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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서귀포의 청춘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차- 산책도 예술이 되는 이중섭 거리

인문쟁이 양혜영

2018-12-04

처음은 항상 특별하다. 만남, 약속, 데이트, 사랑같이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것에 처음이란 말이 더해지면 평생 잊지 못하는 기억이 된다. 이는 오랫동안 마음속 저장고에 들어 있다가 예고 없이 떠올라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올해 서귀포시에서 시범 투어 중인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차’에 참여해 많은 사람의 첫 순간을 공유한 장소들을 함께 걸었다. 서귀포 중장년층의 젊은 나날들이 담겨 있는 청춘의 거리, 구도심지의 건축물을 돌아보았다.


건축문화기행 출발 장소인 제주올레여행자센터 ⓒ양혜영

▲ 건축문화기행 출발 장소인 제주올레여행자센터 ⓒ양혜영

 

 

우리 만나요, 그곳에서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약속시간만 정하면 장소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서귀포 중정로에 위치한 동명백화점은 1975년부터 1990년대까지 서귀포 시민들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였다. 서귀포 최대 번화가 중심에 자리 잡은 최초의 백화점인 이곳은 현재는 운영되지 않지만, 건물은 남아 여전히 거리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70년대 건축 공법이 두드러진 돌출된 이층 통유리창과 와플 구조의 천정은 한때 서귀포를 대표하던 건물로서의 위용을 뽐낸다.


서귀포 중정로의 구 동명백화점 건물 ⓒ 양혜영

▲ 서귀포 중정로의 구 동명백화점 건물 ⓒ 양혜영


동명백화점이 약속 장소라면, 서귀포 관광극장은 본격적인 만남의 장소였다. 1963년에 개관해 오랜 시간 서귀포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극장은 안타깝게도 화재와 태풍으로 지붕과 벽을 소실했다. 이후 2012년, 리모델링을 거쳐 예술전용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현재 주말마다 클래식, 재즈, 국악,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무료로 펼쳐지고 있다.

 

(좌) 서귀포 관광극장 입구 (우) 화재와 태풍으로 소실된 지붕과 벽을 활용해 노천극장으로 재탄생한 서귀포 관광극장 ⓒ양혜영

▲ (좌) 서귀포 관광극장 입구 ⓒ양혜영

▲ (우) 화재와 태풍으로 소실된 지붕과 벽을 활용해 노천극장으로 재탄생한 서귀포 관광극장 ⓒ양혜영


소정방폭포 인근 해안 절벽에 있는 소라 모양을 형상화한 소라의 성은 196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인들이 자주 찾는 데이트코스였다. 지상 2층의 원형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서귀포 앞바다의 야경과 절벽 아래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로 유명하다.


소라를 형상화해 원형으로 지은 돌집 소라의 성 ⓒ양혜영

▲ 소라를 형상화해 원형으로 지은 돌집 소라의 성 ⓒ양혜영

 

서귀포시는 2017년에 소라의 성을 보전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로 평가하여 보수보강공사를 시행한 후 북카페와 복합문화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귀포 앞바다가 내다보이는 창에 옹기종기 모여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때와 다름없이 아름답다. 

 

건물 앞 아치형 구조가 멋스러운 소라의 성 북카페 ⓒ양혜영

▲ 건물 앞 아치형 구조가 멋스러운 소라의 성 북카페 ⓒ양혜영


한 번의 만남이 평생 잊지 못할 인연으로


수많은 사람이 만났다가 헤어진다. 앞서 둘러본 장소들에서도 수많은 인연이 서로 닿았다가 흩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하나의 인연에 연연하는 이유는 단 한 번을 만나도 영원히 잊지 못하는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이중섭 화가의 삶에 있어서 서귀포와의 만남이 그랬다. 자구리 해안 맞은편 오르막길 입구에 세워진 ‘길 떠나는 가족’ 조형물을 따라가면 이중섭 화가가 거주했던 초가집이 나타난다.

