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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포근한 ‘골방’

독립서점 책봄

인문쟁이 김주영

2017-10-17

 

동네 책방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사지 않는다. 책은 서서히 그리고 빠르게 LED화면 속 글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책장을 넘기며 마른 나뭇잎을 책갈피로 만들어 끼우는 것은 어느새 빛바랜 감성으로 물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종이책이 주는 감성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책은 있다. 책을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누군가는 오늘도 여전히 책장을 넘기며 가슴을 졸이고, 새로운 영감을 얻고, 눈물을 훔친다. 시대가 변하기에 책도, 책을 읽는 사람도, 책을 쓰는 사람도, 책방도 모두가 변하고 있다. 계절이 바뀌듯 그렇게 우리는 책과 함께 하나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경북 구미의 한 산책길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골방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책봄’이 있다. 2017년의 어느 가을날, 작지만 아늑한 공간 속에서 책과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고, 울고, 웃으며 그렇게 변화하고 있는 책봄, 그리고 그곳을 운영하고 있는 최현주 대표를 만났다.

 


 

Part 1. 책봄, 책을 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책봄을 운영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경북 구미에서 독립서점 ‘책봄’을 운영하고 있는 최현주라고 합니다. 딱 1년 전(인터뷰일 기준)부터 책봄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오늘이 1주년이에요(웃음). 책방을 하기 전에는 프리랜서로 영어를 가르쳤었는데요, 그러다가 정말 순식간에 책방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제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좋은 기운에 동화된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독립출판물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다른 지역의 독립서점에서 진행하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참여를 했었어요. 그 때 ‘구미에도 이런 게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와중에 마침 이곳 지하에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책방을 열게 되었죠.

 

독립서점 책봄 간판독립서점 책봄 입구

 ▲ 독립서점 책봄 간판 / 독립서점 책봄 입구


Q. 이름을 ‘책봄’으로 지으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어느 날 운전을 하다가 ‘책봄’이라는 이름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봄이 되면 여기 벚꽃이 엄청 예쁘거든요. 그래서 ‘책을 보다’라는 의미도 있고, ‘봄에 예쁜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책봄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어요.


Q. 구미지역에 있는 유일한 독립서점인데 어떠신가요?

A. 구미에 있는 유일한 독립서점이기 때문에 갖는 장점들이 있죠. 구미에서 독립출판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책봄으로 오시니까요. 그런 점에서 구미에 있는 단 하나의 독립서점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책방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러 개의 책방들이 모여서 책방 운영에 대한 회의도 자주 하고 같이 연대하는 부분들이 많아요. 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까요. 책봄 같은 책방이 구미에 또 생긴다면 재밌는 것들을 같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Part 2. 책, 책? 책!

 

Q. 독립출판물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독립출판물의 경우, 책방에 책을 들여오려면 작가님들과 직접 연락을 해야 해요. 반면에 일반서적의 경우는 작가님이 아니라 출판사를 통해서 들여오거든요. 그래서 택배를 받아보면 일반서적의 경우는 그냥 거래명세서가 함께 오는데, 독립출판물의 경우에는 책을 보내주실 때 작가님들이 “우리 책 잘 부탁합니다.”, “책방 축하드려요.” 이렇게 일일이 편지를 써주시더라고요. 책방주인의 입장에서 이런 인간적인 매력들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반 서적보다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판형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작가님들이 정말 쓰고 싶은 대로 써서 발간하는 결과물이잖아요.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그런 점들이 좋죠.

 

작가님들이 보내준 다양한 편지들1작가님들이 보내준 다양한 편지들2

 ▲ 작가님들이 보내준 다양한 편지들


Q. 책에 일일이 손글씨로 코멘트를 다시는데 이유가 있나요?

A. 손글씨로 써놓으면 손님들이 책을 잘 사가세요.(웃음) 그래서 많이 써놓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가 책을 읽어보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적어놓는 거거든요. 찾으시는 분들도 프린트 된 글씨보다 이렇게 손글씨로 적어놓는 걸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좋다고 느끼는 부분이 다르잖아요. 제가 이렇게 손글씨로 적어놓은 구절을 보면 그냥 읽을 때는 몰랐던 부분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책방에 자주 오시는 손님 한 분은 책을 사갈 때 제가 써놓은 손글씨를 항상 같이 가져가세요.


직접 손으로 써서 붙인 책 구절책장 곳곳에 붙어있는 손글씨 노트

 ▲ 직접 손으로 써서 붙인 책 구절 / 책장 곳곳에 붙어있는 손글씨 노트


Q. 종이매체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책이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종이라는 건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북(e-book)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종이책을 읽죠. 종이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종이로 된 모든 것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 같아요.


