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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따라 걷고 보고 느끼는 미술 여행

2017 제주비엔날레 투어리즘

인문쟁이 양혜영

2017-11-01


제주비엔날레 (제주현대미술관 입구)제주비엔날레 (제주도립미술관) 외관

 ▲ 제주비엔날레 입구 / 제주비엔날레 외관

 

섬에서는 계절이 바람으로 찾아온다. 바람 끝에 흙냄새가 풍기면 봄이 오고, 갯내음이 느껴지면 어느새 여름에 들어갔다. 요즘처럼 잘 익은 나무 냄새가 흐르면 가을이 시작되었다. 유난히 바람 많은 섬이라 예부터 큰 길에서 대문까지 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았다. 바람을 피해 집 앞까지 이어진 좁은 골목길을 이곳에서는 ‘올레’라고 불렀다. 올레란 말에는 여러 뜻이 있다. 차를 버리고 느리게 걷는 길을 올레길이라고 하고, 아주 좋다는 감탄사로 쓰이기도 한다. 제주의 모든 길은 올레로 통한다. 가을이 시작되는 길목, 제주는 가을을 맞이하는 올레로 ‘제주비엔날레’를 준비했다.

 

제주비엔날레 코스 안내 영상 (제주도립미술관)제주비엔날레 안내 부스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 제주비엔날레 코스 안내 영상 / 제주비엔날레 안내 부스 / 제주도립미술관 내부 전경


올해 처음 개최되는 제주비엔날레는 ‘투어리즘(Tourism)’이 주제다. 9월 2일부터 12월 3일까지 가장 아름다운 두 계절에 걸쳐 다양한 예술 작품을 섬 전역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다만 행사가 열리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원도심의 예술공간 이아,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서귀포시 대정읍의 알뜨르비행장은 다소 거리가 있는 만큼 당일 투어로 감상하기는 버겁다. 느리게 걸으며 찬찬히 보고 느끼는 올레처럼 비엔날레 곳곳을 천천히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1코스, 제주도립미술관

 

흐린 가을날 오후, 회색빛 하늘과 지난 밤 비로 촉촉이 젖은 잔디에서 올라오는 풀내음이 발걸음을 반겼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관광과 여행에 대한 근본과 명암을 다룬 예술작품을 전시한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뒤로 하고 제주비엔날레로 들어가는 첫 문을 열었다. 

 

한라살롱 전시전 (제주도립미술관) 코린 비오네 작품-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제주도립미술관)

문준용 작품- 비행 (제주도립미술관),VR 작품 체험  (제주도립미술관),HIER (비엔날레 하이스쿨) 전시작품들 (제주도립미술관)

 ▲ 한라살롱 전시전 / 코린 비오네 작품-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 문준용 작품- 비행 / VR 작품 체험 / HIER (비엔날레 하이스쿨) 전시작품들


1층 입구를 지나자 ‘한라살롱’이라 적힌 주 전시장이 보인다. 조각과 병풍은 물론 바닥에서 천장까지 갖가지 색채와 형태를 지닌 한라산이 있다. 제주도내외 작가의 작품 65점이 전시됐으니 65개의 한라산을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제주는 어디를 가도 올려다보면 한라산 중턱이 시선에 닿는다. 그만큼 제주사람들에겐 당연하고, 섬을 찾은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제주의 땅이 한라산이다. 그러니 제주비엔날레를 여는 문이 한라산인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2층에는 관광과 여행을 테마로 한 작품들을 모았다. 5・60년대에 발행한 관광안내책자와 엽서를 전시한 코너를 돌며 추억에 젖다보면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는 안마기와 VR 체험실이 나타났다. 특수안경을 쓰면 텅 비어 있던 공간에 작가의 작품이 보이고, 허공에서 움직이는 손이 화면 위에 그림을 그린다. 이제 우리는 작품을 걸어두고 관람 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작품이 살아 움직이는 예술 시대를 살고 있다.


