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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수공예 프리마켓

춘천, 라온마켓

인문쟁이 김지영

2017-12-18

우리는 매일 소비하며 살고 있다. 현대인에게 소비는 생존을 위한 필요악이 되어버렸다. 매일 사용하는 생필품부터 먹거리,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특별한 소품까지. 먹고 입고 걸치는 모든 것이 소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제품을 찾는 노력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좋은 소비를 했을 때 만족감은 하루의 기분을 더 나아가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 무표정한 물건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물건들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춘천의 상징인 공지천과 이제는 철수한 미군 캠페이지 부지였던 플라타너스 거리에 가면 이야기를 담은 수공예품과 건강한 먹거리가 모여 있는 특별한 마켓이 있다. 지역의 주민들이 모여 하나하나 이야기를 수놓는 공간, 라온마켓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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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천 라온마켓 ⓒ 라온마켓

 


 

춘천을 만나다, 라온마켓

 

라온마켓 대표 배선화 

 

Q. 처음 라온마켓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오랫동안 대학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수제 잼을 만들기 시작했죠. 잼을 만들다 보니, 요리라는 것이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렇게 수제 잼을 만들면서 프리마켓 셀러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1년 정도 셀러로 활동하다 매장을 열고, 그 앞에서 작게 프리마켓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에서 열린 프리마켓 사진을 보게 되었죠. 흔히 생각하는 물건만 파는 마켓이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가장 춘천다운 곳을 찾아서 춘천의 느낌을 찾아보자며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작년 6월이었어요. 호반의 도시라는 이미지에 어울리게 강이 흐르고, 잔디밭이 있는 공지천에서 시작하게 되었죠.


Q. 이전에도 분명히 프리마켓이 존재했고, 특히 최근 들어 짧은 시간에 춘천에 다양한 프리마켓들이 생겨났지만 ‘라온’만의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운영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나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A. 아직은 좋은 먹거리들이나 수공예품이 가치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시간과 에너지가 분명히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평가 절하되지 않도록, 이분들이 당연히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마켓이 되고 싶어요.

각 셀러마다 제품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으니까요. 단순한 물건이 아닌 이런 저런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사는 물건. 그리고 그런 셀러들을 만들고 싶어요. 나아가서 자기만의 작업실을 갖고 각자의 브랜드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요.

마켓이 하나의 인큐베이팅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마켓에서 손님을 만나는 방법, 홍보하는 방법을 배우고, 여기에서 작은 가게를 차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확실히 공방을 차렸을 때 리스크가 줄지 않을까요? 손님들도 더 많이 찾아올 수 있고요. 그런 공간으로 마켓이 활용되었으면 좋겠어요.

 

직접 담근 수제청세상에 하나뿐인 우든 펜

손뜨게 소품 /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놓은 자수 /  장식용 위빙과 소품

 ▲ 직접 담근 수제청 / 세상에 하나뿐인 우든 펜 / 손뜨게 소품 /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놓은 자수 / 장식용 위빙과 소품 ⓒ 라온마켓


Q. 그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A. 우리 셀러들이 사실은 상처를 많이 받죠. 우리가 다른 마켓과 가장 다른 점은 셀러를 선정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본인들은 퀄리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탈락으로 맛보는 패배감이 크다고 해요. 미안한 점도 있지만, 선정이 안 된 경우는 그분의 물건이 안 좋다는 것보다는 우리의 색깔과 맞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셀러 인큐베이팅과 같은 맥락이지요. 하나의 컬렉션을 가져서 브랜드화 시키려면, 확실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징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시그니처를 찾는 게 중요하고, 그 시그니처가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프리마켓운영을 하시는데 운영진들이 이렇게 큰 노력을 기울이는지 몰랐어요.

A. 신규 셀러는 웬만하면 다 만나요. 여기서 물건을 다 판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해요. 계속 홍보하고 손님을 만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라고 말씀드리죠. 그렇게 정착한 셀러들은 이제 손님들이 예쁘다고 말해주기만 해도 기쁘다고 하세요. 나의 소중한 하나의 작품이거든요. 가격으로만 책정하지 말고 작품으로 봐달라는 거죠. 앞으로는 꼭 물건을 파는 마켓이 아니라 한 번쯤 전시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Q. 물건만 팔고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A. 네 그렇죠. 신규 셀러에게 특별히 제안하는 부분은 디스플레이에요. 정성스럽게 테이블을 꾸미는 것이 손님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으냐, 이런 말씀도 드리고요. 서로가 다른 셀러들을 보면서 발전해 나가는 거 같아요. 콜라보도 많이 이루어지고요. 그런 점도 좋은 것 같아요. 


