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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향촌문화관’에서 ‘옛날 감성’을 느끼다

인문쟁이 김상협

2018-09-06

대구 향촌동은 조선 시대 대구읍성의 화약고가 있던 한적한 동네였다. 이후 물류 수송의 중심인 대구역이 들어서고 대구읍성이 헐리면서 행정, 금융, 상업의 중심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6·25 전쟁의 발발로 대구 향촌동에 모여든 전국의 수많은 문화예술인 덕분에 문화예술 분야가 발전했고, 피난민의 급증은 이 지역을 경제와 상업중심지로 성장시켰다. 대구의 1900년대 초부터 1950년대까지의 모습을 한데 모아 놓은 ‘향촌문화관’은 지역의 근대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외부


향촌문화관 터는 100년 전 대구 최초의 일반 은행인 선남상업은행이 있던 곳이다. 일본인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설립한 은행으로, 한국인과 일본인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후 1941년에 식민정책을 지원하는 조선상업은행으로 흡수되었다. 오늘날 한국상업은행 대구지점으로 영업해오던 공간은 2014년 도심재생문화재단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지금의 전시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내부


향촌동의 역사 속으로


대구읍성이 허물어지고, 신작로가 생기면서 향촌동은 근대 대구의 중심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8·15 광복, 6·25전쟁을 거쳐 시내로 거듭나기까지 향촌동의 흥망성쇠를 연표와 사진, 영상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내부 - 만물상회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내부 - 대구공구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내부 - 미국공보원


내부로 들어서니 ‘이곳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옛날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향촌문화관의 1층에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중앙로, 북성로 공구 골목, 미국 공보원, 대구역, 교동시장 등 옛 대구의 모습을 크기만 축소해서 그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각각의 장소가 만들어진 과정과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영상물과 모형들 덕분에 옛 대구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와닿았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내부 - 백조다방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내부 - 생고기집 너구리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구상, 조지훈, 이중섭, 이상범 등 내로라하는 전국의 많은 문화예술인이 대구의 향촌동으로 모였고. 이 지역은 명실상부한 한국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향촌동의 수많은 다방과 음악감상실 그리고 주점은 자신의 모든 열정을 문화예술에 쏟아내던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자리매김했다. 문화예술인들이 애용하던 다방과 술집의 옛 모습을 재현해 놓은 2층 한가운데 서서 나는 잠시 과거 속 그들이 된 듯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긴 세월에도 남아있는 옛 대구의 정취


향촌문화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은 바로 옛날 옷 체험이다. 다른 곳에서는 별도의 체험비가 필요하겠지만, 향촌문화관에서는 옛 학생복부터 경찰복, 한복 등 다양한 옷을 무료로 입어볼 수 있다. 지금과 전혀 다른 오래전 대구의 풍경을 배경으로 재미있는 설정 사진을 찍는 것은 필수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내부 - 좌) 고바우집, 우) 남선악기사


특히 공간 지하 1층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감상실 ‘녹향’이 있다. 1946년 이창수 선생이 SP 레코드판 500여 장과 축음기 1대로 향촌동 자택 지하에 문을 열었으며, 그로부터 4년 후 6·25전쟁 당시 대구로 내려온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당대 많은 이의 예술 활동 근거지이자 휴식처이기도 했던 녹향은 2014년 7월 이창수 선생의 유가족이 관련 기자재를 모두 대구 중구에 기증하면서 향촌문화관 지하에 새롭게 자리 잡았다. 긴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음악감상실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덕분에 시간대별로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 내부 - 녹향


우리는 ‘감성’이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SNS 속에서는 과거의 건축물을 보고, 옛 옷을 입은 채 ‘옛날 감성’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과거의 정취를 좇는 오늘날의 흐름 속에서 ‘향촌문화관’이야 말로 ‘옛날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장소 정보

  • 대구
  • 향촌동
  • 향촌문화관
  • 옛날감성
  • 감성
  • 문화예술
  • 대구근대화
인문쟁이 4기 김상협
인문쟁이 김상협

2018 [인문쟁이 4기]


어릴 때 다른 사람이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행복한 사람이라며 자라왔다. 꿈이 곧 직업이다는 말을 싫어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지만 레크레이션 강사, 태권도 사범 등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헌혈 100회, 봉사활동 1000시간을 하며 다른 사람의 행복에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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