Q. 전자책과 비교했을 때 종이책이 주는 강점은 무엇인가요?

A. 손맛이 있죠. 손맛(웃음). 저는 전자책을 잘 못 읽어요. 활자가 눈에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또 종이의 냄새랑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희 독서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전자책을 가지고 있지만 종이책을 다시 사기도 하세요.


Part 3. 함께하기에 더 소중한.

 

Q. 책 판매이외에도 책봄에서 여러 가지 소모임을 진행하시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A. 독서모임과 필사모임 두 가지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일본어 스터디와 중국어 스터디 모임도 있어요. 그리고 1주년 기념으로 고양이 모임이랑 음악 감상 모임을 모집하고 있어요.

제가 초보 집사거든요. 우리 책방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고양이 ‘봄이’를 키운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대화의 80%가 고양이가 되더라고요(웃음). 그러다보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에 정보교환이나 물물교환, 고양이 자랑 같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모임을 준비하고 있어요.

 

책봄 1주년 기념 엽서책봄의 마스코트 고양이 ‘봄이’

 ▲ 책봄 1주년 기념 엽서 / 책봄의 마스코트 고양이 ‘봄이’


또 책봄 투어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2회째 한 상태인데요, 액티비티(Activity)와 책방 구경을 합친 여행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1회 투어에서는 부산에 가서 서핑을 하고 북페어(Book Fair)를 구경했었고, 2회 투어에서는 안동에서 웨이크보드를 타고 새로 생긴 책방에 다녀오는 일정으로 진행했어요. 앞으로 3회, 4회 책봄 투어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에요.


Q. 그런 모임들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모임에 참가하시는 분들이 저한테 “힐링된다”는 말을 많이 하세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것 같아요. 또 모임을 진행하다보면 단지 책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다양한 경험도 이야기하게 되거든요. 책방에서 진행하는 모임이니만큼 사적으로 너무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속내들도 어느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기 속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고,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거죠.

필사모임에서는 책을 읽고 나서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을 적은 후에, 그 부분을 읽어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있어요. 자기 경험상 제일 공감되는 구절을 적는 거니까 이걸 나누는 과정을 통해서 고민을 해결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Q. 모임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A. 중학생 친구가 왔었어요. 그 친구랑 필사모임을 했었는데 생각 외로 세대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또 한 번은 50대 분이 필사모임에 오셨었는데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정말 좋았어요. 모임을 하다보면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사람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이 들어요. 책 하나로 이렇게 세대 간의 격차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신기하죠.


Part 4. 책방하길 잘했다!

 

Q. 언제 ‘책방하길 잘했다’고 느끼시나요?

A. 사람들이 이 공간을 좋아해줄 때 그렇게 느끼죠. 모임에 오시는 분들이 이런 모임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든지 오늘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가시거든요. 그럴 때 책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책봄에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책봄 풍경

 ▲ 책봄에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 / 책봄 풍경

 

Q. 계속해서 책방을 운영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제가 즐기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계속 책방을 계속 꾸려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이 공간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저희 책방을 계속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쓴 공간이기 때문에 굉장히 애착이 커요.


Q. 앞으로 책봄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시나요?

A. 처음에 책방을 만들 때 이 공간이 하나의 아지트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공간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책봄이 하나의 골방, 아지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을 마음껏 읽다가, 저랑 놀기도 하는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좋겠고요.


Q. 끝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 호모부커스들에게 한마디해주세요.

A. 책 사는 걸 아까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게 비싼 금액이 아니거든요. 어떤 분이 말씀하시기를 커피 두잔 정도를 아끼면 책 한권을 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책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수고를 쉽게 얻으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수고’의 가치를 돈으로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 아까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책을 만들고, 팔고, 소비하는 모두에게 이로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책봄을 나오면서 훑어보자마자 사고 싶었던 책 한권을 같이 데리고 나왔다. 구미역에서 동대구역으로 가는 40분 동안 데리고 온 책 한권을 모두 읽었다. 긴 책이 아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보는 책의 ‘손맛’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하루도 책을 읽을 수 있기에 감사하며, 책봄 만세! 호모부커스 만세!




사진=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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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인문쟁이 김주영

[인문쟁이 3기]


김주영은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구토박이이다. 문학을 전공하는 스트릿댄서이기에, 스스로를 ‘춤추는 문학인’으로 정의한다. ‘BMW’(Bus, Metro, Walking)를 애용하는 뚜벅이 대구시민이다. 책과 신문, 언어와 문자, 이성과 감성, 인문학과 춤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인생의 목표를 취업에서 행복으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인문쟁이로서의 나와 우리의 목소리가 당신에게 전해져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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