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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쓸 데 있는 신비한 서울 건축 이야기

서울, 건축에 이야기를 더하다

인문쟁이 김세희

2017-07-25

아버지가 싱겁게 웃었다. 거기에는 늘 이런 말이 따라왔다. “거 참, 쓸 데 없는 소리.” 쓸모없을 것 같던 그 입김은, 분명 우리 사이엔 의미 있는 신호였다. 좀 더 깊은 속내로 들어와도 좋다는 파란불이었으니까. <2017 서울, 건축에 이야기를 더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스토리텔링 공모전’은 바로 그런 마중물이었다. 시원하고 맑은 가슴 속 스토리를 무한히 끌어내주는 한 바가지의 작지만 소중한 물이었으니까.


2017년 9월, 건축과 놀자!

올해는 전 세계 건축인이 서울에 모이는 특별한 해다. 3년마다 주된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되는, 이른바 건축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국 건축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만져볼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 아닐까? 그런 설렘으로 지난 6월 운영된 공모전 사업 중 하나인 <2017 S씨 건축, 마음읽기(주최 서울시)>를 찾았다.




사진1. <S씨 마음읽기> 투어 참여 모습


Q. < S씨 건축, 마음읽기 >가 만들어진 바탕엔 무엇이 있을까요?

A. 공모전 운영 사무국 :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인지 그 마음에게 노크를 하는 작업입니다. 벌써 3회째가 되었네요. 이번 <2017 서울, 건축에 이야기를 더하다>는 ‘스토리텔링 공모전’이에요. 서울을 사랑하는 사람들 누구나 5월 8일부터 7월 10일까지 글과 사진, 동영상 등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담긴 작품을 보낼 수 있었지요. 서울의 특별한 건축물, 멋진 도시 공간을 우리가 직접 발굴하는 것입니다. 수상자에겐 서울특별시시장상과 함께 수상 작품집, 엽서가 제공되어 훗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됩니다. 문화비축기지(마포구 성산동)에서 열릴 <2017 서울건축문화제(9월 1일부터 24일까지)>에도 전시될 예정이죠. 이를 위해 작년 수상작을 토대로 한 < S씨 건축, 마음읽기 >라는 문화체험 투어 프로그램을 6월에 진행한 것입니다. 


혜화동 및 장수마을 투어 가이드혜화동 주민센터 외부혜화동 주민센터 내부

장수마을 01장수마을 02

▲ 혜화동 주민센터와 장수마을을 다룬 < S씨 건축, 마음읽기 >


Q. 혜화동 주민센터와 장수마을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A. 조대근(2016 사진부문 수상작, <혜화동 주민센터>) : 본래 ‘동(洞)’이란 ‘우물이나 개천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을 의미했죠. 주민센터는 민원서류 발급이란 행정 업무를 넘어서서, 동네 사람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 되어야 해요. 우리 고유의 한옥 정서가 주민들 마음에 켜켜이 스며들어 정겨운 문화공간으로 재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 홍성호(2016 에세이부문 수상작, <당신은 최고의 끗발, 장수마을>) : 서울 장수마을은 낙산공원의 아래쪽 비탈에서 한성대 사이에 위치해 있어요. 소위 말하는 달동네 중 하나죠. 외할머니께서 한 장씩 쌓은 벽돌이 돌아가신 후 집으로 완성됐습니다. 그리곤 제가 벽에 문구를 남겼어요. ‘二七, 당신은 최고의 끗발’이라고요. 외할머니의 성함인 ‘이칠(二七)’은 화투를 좋아하시던 외증조부의 바람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A. 박영일(투어해설자, 건축사 사무소 ‘핸드’ 대표) : 한옥이 가진 중성적인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혜화동 주민센터 곳곳에 소통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어요. 처마 밑, 툇마루 같은 것이죠. 외부에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방 안으로 동선을 연결해주는 한국만의 독특한 완충공간이에요. 부담스럽지 않게 안부를 전할 수 있는 다정한 장소죠. 같은 맥락으로 장수마을을 볼까요? 60년대 농촌에서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이 비교적 땅값이 저렴했던 서울 성곽 바깥쪽 산비탈 지형에 터를 잡은 곳이죠. 다닥다닥 처마를 맞대고 지었으니 명확한 공간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곳이에요. 그만큼 서로의 겹쳐진 공간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었던 것이죠. 공동체적인 정서를 향유했던 장수마을은 우리가 보다 건강한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한 본보기로서 의미가 깊습니다.


성균관 및 세운상가 투어 가이드성균관 명륜당청계천로 세운상가의 중정

▲ 성균관 및 세운상가 투어 가이드 / 성균관 명륜당 / 청계천로 세운상가의 중정


Q. 성균관과 청계천로 세운상가의 마음은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요?

A. 이재훈(투어해설자,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 : 성균관과 같은 한옥구조는 공간 배열과 문양이 인상적이죠. 처마의 각도는 햇살의 고도변화를 이용한 자연채광을 꾀하고 있고, 나무 빛깔의 ‘기둥’에다가, 잎과 꽃 색채를 입은 ‘단청’은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져요. 또한 ‘대청’은 가야나 동남아에서 볼 수 있는 남방, ‘온돌’은 시베리아 북방계열로서, 한옥은 그것들이 혼재된 형태를 가지고 있죠.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한국다움’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옥의 돌담은 사람 눈높이 정도죠. 인본주의 철학이 묻어나는 부분이에요. 어렵겠지만 현대와 뜻이 잘 통하여 우리만의 아름다움이 녹아든 건축문화가 보완되길 소망합니다.


A. 길현기(2016 UCC부문 수상작, <세운상가는 OOO이 있습니다>) : 참 질긴 운명을 안고 있는 건물입니다. 사라질 위기에 있다가 2015년부터 ‘세운상가 재생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크게 7개의 상가가 존재하며, 90m 폭에 반해, 길이는 1km나 되는 수평의 랜드마크죠. 종묘에서 명동까지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모 중입니다. 3층 높이의 인공데크가 건물과의 연속성을 보여줄 것이고, ‘가’동 5층의 중정공간은 범상치 않은 매력으로 사랑받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반세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터예요. 앞으로도 생명력을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건축과 인문학은 어떤 사이여야 할까?

건축은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삶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다. 사람 사는 모습을 품어야 하기에 사람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하다. 즉, 사람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 것. 인문학적 소양은 건축물의 설계와 비평에 큰 잣대가 되는 셈이다. 이재훈 건축학 교수는 투어 중에 이런 이야길 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한 서울 건축물이 사람 눈에 자꾸 밟힌다는 건, 이미 그 건축물의 영혼이 내 것으로 들어온 증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소유한 건물만을 내 것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주변과의 맥락을 고려한 ’우리 동네 모습’이라는, 커뮤니티 인식이 넓어지고 성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물, 도로, 교통과 같은 도시 속 구조물의 관계를 잘 마련할 수 있는 시민의식으로, 이웃과 도란도란 비전을 지어나가는 순간!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머나먼 미래가 아니길 간절히 바랐던 날이었다.



사진=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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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서울, 건축에 이야기를 더하다> 공모전 안내 

공모전 운영 사무국 ☎ 0505-300-5117


*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서울아름다운건물찾기.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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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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