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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다울이도 다랑이도 노래 만들어요

노래가 넘실대는 ‘청’포도’라’일락 가족

김세진

2019-01-18

3년 전, 젊은 나이에 산골로 이주해 《할머니 탐구생활》을 쓴 저자 정청라 씨에게 이끌린 나는 덜컥 그녀를 만나러 전라남도 화순군으로 갔었다. 그들 가족이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 그녀의 소식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웬일! 아이들과 노래를 하고 있는 이야기가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요즘은 노래하고 있단 말인가. 궁금한 마음에 다시 화순으로 향했다.



자연스레 샘솟은 노래 줄기


7년 전 어느 날, 조용하던 마당에 ‘우당탕 퉁탕’. ‘까아옹 꺄아악’ 요란한 소리가 나 정청라 씨와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있었다고 한다. 아마 고양이들끼리 패싸움을 벌이다 당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는 사이에 고양이는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다. 당시 네 살이던 다울이는 정청라 씨에게 대뜸 “‘야옹이가 다쳤다’ 노래해 줘”라고 했다. “고양이 노래?”, “아니, ‘야옹이가 다쳤다’ 노래.” 그런 노래는 없다고 말할 수 없어 ‘만능 엄마’는 즉석에서 지어 불렀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야옹이가 다쳤다. 야옹이가 봄 다쳤다. 친구들과 여름 싸였다. 가을 야옹아 울지마! 겨울 우리들이 호 해줄개!♥)


야옹이가 다쳤다/ 친구들과 싸웠다/ 야옹아, 울지 마/ 다울이가 ‘호’ 해 줄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이 노래의 탄생처럼 정청라 씨의 변화도 자연스러웠다. 이사할 땐 전혀 물 걱정이 없던 마을이 몇 년 전 물이 말랐고, 그때 우연히 <녹색평론>에서 ‘이야기와 노래가 말라 물이 마르고 있다. 이야기와 노래가 회복되면 물줄기가 열릴 것.’이라는 글을 읽었다고 한다. 정청라 씨는 집에서부터 노래가 흐르게 하도록 마음먹었다. 그런 바람을 다울이도 알았는지 일상에서 일어난 사건을 노래로 불러 달라고 한 것이다.


그게 시작이었다. 자기 안에 노래를 창조하는 힘이 있음을 발견한 것이. 이전에는 감히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더구나 악보 보는 법도 가물가물해진 때. 그에게 노래하는 힘이 선물처럼 덤으로 주어졌다 했다.


아이들의 단체사진


“세 아이를 키우며 온종일 복닥복닥 함께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노래랑 친해져요.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랠 때 노래를 불러주고,

졸려서 칭얼대면 자장가 불러 주고. 아이들은 말이 트이고 나서는 걸핏하면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해요. 내가 싫든 좋든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샘에 물이 차오르듯 노래가 퐁퐁 차오르는 거예요.”


그런 엄마들이 모였다. 전남지역 녹생당 안에서 함께 글쓰기를 하며 공부를 하는 의역함 모임이 있었는데, 엄마 따라서 온 아이들을 위해 곁다리 모임 ‘산노랑(살아있는 노래랑)’을 꾸려졌다. 처음에는 백창우 님이 만든 ‘어린 보리’ 같은 노래를 부르다가 지난해 5월, 당원 프로젝트 공모 사업에 지원해 《산노랑 노래집》을 만들게 되었다. 엄마들은 창작곡을 만들었고, 아이들은 저마다의 솜씨를 발휘한 악보와 그림을 채워 넣었다.


산노랑 노래집 표지 앞, 뒷면(산노랑 노래집 : 살아있는 노래랑/그림 유민, 온, 수현, 수민, 유림, 다올, 다랑, 다나/악보 룻밤, 시오니/책꾸밈&도움 영연, 지산, 길날, 율, 빨강앤/펴낸곳 모처럼독립출판/펴낸날 2017년 12월 22일)



다울이도 다랑이도 다나도 모두 작곡가


아이들의 순간순간 흥얼거림도 노래가 된다. 그 순간이 흘러가 없어져 버리지 않게 붙잡아 두는 것은 엄마의 몫.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면서 갑작스레 더위를 맞닥뜨린 네 살배기 다랑이는 그늘에 앉아 이런 노래를 불러제끼기 시작했다.


왜 반팔 입어도 더우나/ 왜 반팔 입어도 더우나/ 옛날에는 안 더웠는데 왜 반팔 입어도 더우나.

  • 인문유랑
  • 화순
  • 정청라
  • 산노랑
  • 노래
  • 작곡
필자 김세진
김세진

숨어 있는 소소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일상을 이야기와 음악으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 덕분에 눈이 맑아지는 행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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