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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향토실버인형극단, 영걸스

장성윤

2018-12-21


“감정을 몰입하는 순간 인형은 살아 움직여요. 배우가 사나워지면 인형의 손, , 얼굴모양이 모두 사납게 움직여요. 인형만 봐도 배우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알 수 있어요, 감정을 몰입하지 못하면 인형은 말 그대로 그냥 인형일 뿐이죠. 온 신경을 쓰고, 마음을 불어넣어 연기를 하면 관객들도 거기에 몰입하게 돼요. 그게 우리가 인형극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해야지.”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12명의 배우들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녀들. 광명의 향토실버인형극단 ‘영걸스’의 뜻이다. 극단 초창기부터 지도자로 있는 장영주 선생이 지었다. 현재 극단 영걸스에는 인형극에 푹 빠진 61세부터 77세까지 12명의 소녀들(?)이 있다. 끼도 많고, 인형극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소녀들. 이쯤 되면 향토실버인형극단 영걸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향토실버인형극단 영걸스 배우들

▲ 향토실버인형극단 영걸스 배우들


“공연하러 가면 다들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우리 팀이 박수도 제일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정작 상은 한 번도 안 주더라고.” (웃음)


아마추어 인형극제에 수 차례 출전하면서 상을 노려보는데 번번이 실패한다고 멋쩍어하지만 뭐 그러면 좀 어떠랴. 이렇게 좋은 이들과 함께 하니 즐겁고, 아이들에게 재밌고 유익한 인형극을 보여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자랑스럽고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인형극은 인형을 좋아하고 열정이 있어야 가능해요. 3년은 해야 인형이 쓰러지지 않고 제대로 설 수 있고, 혼자서 손까지 움직이게 하려면 5~6년은 걸려요. 몇 개월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으니까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같은 또래끼리 어울리고, 재능을 익혀서 지역을 위해 쓰겠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오래 남아있을 수 있어요.”


극단 영걸스의 원선례 회장(73). 10여년의 전통을 이어온 영걸스의 유일한 초창기 멤버다. 다들 나이가 나이인지라 세상을 떠나거나 건강이 나빠져 공석이 생길 때마다 인원을 충원하며 지금껏 운영해왔다. 


극단 영걸스의 원선례 회장

▲ 극단 영걸스의 원선례 회장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녀는 딸들이 일찍 출가해 53세에 할머니가 되었고, 연년생 손주들에게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고 싶어 동화구연을 배웠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동화구연은 손주들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반응이 좋았고, 여러 유치원에서 섭외 제안이 오기도 했다. 그 재미에 빠져 8년 동안 동화구연 선생님으로 일했다. 경기도 동화구연 대회에서 우수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호기심도 많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원 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마침내 그녀는 인형을 직접 만들어서 인형극을 선보였고, 5명의 회원으로 ‘금노을 인형단’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인형극을 시작하게 됐다.


공연할 때만큼은 그 인물로 빠져 들어갈 수 있어 짜릿하다. 점잖은 역을 할 때는 점잖아지고, 포악한 역을 할 때는 포악해진다. 캐릭터에 몰입되는 순간이 좋고, 여러 인생을 경험하는 것이 설렌다. 그래서 인형극을 포기할 수 없다.


인형극은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만큼 서로간의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 12명 중 1명만 삐걱해도 극의 흐름이 깨지고, 공연을 망치게 된다. 그만큼 서로 맞춰가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원 회장은 때로는 엄격해지고, 때로는 친언니처럼 푸근해진다. 나이 들어 인형극을 시작한 단원들이 어떤 역이 주어져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도록, 어떤 공연을 하든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연습을 실전처럼 하라고 독려한다. 단원들이 화합해서 잘해주는 것이 늘 고맙다.


인형극 연습 모습

▲ 인형극 연습 모습, 인습은 실전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면 우리도 좋고,

우리가 잘하면 아이들이 좋아해


영걸스 단원들은 지역사회 어린이들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이들은 2008년부터 광명문화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찾아가는 향토인물인형극’을 통해 광명시 25개 초등학교를 순회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오리 이원익 대감>, <여장부 강빈> 등 인형극으로 우리 지역의 역사적인 인물을 소개하고, 현장답사를 통해 그들의 삶과 지역의 역사를 함께 배워보는 프로그램이다.


영걸스 초창기에 이 인형극을 본 아이들은 지금 대학교 2학년이 됐다. 원선례 회장은 현재 대학교 1학년이 된 손녀도 할머니의 공연을 보고 “할머니 최고!”라고 좋아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유치원 어린이들을 위한 성폭력 예방 인형극 ‘내 몸은 보물이에요’는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아동 성폭력에 대비해 나와 다른 사람의 몸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위험상황에서의 대처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알려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면 우리도 좋고, 우리가 잘하면 아이들이 좋아해. 컨디션이 좋고, 단원들이 화합하면 반응이 좋지만, 몸이 안 좋고, 서로 안 맞으면 아이들도 떠들고 집중을 안 하지, 참 신기해. 공연을 잘 마치면 너무 행복하고, 틀리고 꼬이면 속상해서 울고 싶어. 우리가 욕심이 너무 많은가 봐.”

 

영걸스는 올해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학교 순회공연을 했고, 춘천인형극제에 출전했으며, 강릉과 정선의 지역축제에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기도 했다. 2018 광명인형극제, 오리문화제 등에서도 공연을 했다.


“이렇게 나이 들어서도 봉사할 수 있고,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해. 우리 공연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고,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영걸스 활동 사진


영걸스는 앞으로 더 많은 공연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학교뿐 아니라 복지관, 경로당 등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 영걸스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멍석만 깔아달라는 그녀들. 12명의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녀들의 아름다운 열정을 감히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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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장성윤
장성윤

광명지역신문(www.joygm.com)의 편집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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