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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전국 팔도 시민 기자단이 보고 들은 인문 현장

공간과 헤어지는 시간, 이건 자연스러운 이별이에요

춘천, 인문학 카페 36.5° 대표 홍승은

2017.06.12

 


 

2013년 12월 춘천에 작은 공간이 하나 생겼다. 인문학 카페 36.5°. 빨간 입간판을 통해 세상에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모임을 통해 청년담론을 생산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던 이 공간은 올해 11월 문을 닫을 예정이다. 공간을 닫는다고 이야기를 하자 많은 사람들은 아쉬워했고, 누군가는 지나가는 말로 ‘망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간을 닫기까지 지나왔던 시간과 고민들을 하나의 단어로 규정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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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입간판 ⓒ인문학 카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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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겨 찾고 사랑했던 공간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골목까지 침투하는 프렌차이즈 기업과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현상으로 설명하고 넘어가기에는 여전히 뭔가 아쉽다. 공간을 닫는다는 것, 그리고 시간을 정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문학 카페 36.5° 홍승은 대표를 만나 그가 지나온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카페를 시작할 때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꾸려나갔는지 궁금해요.

A. 제 개인적인 고민과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 두 가지가 있었어요. 첫째는 취업을 앞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었죠. 동생과 마음 맞는 청년들과 우리의 일터를 만들자며 같이 시작했어요. 먹고 사는 문제가 어떻게 아는 것, 사는 것과 일치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컸던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취업준비 말고도 가질 수 있는 고민들 있잖아요. 그런 다양한 고민들을 던져 줄 수 있는 단체가 주변에 없었어요. 서울에 있는 시민단체나 인문학 공동체를 다니면서 배우는 게 신나기는 했지만, 가까운 곳에 공간을 만들게 된다면, 우리와 비슷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질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시작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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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카페 입구 ⓒ김지영


Q. 주로 어떤 시도를 주로 했고, 어떤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나요?

A. 우리의 언어를 찾는 일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미술, 사진, 캘리그라피, 글쓰기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을 통해서요. 전문적인 게 아니라 내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는다는 느낌으로요.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을 우리 안에서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공론화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지역에 있는 대학생들, 청년들, 청소년들이 주로 왔었거든요. 그런데 대부분 상대적 박탈감이 있더라고요. 특히 학벌이나 지역에 대한. 그런 것들을 깨가는 과정, 나의 서사를 만들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 과정이 우리가 추구했던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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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물 계간진지 / 출판물 젊은 여자 ⓒ인문학 카페 블로그


Q.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혹은 만남이 있나요?

A. 중학교에서 견학을 온 적이 있어요.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에 고민이나 관심사가 뭐에요?” 물어봤는데, 어떤 남학생이 갑자기 우는 거에요. 말실수 한 줄 알고 당황했는데, 들어보니 어제 아빠 친구가 집에 왔었는데 넌 뭘 잘하냐고 물어봤데요. 그런데 자기는 여태까지 해놓은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공부도 못하고, 인생이 너무 걱정된다고 막 울더라고요. 그 순간,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30대 중반의 카페활동가 분이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본인도 똑같이 불안하고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내 나이 되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위로가 안 되긴 하지만(웃음) 그런 이야기를 했던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 겨울 광주의 인문 공동체 ‘예기치 못한 기쁨’이라는 단체에 가서 저희 활동을 발표했던 적이 있어요. 신기하게 저희가 출판했던 <계간진지>라는 잡지와 독립출판물들이 있는 거에요. 어떻게 여기 있냐고 물었더니, ‘꼰대’를 주제로 독립출판물을 내려고 하는데 지인들이 책을 보내줬고 그 계기로 쭉 인문학 카페 활동을 지켜봐왔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간접적으로 연결된 단체나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가 해왔던 것들이 의미가 없지 않구나,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기뻤던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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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모임 ⓒ인문학 카페 블로그


Q. 공간을 운영하기 전과 현재의 삶에 변화가 있나요?

A. 많은 것 같아요. 단지 일터 이거나 일상이 분리되었던 곳이 아니었고 제 일상, 관계, 삶 자체가 그 공간을 토대로 다 이루어졌어요. 공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팀원들, 모임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을 거에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공간에서 함께 나눴던 보이지 않는 가치와 시간들이 삶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또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제 목소리가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래서 계속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불러 함께 하자고 할 수 있는 제 스스로 확신이 생긴 것도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소중한 인연들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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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책장 ⓒ인문학 카페 블로그


Q. 4년 가까이 카페를 운영해왔는데, 닫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A. 시작 하면서부터 계속 가졌던 고민이긴 한데, 공간을 오픈할 때 절대 닫으면 안 된다, 이런 확고한 게 있었거든요. 오히려 이런 것들이 운영을 더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공간을 닫는다는 게 절대 우리의 삶이 실패하는 것도 아니고, 의미가 없었던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까 공간도 마치 사람과의 관계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공간을 만나고 운영한 것도 그 당시의 인연이었고, 지금 함께하는 팀원들과의 인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이제 팀원들도 자신의 분야를 찾아가고 저도 저대로의 방향을 찾아가다 보니까 장소가 굳이 없어도 괜찮겠다, 각자의 삶에서 우리는 계속 이야기 할 거고, 연결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마치, 자연스럽게 이별하는 느낌…. 사랑했던 공간과 잠시 헤어질 때가 된 것 같다, 이렇게요. 그런 시기가 온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Q.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을까요?

A. 만들고 싶으면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에휴, 안 돼! 힘들어, 망할거야!’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하지만 무조건적인 낭비는 없더라고요.(웃음) 해보게 되면 그 자체로 뭔가 의미있는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나만의 애정을 갖고 뭔가를 시도해본다는 것 자체로. 제 자신,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서 영향을 받게 되는 한두 명이라도.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으면 해봐도 괜찮다! 실패해도 딱히 실패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대표님이 생각하는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요?

A 우리는 누군가를 봤을 때, 단편적으로 보잖아요. 납작하게 뭔가 하나의 캐릭터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요. 하지만, 인간에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입체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게 인문학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얼마만큼 인간에 대해서 모르는 인간인지, 스스로 알아갈 수 있고, 그래서 말을 좀 줄일 수 있고, 부끄러워 할 줄 알고, 그 다채롭고 복잡한 그 자체를 존중하는 것. 그런 게 인문학이고, 그걸 계속해서 공부하는 과정이 인문학인 것 같아요.



사진= 인문학카페 36.5˚,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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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인문학카페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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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정보
강원도 춘천시 서부대성로 209 인문학카페 36.5
춘천 인문학카페 36.5 홍승은 계간진지 독립출판
김지영
인문쟁이 김지영
[인문쟁이 3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 했으나, 연극반 생활을 계기로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요즘은 문학의 재미에 매료되어있고 인문학과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다. 글로 표현하고 만나는 일에 흥미를 느끼며 지역의 대안문화, 청년문화에 관심이 많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이 삶의 버팀목이라 믿으며,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를 탐구할 생각에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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