2코스, 제주현대미술관 

 

박태후 작품 -제주 4・3과 광주 5・18 (제주현대미술관)홍진숙 작품 - 4・3과 5・18 (제주현대미술관)

 ▲ 박태후 작품 -제주 4・3과 광주 5・18 / 홍진숙 작품 - 4・3과 5・18


제주 현대미술관에서는 원전 사고, 제노사이드, 도시 개발과 인구 유입으로 의해 잃어버린 기억과 사라진 공동체를 다룬 작품을 선 보였다. 특히 “The Road-43518AMMA道”는 광주의 5•18 항쟁과 제주의 4•3을 각자의 시선으로 그려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는 유독 4월과 5월에 큰 아픔이 있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세대를 위해 후세대가 할 일은 무엇일까? 다시는 같은 아픔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상기하고 함께 치유해 가는 것일 것이다. 사람 때문에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치유된다. 전시장 벽면에 하얗게 달라붙은 김유선 작가의 ‘눈물’이 오래 가슴에 맺혔다.

 

자개를 이용한 김유선 작품 - 눈물,김유선 자개작품 - 파편화된 자기,디오니시오 곤잘레스 작품들

 ▲ 자개를 이용한 김유선 작품 - 눈물 / 김유선 자개작품 - 파편화된 자기 / 디오니시오 곤잘레스 작품들


아름다운 풍경 같은 스페인 작가 디오니시오 곤잘레스의 사진은 사실 더 이상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도시를 담은 것이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과 관광객의 난립으로 아름다운 도시 베니스가 거주민이 살지 않는 유령 도시로 전락해 버렸다.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가 사람에게 무슨 의미 있을까?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제주도에서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좋은 작품이었다.


3코스, 알뜨르 비행장 

 

제주비엔날레 3코스 - 알뜨르 비행장, 최형곤 작품 - 파랑새,옥정호 작품 - 알뜨르 비행장

김해곤 작품 - 한 알 (알뜨르 비행장)제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명단

 ▲ 제주비엔날레 3코스 - 알뜨르 비행장 / 최형곤 작품 - 파랑새 / 옥정호 작품 - 알뜨르 비행장 / 김해곤 작품 - 한 알 / 제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명단

 

제주 알뜨르 비행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탁 트인 창공과 끝없이 펼쳐진 초록 전답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그 풍경 속으로 몇 걸음만 내딛으면 이내 밭을 파헤쳐 만든 시커먼 격납고와 무고한 양민 수백을 살해한 학살터 표지판이 드러난다. 곳곳에 남아 있는 오래된 상흔에 절로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의 기억은 곧 희미해지지만 사람이 머물렀던 대지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 곳이어서 하늘 향해 두 손 모은 소녀상의 모습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전시된 작품은 많지 않지만 멀리서 상흔을 내려다는 산방산과 섯알오름, 그 아래 무심히 흐르는 제주의 푸른 바다… 모두가 섬이 빚어낸 예술작품이었다.

그 외 4코스 서귀포시 원도심에서는 이중섭거리를 중심으로 이중섭 화백의 삶을 재조명하고 마지막 5코스 제주시 원도심의 예술공간 이아에서는 역사도시의 재생을 다루는 예술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관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갖고 있으니 하루에 1코스씩 돌아도 좋을 것이다.


주제가 ‘투어리즘’이라고 해서 결코 거대하거나 특별한 여행길은 아니다. 내가 아는 제주는 원래 그렇다. 화려하게 유난 떠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소박하고 조용한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예술은 작가의 상상과 손끝에서 만들어지지만 마지막을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다. 이제 막 싹을 틔운 제주비엔날레 또한 완성은 관람객의 몫이다. 천천히 돌아보고 충분히 즐기자. 제주의 가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양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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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제주비엔날레 누리집: http://www.jejubiennale.com

제주비엔날레 주관: 제주도립미술관 http://jmoa.jeju.go.kr 

장소 정보

  • 제주
  • 제주비엔날레
  •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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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어리즘
  • 알뜨르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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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립미술관
양혜영
인문쟁이 양혜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양혜영은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거리를 기웃거리며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매일 책을 읽고 뭔가를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만 집중된 편독에서 벗어나 인문의 세계를 배우려고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여러 인문공간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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