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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상을 사랑하게 되는 책방

책방 토닥토닥

인문쟁이 김슬기

2018-08-14

어린 시절, 전주 남부시장에는 언제나 맛있는 음식 냄새와 푸근한 온기가 가득했다. 지금도 그 온기와 냄새는 여전하지만, 언젠가부터 무언가가 달라졌다.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개성 있는 가게들이 들어선 '청년몰'이 생긴 이후부터 이곳에는 새로운 느낌과 활기가 깃들고 있다. 변화 중인 시장 한편에는 진중한 삶의 태도와 따스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방 토닥토닥'이 있다.

 

'책방 토닥토닥'의 외관

▲ '책방 토닥토닥'의 외관

 

사랑은 사랑이다


'책방 토닥토닥'은 이름 그대로 우리를 위로해주는 독립서점이다. 총천연색의 알록달록한 벽과, 책방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는 행사나 정보를 수더분하게 적어 놓은 창문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곳. 하지만 이러한 외관과 이름보다도 선명하고 확실하게 책방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건 바로 간판이다. 무지갯빛 배경에 적힌 "Love is love". 사랑은 사랑이다. 이 책방은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그저 사랑일 뿐이라고 말한다.

 

Love is Love

▲ Love is Love

 

책방지기인 김선경 씨가 운영 중인 '책방 토닥토닥'의 자그마한 내부에는 다양한 주제의 독립 서적은 물론 책방지기의 추천 도서가 준비되어 있다. 규모상 많은 책을 다루지 못하는 대신 이곳의 모든 책에는 책방지기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방 내부의 다양한 독립서적

▲ 책방 내부의 다양한 독립서적


Q. '책방 토닥토닥'이라는 이름의 뜻과 책방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책방 토닥토닥'이라는 이름은 제 경험 때문에 정한 거예요. 책방을 하기 이전 상담심리를 전공해서, 미술치료와 책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했어요. 그런 삶을 살다가 2016년쯤 청년몰에서 새로운 상인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본격적으로 생각한 아이디어가 상담과 책방의 접목이었어요. 책을 통해 상대를 토닥거리며 위로하는 책방이 되고 싶었어요.

 

책방 토닥토닥의 서적들-남은자들의 말(5.18 광주의 아픔), 꿈에게 길을 묻다(5.18을 딛고 일어서며...)

 

책방 토닥토닥의 서적들

▲ '책방 토닥토닥'의 서적들


Q. 계절별로 특별한 주제로 책을 전시하신다고 들었어요. 

A. '이 작은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손님과 내가 원하는 소통을 할 수 있을까'고민하다 나온 공간이에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기획 전시처럼 저희 책방만의 기획 전시인 셈이죠. 지금까지 프랑스 서적부터 환경까지 많은 주제를 가지고 진행했어요. 이번 주제는 '여름의 맛'인데 '푸드 테라피'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지치고 기운이 다 소진된 날 음식과 함께 곁들일 맛있는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었어요.

 

'여름의 맛' 주제 전시 공간

▲ '여름의 맛' 주제 전시 공간


Q. 다양한 주제 중 퀴어와 페미니즘, 인권을 주요하게 다룬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처음부터 정한 컨셉은 아니었어요. 물론 평소 해당 분야에 관심과 애정이 있던 영향도 있겠지만요. 처음엔 그저 저희 책방의 작은 카테고리 정도였는데 퀴어에 관심이 있거나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이 방문해 주셨어요. 그러면서 점점 저희 책방만의 컨셉으로 굳어졌고요. 어쩌면 그런 공간에 대한 갈증이 모여 저희 책방을 완성해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Q. '랩&시 짓기' 모임이나 '그림책 읽기' 모임 등 매달 독특한 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A. '랩&시 짓기'와 '그림책 읽기'도 책방의 시작처럼 제 추억과 경험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고등학생 때 가끔 랩을 지어 보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시의 운율과 랩의 라임 사이에 접점이 보이더라고요. 그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지금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모임이 됐어요. 또한 미술치료를 통해 그림으로 치유 받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그림책 읽기 모임을 만들었고요.


아기자기한 엽서


Q. 페미니즘 낭독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페미니즘 독서 모임 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분들이 모여 단체채팅방을 만들었고, 정해진 날에 시간과 여유가 되는 사람끼리 모여 자유롭게 진행하고 있어요. 페미니즘 관련해 독서와 낭독을 하고 가끔 행사도 같이 기획하고요.


Q. 페미니즘이나 퀴어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책은 어떤 게 있나요?

A. '페미니즘의 작은 역사'는 페미니즘 공부를 막 시작한 분께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페미니즘의 역사가 쉽게 설명되어 있어요. '페미니즘 큐어링'이라는 책은 페미니즘을 더욱 깊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고요. 퀴어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면 'LGBT+ 첫걸음'도 추천해요.

 

'책방 토닥토닥'의 책들

▲ '책방 토닥토닥'의 책들

 

Q. 앞으로 바라는 책방의 모습이 있나요?

A. 가볍게는 '오늘도 무사하다'예요. 책방에 대해 조사할 당시 한 책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다가 "저희 책방이 오늘 1주년 되는 날이에요"라고 하시면서 떡과 선물을 주셨어요. 그때 그 말씀을 하셨던 말투와 표정에서 안도감이 많이 와 닿더라고요. 보다 큰 의미에서는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방이 된다면 좋겠어요. 이 책방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나아가 타인과 세상까지 사랑하게 되는 것만큼 좋은 건 없을 것 같아요.  


Q. 책방지기님이 생각하는 인문은 무엇인가요?

A. 모든 것을 사랑의 눈으로 보는 게 많이 어려운 것 같아요. 세상과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혐오와 편견의 껍질은 생각보다 더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에 인문이 그 껍질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인문은 세상에 사랑을 공급해주는 수분이 아닐까요.

 

책방 토닥토닥의 정겨운 간판

▲ '책방 토닥토닥'의 정겨운 간판


결국 사랑


'책방 토닥토닥'을 관통하는 단어는 '사랑' 하나로도 충분하다. 사려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사람을 바라봤던 책방지기는 자그마한 소통의 장을 열었고, 그 공간은 오래된 시장의 분위기와 성격마저 바꿔 놓았다. 작은 사랑의 힘은 이렇게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결국 모두가 조금씩 사랑을 보여준다면 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공간 소개책방 토닥토닥(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1길 19-3 남부시장 2층 2-241 청년몰 책방 토닥토닥)

관련링크https://www.facebook.com/todaktodakbookstore/

장소 정보

  • 청년몰
  • 전주청년몰
  • 책방토닥토닥
  • 전주독립서점
  • 전주책방
  • 전주서점
김슬기
인문쟁이 김슬기

2018 [인문쟁이 4기]


문화자체의 삶을 살고 싶은 대학생. 매일 음악을 듣고, 일주일에 세편의 영화를 보고 한권의 책을 읽는다.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글로 남기는 게 일상.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해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음반을 구매하지만 일상은 주로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함께한다. 똑소리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인문학과 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글을 쓰며 인문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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