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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산실을 가다

연희문학창작촌

인문쟁이 고은혜

2017-05-11


젊음과 새로움, 열정이 가득한 2호선 홍대입구역. 7612번 버스를 타고 연남동을 지나 올라가면 연희동에 도착한다. 이 동네의 모습은 몇 정거장 전의 홍대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동네의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군데군데에 숨어있는 예쁜 카페와 베이커리, 인테리어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평화롭고 아늑한 분위기는 행인의 발걸음을 절로 앞서나가게 만든다.

이렇게 따사로운 연희동에 문인들을 위한 공간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연희문학창작촌이 바로 그곳이다. 이름 그대로 연희동에 위치하는 문학 창작을 위한 공간이다. 수많은 문인들이 머무르며 작품을 잉태했을 이 공간을 지금부터 함께 탐방해보자.


연희문학창작촌 입구연희문학창작촌 팻말

▲ 연희문학창작촌 입구의 모습과 정문 옆에 설치된 안내 팻말 ⓒ고은혜


서울 속 문학 둥지, 연희문학창작촌

2009년 11월 5일 문을 열어 곧 개관 10주년을 바라보는 연희문학창작촌은 서울시 최초의 문학인 전용 집필실로, 옛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의 자리에 세워졌다. 시사편찬위원회가 떠나고 한동안 쓰이지 않아 폐허였던 공간을 다듬어 만든 것이라고. 1동부터 4동까지 네 개의 건물에는 스무 개의 집필실이 들어차 있다. 1동부터 4동까지 동의 이름도 지어져 있는데, 각각 끌림, 홀림, 울림, 들림이라는 문학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야외무대 역시 열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야외 화장실의 이름까지 ‘풀림’인 것에서 작명센스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연희문학창작촌 공간 소개 페이지에 접속하면 ‘세계문학의 잉태를 꿈꾸는 서울 속 문학 둥지’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본적으로 국내 작가들의 작품 집필을 위해 문을 열어두어 한국문학의 산실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해외 작가들에게도 입실을 허락함으로써 국제 문학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설명에 따르면 17개 집필실은 국내 작가의 순수문학창작을 위해 제공되고, 3개 집필실은 해외 문학 교류를 위한 국제 레지던시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연희문학창작촌의 입주 조건은 ‘등단 문인’이다. 등단을 한 문인들을 대상으로 열어두고 있기에 연희에서 탄생하는 작품들의 퀄리티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등단은 최소 조건이기에 실제로 연희에 입주하는 문인들의 경우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저명한 문인부터 갓 등단해 첫 책을 준비하는 신인 작가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작가들이 모임으로써 문학계의 선후배들이 서로 교류하며 배움을 얻어갈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됨은 물론이다.


작가와 독자가 함께하는 공간, 연희문학창작촌

연희문학창작촌의 정체성은 작가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은 조용하고 잔잔한 분위기 속에 머무르지만, 동시에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진 문화공간이기 때문에 시민으로써 방문을 원한다면 자유롭게 연희동으로 찾아가면 된다. 방문이 가능한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조용한 관람으로 작가들의 집필 작업을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만 염두에 둔다면, 풀숲이 우거져 아름답고 청량한 연희문학창작촌 안을 한가로이 거닐며 힐링 타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연희 내부를 구경만 하는 것이 다소 심심하다면, 책을 읽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문학미디어랩에 방문해보자. 도서관이자 세미나실이며 여기에 더해 카페의 기능까지 겸한 이 공간은 3동 지하에 위치해 있다. 작가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일반 시민들은 도서 대여가 불가능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짧은 책은 완독이 가능할 만큼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반겨주고 있기에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문학미디어랩 내부 서가문학미디어랩 내부 카페

▲ 문학미디어랩 내부 서가와 카페의 모습


연희문학창작촌에서는 또한 작가와의 대화, 낭독회 등 시민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작년인 2016년 6월에는 ‘아시아문학창작워크숍’을 통해 아시아 문학인들의 교류를 꾀함과 동시에 낭독회, 간담회, 영화 상영회 등을 개최하여 시민들과의 만남을 진행했다. 같은 해 9월에는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라는 테마로 ‘연희극장’을 개최하여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낭독회와 영화 상영회를 진행했다. 이렇듯 다양한 행사를 만나볼 수 있는 연희문학창작촌인 만큼,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이라면 2017년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도 좋겠다.


글로 만나는 연희의 이야기, <연희>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것이고 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읽는 것이다. 이러한 두 요구사항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면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행본이나 잡지의 형태로 발간되는 작품을 통해 작가에게는 글을 발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독자에게는 글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연희문학창작촌에서도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2015년부터 연간지 <연희>를 발표해 오고 있다.


연간지 <연희>

▲ 2015년과 2016년에 발행된 연간지 <연희>


<연희>는 연희문학창작촌에 머물렀던 작가들의 글을 통해 연희의 한 해를 담아낸 문학 무크지다. 기본적으로 연희의 집필실에서 쓰인 소설, 시, 아동문학, 희곡 작품을 ‘연희문집’ 코너에 싣고 있으며, 이 밖에도 주목할 만한 작가의 인터뷰와 연희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보는 작가들의 에세이 ‘그 방 이야기’, 작품을 시작하여 마무리 짓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긴 ‘창작노트’ 등 재미있는 코너들을 한가득 만나볼 수 있다. <2015 연희>와 <2016 연희>는 현재 더북소사이어티, 고요서사, 헬로인디북스 등 서울 곳곳의 동네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17 연희>는 현재 발간 준비 중에 있으며, 머지않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기다려보자.


이렇게 연희문학창작촌을 글을 통해 함께 둘러보았다. 글로만 전달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공간인 만큼, 어느 맑고 화창한 날 꼭 연희동을 찾아 직접 시선으로 또 걸음으로 둘러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머무는 시간 동안 이 공간이 새로운 문학작품을 잉태하는 창작의 공간임을 새긴다면, 좀 더 새롭고 따뜻한 시선으로 공간의 곳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고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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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

서울문화재단 http://www.sfac.or.kr/html/artspace/yeonhui_introduction.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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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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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혜
인문쟁이 고은혜

[인문쟁이 1,2기]


고은혜는 인천, 그 중에서도 주로 동인천을 터전으로 인문공간을 탐방하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근무하며 문학을 공부하고 예술을 터득하는 중이다. 인생을 즐기는 것과 가치를 찾는 것,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꿈꾸고 있다. 인문쟁이로서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인문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geh920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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