 

(좌) 이중섭 화가가 거주했던 초가집 (우) 이중섭 화가의 네 식구가 살았던 방 ⓒ양혜영

▲ (좌) 이중섭 화가가 거주했던 초가집 ⓒ양혜영

▲ (우) 이중섭 화가의 네 식구가 살았던 방 ⓒ양혜영


이중섭은 6·25 전쟁 당시 피난길에 나섰다가 서귀포에 자리 잡았다. 거주지 바로 옆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에는 당시 이중섭 화가가 서귀포에 머물면서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중 바닷게와 아이들을 그린 것이 많은데 끼니를 연명하기 위해 자주 바닷게를 잡아먹은 게 미안해 그림으로 그렸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중섭 미술관 ⓒ양혜영

▲ 이중섭 미술관 ⓒ양혜영

 

바닷게를 잡아 끼니를 때우고 화구를 사지 못해 담뱃갑에 있는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화가. 가난하고 힘든 생활이 눈에 훤한데, 은박지에 그려진 그림은 밝고 유쾌하다. 가난 속에서도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이 담겨서인 것 같다. 실제로 이중섭 화가는 죽는 날까지 서귀포 작은 방에 온 가족이 모여 살던 시절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좌) 도화지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 (우) 이중섭 화가가 서귀포에서 그린 그림들 ⓒ양혜영

▲ (좌) 도화지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 ⓒ양혜영

▲ (우) 이중섭 화가가 서귀포에서 그린 그림들 ⓒ양혜영


현재 이중섭 화가가 살았던 집, 그가 걸었던 산책로, 이중섭 미술관과 이중섭 공원이 있는 길은 ‘이중섭 거리’로 지정되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주말에는 거리 곳곳에서 음악공연을 관람하고 문화탐방을 할 수 있고, 도내·외 작가가 운영하는 아트마켓과 예술품과 함께 제주 전통 음식을 시식할 수 있는 이중섭 야외전시대가 마련되어 있다.


이중섭 거리 입구 ⓒ양혜영

▲ 이중섭 거리 입구 ⓒ양혜영

 

(좌) 이중섭거리 아트페어 (우) 주말마다 이중섭 거리에서 펼쳐지는 서귀포예술시장 ⓒ양혜영

▲ (좌) 이중섭거리 아트페어 ⓒ양혜영

▲ (우) 주말마다 이중섭 거리에서 펼쳐지는 서귀포예술시장 ⓒ양혜영

 

이 외에도 건축문화기행4차에서는 소암기념관과 서복전시관 앞 해안 산책로를 경험할 수 있었다. 건축문화기행을 통해 건축의 아름다움이 외면보다 내면에 있음을 배웠다. 결국 사람을 지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건축의 내면이며 건축물에 담겨 있는 세월이다. 건축문화기행에서 만난 건축물은 오랜 세월 한결같은 자리에서 서귀포시민과 함께했다. 사람과 함께 나이 드는 건물들. 그 안에서 만나는 추억은 처음 만날 때 모습 그대로였다.

 

 

 

* 서귀포 관광극장

주 소 : 서귀포시 이중섭로 25

문 의 : (064) 732-1963

관련 사이트 : http://blog.naver.com/seogwinet

 

* 소라의 성 (북카페)

운영시간 : 매일 09:00~ 18:00

주 소 : 서귀포시 칠십리로 214번길 17-17

문 의 : (064) 732-7128

 

* 이중섭 미술관

관람시간 : 09:00 ~ 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

주 소 : 서귀포시 이중섭로 27-3

문 의 : (064) 760-3567

관련 사이트 : http://culture.seogwipo.go.kr/jslee

장소 정보

  • 서귀포건축문화기행
  • 이중섭거리
  • 제주올레여행자센터
  • 동명백화점
  • 서귀포관광극장
  • 이중섭미술관
  • 이중섭
  • 이중섭주거지
  • 이중섭은지화
  • 소암기념관
  • 소라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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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양혜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양혜영은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만 집중된 편독에서 벗어나 인문의 세계를 배우려고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여러 인문공간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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