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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의 발견

북클럽 '체홉'

인문쟁이 우인혜

2017-05-11

 


 

청주시 남주동의 작은 골목길을 돌아 내려가면 거친 글씨로 쓰인 클럽 체홉이 우릴 반긴다. 환풍구가 삐져나온 낡은 건물에 거친 초록빛의 글씨 체홉을 열고 들어가면 색 바랜 책들이 가득한 공간과 마주한다. 색이 바란 따스한 정겨움이 묻어나는 곳, 북클럽 체홉이다.


북클럽 체홉의 외관모습북클럽 체홉의 내부

▲ 북클럽 체홉의 외관모습. 낡았지만 정감이 넘치는 풍경이다. ⓒ북클럽 체홉 /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벽 가득한 책이 반겨준다. 낡은 책에서 나는 오래된 종이 향이 가득한 이 곳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됐다.


이곳은 평론가 소종민 씨와 소설가 윤이주 씨 부부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위층은 살림집이고 아래층에는 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책과 함께 노는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빛바랜 책이 벽을 가득 채우고, 체홉과 그의 친구들이 함께 토론하는 사진이 한편에 걸려있는 이곳에 회원들은 커다란 나무 책상에 모여앉아 체홉과 그의 친구들처럼 함께 작품을 논한다. ‘북클럽 체홉’은 윤이주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러시아 소설가 안톤 체홉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안톤 체홉. 별다른 의미나 이유는 없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낭만적인 일 임에 틀림없다.


안톤 체홉의 사진

▲ 북클럽 체홉의 한켠에는 안톤 체홉과 친구들이 함께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이 걸려있다. 좋아하는 것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북클럽 체홉에는 15명에서 많게는 20명 정도의 회원이 함께 모여서 책을 읽는다. 단순히 눈으로 읽고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내 읽는 낭독을 한다. 돌아가면서 서너 페이지씩 읽고 책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일주일에 한번 씩 시간을 내 모여 함께 책을 읽는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다. 


북클럽 체홉의 내부

▲ 이들은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함께 읽는다. 앞으로는 홍명희의 임꺽정도 함께 읽을 예정이다.


소종민 평론가는 함께 읽고 있는 시간을 소개하며 “이 책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죠. 책의 유명한 대목 중 하나인데 주인공이 마들렌을 먹으며 그 마들렌에 담긴 시간의 겹을 열어 하나하나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시간의 겹을 연다는 표현이 매우 좋죠.”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종민 평론가의 모습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 그 매력에 이들 부부는 흔쾌히 자신들의 공간 한편을 나누고 공유하고 있다. 


북클럽 체홉은 조만간 홍명희의 「임꺽정」을 읽을 예정이다. 이야기와 소설의 중간체적 형태를 띤 작품으로 구비문학과 현대적 표현이 교차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고, 무엇보다 서민들의 곱고 순수한 삶을 담고 있어 다음 작품으로 선택했다. 이 모임의 시작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좋아하는 책을 읽고 즐기기 위해 모인 것에서 시작됐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단련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전국 각지에서 모인 8명의 모임을 시작으로 북클럽 체홉은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공간이 됐다.


북클럽 체홉에서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1북클럽 체홉에서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2북클럽 체홉에서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3

▲ 북클럽 체홉에서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 ⓒ북클럽 체홉


노벨위원회가 선정한 100권의 책을 나눠 읽기도 했다. “처음에는 같은 책을 읽다가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서로 다른 책을 읽고 정리해서 공유했어요. 책을 읽고 합평을 하고, 많은 양이었지만 그렇게 공부한 것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들은 지금 등단을 해서 자신의 꿈을 모두 이뤘다. 지금도 지역의 작가들과 함께 책을 읽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소종민 평론가는 인문학의 핵심은 자발성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 일상 속에 밀접한 모든 것이 인문학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밀어붙여 해답을 찾아가야 하는 것. 이 말을 들었을 때,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끝까지 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학문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답지를 보지 않고 끝까지 매달린 결과 동이 트는 새벽의 햇살을 받으며 문제 풀이에 성공했다던 그날의 기억. 내 시간의 겹이 열려 그날의 기억을 불러왔듯, 인문학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도 우리는 서로 다른 기억의 잔상을 남기고 산다. 북클럽 체홉은 그런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노는 놀이터다.



사진= 우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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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혜
인문쟁이 우인혜

[인문쟁이 1,2기]


우인혜는 충북 청주시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현재는 대학 내의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블로그 웹진 및 보도자료 작성을 하는 뚜벅이 기자다. 공학도로서 바라보는 인문학에 관심이 높고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욕심이 많다. 헤드윅이란 작품을 만든 존 카메론 미첼을 만나보고 싶다. 인문학이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이번 기회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느껴보고 싶다. pwoo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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