수공예 컨버스 가방 / 견과류 바 / 수제 잼플라타너스 마켓

 ▲ 수공예 컨버스 가방 ⓒ 라온마켓 / 견과류 바 ⓒ 라온마켓 / 수제 잼 / 플라타너스 마켓


Q. 프리마켓에 확실히 장소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게, 서울에도 연남동 시장 따뜻한 남쪽이라고 있었어요. 5년 정도 진행되었는데, 상권이 너무 커지다 보니까 올해는 상인회의 반발로 마켓이 운영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양평 리버마켓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A. 맞아요. 양평 리버마켓은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특이한 경우는 ‘마르쉐’라고 생각해요. 단 한 번의 민원도 없었다고 들었거든요. 그게 농수산물의 특징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라온의 경우도 먹거리가 빠지고 확실히 마켓이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큰 규모의 마켓을 만난 사람들은 그 안의 콘텐츠나 퀄리티 보다는 규모에 압도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새롭게 고민이 들기도 하고요.

또 다른 아쉬운 점은 라온마켓이 더 이상 공지천에서 진행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민원이 들어왔고, 도시공영과에서도 허락이 나지 않고 있어요. 그게 현재의 실정이고요. 다행히 여러 가지 제안도 많이 들어왔고, 차선책을 찾는 중이에요. 그 중 하나가 버려진 공간이었던 예전 미군 부대 플라타너스 길을 선택한 것이었죠. 버려졌던 공간을 살려서 문화적인 것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어요. 춘천 사람들도 어떤 곳인지 몰랐고, 와본 적도 없던 곳이었는데, 마켓을 통해 공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역할을 했고,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Q. 라온마켓이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궁금해요.

A. 처음에는 마켓의 셀러들의 물건이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고, 동시에 라온마켓의 브랜드 파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작은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알아보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이제는 이런 공간만 있는 게 아니라, 춘천 사람들이 사고팔면서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서 작은 축제처럼 춘천사람들의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시골에서 오일장을 가면 옆집 이야기, 건넛집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오일장은 모든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죠. 춘천에서는 라온마켓에 오면 이런 셀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이 물건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이야기가 계속 쌓이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플라타너스 마켓

플라타너스 마켓/ 12월 크리스마스 마켓

 ▲ 플라타너스 마켓 / 12월 크리스마스 마켓 ⓒ 라온마켓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인문’이란 무엇일까요?

A. 저는 원래 이과계열을 전공했어요. 이과는 굉장히 학문적인 반면 인문학은 ‘학’이란 글자가 들어가긴 하지만, 학문 보다는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내 삶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나 모든 것들이 인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문학을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어렵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내가 살고 있는, 생활하는 순간을 풀어낸다면 그것도 인문학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인문은 그냥 생활인 것 같아요. 그냥 삶이 녹아있는 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뼘씩 자라나는 이야기들

 

공정무역이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물건의 가치를 정당하게 지불하고, 생산자와 직접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오늘 내가 마신 커피 한 잔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당신은, 오늘도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어떤 가치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세상에 하나뿐인 귀한 이야기들은 오늘도 한 뼘씩 자라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도 이야기는 쌓이고 모여서 피어나는 중이다.

 

 

 

사진= 김지영, 라온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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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매달 2째, 4째주 토요일 춘천에서 열린다. 자세한 장소와 일정은 관련링크 참고. 


*링크연결

카페: http://cafe.naver.com/laon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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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인문쟁이 김지영

[인문쟁이 3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 했으나, 연극반 생활을 계기로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요즘은 문학의 재미에 매료되어있고 인문학과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다. 글로 표현하고 만나는 일에 흥미를 느끼며 지역의 대안문화, 청년문화에 관심이 많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이 삶의 버팀목이라 믿으며,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를 탐구할 생각에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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