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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마을의 이야기를 담다

제주 문화공간 '양'

인문쟁이 양혜영

2018-01-03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양’은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에서는 “저기요”나 “여보세요”처럼 누군가를 부를 때 사용했다. ‘삶과 더불어 함께하는 예술’을 위해 문화와 예술로 사회에 말을 걸겠다는 생각이 ‘양’이라는 이름에 담겼다. 특별히 제주방언으로 이름 지은 이유는 지역주민, 작가, 기획자가 더불어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문화공간 ‘양’ 입구문화공간 ‘양’

 ▲ 문화공간 ‘양’ 입구 / 문화공간 ‘양’


문화공간 ‘양’은 제주시 거로마을에 있다. 거로마을은 평범한 마을로 제주도 사람도 지인이 없으면 찾지 않는 곳이다. 게다가 아파트단지가 즐비한 삼화지구와 제주에서 유일한 공업단지인 화북공업단지와 맞붙어 있어서 낮은 단층 가옥이 대부분인 작은 마을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제주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장소이자 어릴 때 추억이 서려있는 곳인 만큼 김범진 관장은 거로마을에 문화공간 ‘양’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문화공간 ‘양’은 처음 문을 연 날부터 지금까지 거로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마을사람의 이야기를 작가와 함께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일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여긴다.


문화공간 양에는

 

고양이 네 마리와 그들을 그리는 작가가 산다. 문화공간 ‘양’에 들어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고양이가 나와 반긴다. 고양이는 보통 낯선 이를 경계하기 마련인데, ‘양’에 사는 고양이들은 마치 안내원처럼 관람객을 졸졸 쫓아다닌다. 고양이가 안내하는 문화공간 ‘양’은 안거리, 밖거리, 통시, 우영밭 같은 제주 전통 가옥의 구조를 고스란히 간직함은 물론 정원에 심은 감나무와 하귤나무, 앵두, 석류나무 때문에 마치 고향집을 찾은 것처럼 따뜻한 느낌을 안긴다. ‘양’에서 활동 중인 이안 작가는 ‘양’에 사는 고양이와 거로마을의 이야기를 직접 만화로 그리기도 했다. 

 

관람객을 반기는 문화공간 ‘양’의 고양이들 /  이안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들 /  문화공간 ‘양’의 정원 풍경

 ▲ 관람객을 반기는 문화공간 ‘양’의 고양이들 /  이안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들 /  문화공간 ‘양’의 정원 풍경 ⓒ문화공간 양


문화공간 양이 하는 일

 

문화공간 ‘양’은 작가, 비평가, 기획자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가 레지던시, 제주도 내 기획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문화기획자 양성 프로그램, 미술계의 담론을 형성하고 논의하는 강좌와 토론회,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인문예술 읽기모임, 예술가의 시선으로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는 공동체 프로그램, 마을 주민과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주민참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감나무 아래에서 토론회 (예술가 인건비) / 사진이론서를 읽고 있는 인문예술읽기모임 / 폐가를 활용해 만든 전시장

 ▲  감나무 아래에서 토론회 (예술가 인건비) ⓒ 문화공간양 블로그 / 사진이론서를 읽고 있는 인문예술읽기모임 ⓒ 문화공간 양 / 폐가를 활용해 만든 전시장 ⓒ 문화공간 양 


현재는 (2017.10. 21~ 2018. 1. 27) 이승수 작가의 개인전 ‘남겨진 오브제’가 열리고 있다. 이승수 작가는 2014년도에 사라진 삼우조선소 자리에서 발굴한 침목과 침목파편 등을 모아 전시했다. 삼우조선소가 있던 화북포구는 조선 시대에는 가장 큰 포구 중 하나였으나 산지포구가 발달하고 제주항이 생기면서 마을의 작은 항이 되었다. 그래도 어업을 하며 살아가는 화북사람들에게는 배를 고치고 만드는 삼우조선소가 매우 소중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발굴한 침목, 녹슨 도구 등을 보면 당시 치열했던 노동의 현장과 고된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승수 작가 개인전 ‘남겨진 오브제’/ 이승수 ‘남겨진 오브제, 파편들’ ⓒ 문화공간 / 양 이승수 작품- 경계에 앉다

 ▲ 이승수 작가 개인전 ‘남겨진 오브제’/ 이승수 ‘남겨진 오브제, 파편들’ ⓒ 문화공간 / 양 이승수 작품- 경계에 앉다


문화공간 ‘양’은 다양한 사업을 중장기로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 마을을 다양한 분야의 예술과 매체로 기록하는 작업도 그중 하나다. 올해는 마을의 소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여름에 들리는 소리에 이어 2018년에는 겨울과 봄에 들리는 소리를 기록할 예정이다.

제주를 주제로 재즈음악도 3년째 만들어왔는데 내년에도 두 곡을 더 작곡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곡을 모아 음반으로 발매하고자 한다. 가을에는 인터넷 라디오에서 생방송으로 거로마을의 절샘터에서 울리는 물소리와 동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어서 내년에는 세계에서 거로마을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문화공간 양이 할 일

 

문화공간 ‘양’은 2018년에 원대한 꿈도 계획하고 있다. 우선 4・3사건을 주제로 전시가 열린다. 2018년은 제주 4・3사건이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해외교류활동도 시작한다. 문화공간 양은 베를린 공간과 협력하기로 했으며, 그 첫 번째 사업으로 베를린 큐레이터가 문화공간 양 레지던시에 참여한다. 또한 한국작가들이 베를린에 방문하여 제주와 거로마을의 이야기를 나누는 등 제주와 거로만의 특수한 이야기가 갖는 보편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예정하고 있다. 


문화공간 양의 역사를 보여주는 엽서들마을주민과 작가가 함께 만든 작품집들

 ▲  문화공간 양의 역사를 보여주는 엽서들 ⓒ 곽은진 / 마을주민과 작가가 함께 만든 작품집들 


성인이 되어 고향집을 방문하면 어린 시절의 기억과 달리 매우 작은 풍경에 놀란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 어디서도 채우지 못한 풍족함을 그곳에 있는 것으로도 느낄 수 있다. 문화공간 ‘양’은 그런 고향집 같은 곳이다. 빈틈없이 올라간 아파트 아래 옹기종기 모인 작은 건물과 시간이 고인 정원에서 쉬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도심의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다.




사진= 양혜영, 문화공간 양, 문화공간양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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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관람시간 : 화~토 12시~18시 

☎ 064-755-2018 

주소 : 제주도 제주시 거로남 6길 13


*링크연결

홈페이지 : http://www.culturespaceyang.com 

장소 정보

  •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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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공간양
양혜영
인문쟁이 양혜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양혜영은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만 집중된 편독에서 벗어나 인문의 세계를 배우려고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여러 인문공간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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