고래의 공생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마음 깊이 바라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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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아
인문쟁이 이경아

2018 [인문쟁이 4기]


‘열등감은 우월을 향한 욕구이다’라는 아들러의 인생처방전을 좋아합니다. 못나고 실패 투성이인 제 삶을 타인과 비교하며 좌절에 빠졌던 것도 열등감 때문이었고, 그런 삶을 인생이라는 궤도에 끌어올린 것도 열등감이란 섬세하고 열정적 감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열등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강점이 빛나 보이고 사물에 부여된 의미가 마음 깊숙이 와 닿더군요. 어설픈 글에 내가 부러워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보자는 의지로 인문쟁이의 여정을 걸어가려 합니다. 평생 그림자처럼 나를 등지고 있을 열등감의 무게와 속도를 고려해 너무 빨리 달리지는 않으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주의 깊게, 자세히 들여다보고 관계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피려 합니다. 가끔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인다면 제 글을 읽어주세요. 인문학을 통해 제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당신이 우월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수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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