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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시민기자단이 취재한 우리동네 인문 현장

충남

아산만의 조용한 마을 공세리, 이야기를 품다.

아산 공세리 성당

2018.12.04

충청남도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는 여느 마을과 다를 바 없는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지역이다. 조선 시대에 세금으로 걷은 곡물을 임시 보관하던 ‘공세곶창’이 있던 곳으로, 공세리라는 지명도 여기서 유래한다. 무려 300년간 운영되었던 공세곶창 터에는 현재 공세리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공세리 성당 본당의 모습 Ⓒ 정지안 

▲ 공세리 성당 본당의 모습 Ⓒ 정지안


공세리 성당은 1890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성당이다.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이들을 기리는 순교성지이기도 하다. 공세리 언덕에 위치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공세리 성당은 그 아름다움을 즐기며 쉬어가기 위해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가을의 끝자락에 방문한 성당에는 울긋불긋한 단풍과 노란 은행나무 물결이 입구에서부터 반기고 있었다.

 

공세리 성당 본당의 노란 은행나무 Ⓒ 정지안 

▲ 공세리 성당 본당의 노란 은행나무 Ⓒ 정지안

 


성지에 서린 박해의 역사


오르막길을 올라 공세리 성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복자 안드레아 김대건 순교 백 주년 기념비’이다. 김대건 신부는 최초의 한국인 신부로 전국 곳곳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역사적인 인물의 기념비로 시작되는 성당에는 한국 천주교 박해의 역사가 서려 있다. 특히 공세리 성당이 자리한 내포 지방(충청남도 아산만 일대)은 신유, 기해, 병오, 병인으로 이어지는 4대 박해에서 가장 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지역이기도 하다.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순교 백 주년 비 Ⓒ 정지안 

▲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순교 백 주년 비 Ⓒ 정지안


공세리 성지의 ‘삼십이 순교자 현양비’는 신유, 병인 박해에 순교한 32명의 순교자를 기리고 있다. 그 뒤에는 순교자들의 묘석도 함께 모셔져 있다. 이 중에는 유해가 함께 모셔진 순교자도 있다. 종교를 막론하고, 신앙을 이유로 고문, 옥사, 참수형을 당했던 아픈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삽십이 순교자 현양비 Ⓒ 정지안

▲ 삽십이 순교자 현양비 Ⓒ 정지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공세리 성당은 종교적 믿음 없이도 누구에게나 하나의 예술로 다가온다. 성당 마당을 뒤덮은 각양각색의 낙엽들은 가을만이 가진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성당의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공세리 성당 마당에 쌓인 낙엽 Ⓒ 정지안

 ▲ 공세리 성당 마당에 쌓인 낙엽 Ⓒ 정지안


어느 곳에서 봐도 각기 다른 멋을 자랑하지만, 성당 앞 작은 광장에서 서서 바라보는 본당의 경관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본당은 붉은 벽돌이 그 예스러운 멋을 한껏 끌어올린다. 고색창연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본당뿐 아니라 성지, 성당을 이루는 여러 조형물과 건물들의 배치에도 자연스러운 멋이 녹아있다. 이 모든 아름다움은 성지가 품고 있는 역사가 더해져 그 깊이가 남다르다.

 

그리고 공세리 성당에는 무려 수령이 350년이 넘는 나무들이 있는데, 팽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으로 종류도 다양하다. 네 그루는 국가 보호수로 지정되었는데, 본당 앞에서 위엄을 뽐내는 팽나무도 그중 하나다. 땅 위로 드러난 그 뿌리의 강인한 굴곡에서 역사와 생명력이 느껴진다.


본당 앞 보호수인 팽나무 뿌리의 모습 Ⓒ 정지안

▲ 본당 앞 보호수인 팽나무 뿌리의 모습 Ⓒ 정지안

 


성지 박물관에서 만나는 오랜 추억


성지 박물관 건물은 과거 신부님들의 숙소로 사용되었던 사제관을 개보수한 것으로, 충청남도 지정문화재 144호이다. 화려한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과는 달리 성직자들의 소박한 삶을 짐작해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초기 천주교 교우촌의 생활 모습, 천주교 박해와 한국전쟁 시기의 순교자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어느새 경건한 마음으로 삶을 돌아보게 된다.


공세리 성지 성당박물관 Ⓒ 정지안

▲ 공세리 성지 성당박물관 Ⓒ 정지안


그런데 이 성스러운 박물관에서 난데없는 ‘이명래 고약’이 불쑥 등장한다. 각종 상처와 종기에 바르던 고약으로,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세리 성당을 설립한 에밀 드비즈 신부는 고국에서 익힌 의료 지식을 바탕으로 고약을 개발하여 무료로 나눠줬다. 그 후 신부는 자신을 곁에서 돕던 이명래에게 비법을 전수하였고, 이는 ‘이명래 고약’이 되어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 오늘날에는 다른 신약에 밀려 추억의 물건이 되었지만,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라면 이명래 고약을 어렴풋이 떠올릴 것이다.


공세리 성당 주변 건물의 이명래 고약 벽화 Ⓒ 정지안

▲ 공세리 성당 주변 건물의 이명래 고약 벽화 Ⓒ 정지안


한국 천주교 박해의 역사부터,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이명래 고약까지. 평화로운 공세리 언덕 위 공세리 성당에는 마지막 가을을 풍성하게 채워줄 이야기가 가득하다.

 

 

*공세리성당

주소: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 공세리성당

문의: 041-533-8181

홈페이지: http://www.gongseri.or.kr/

장소정보
충청남도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 공세리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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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안
충남 정지안
2018 [인문쟁이 4기]


정지안은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초중고까지 20여년을 살았고, 10여년 꿈이란 것 때문에 서울 생활을 했다. 그 후로 직장 때문에 충남 당진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직장에서 잘려 놀고 있는데, 여하튼 20여년 살고 있다. 이것저것 별것 없는 일을 하면서 산 세월을 합치니 50은 넘었고, 60도 내일 모레인가보다. 사람들은 언제나 파란하늘을 보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가끔은 하루 종일 하늘마저 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래도 그런 나를 위하는 사람도 역시 나 여야하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살기를 바란다. 좀 느리게 살아 보기를 바란다. 내가 느리게 사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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