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가난하지만 가련하지 않았던 꿈, 시인 김동명 : 강릉 사천 김동명 문학관

인문쟁이 박은희

2017-02-24

 

 


강원


가난하지만 가련하지 않았던 꿈, 시인 김동명

-강릉 사천 김동명 문학관

 

박은희_인문쟁이

 

강릉이 낳은 한국 근현대의 대표 시인 김동명(1900.6.4~1968.1.21)

 

가난했지만 가련하지 않았던 시인, 자연을 사랑하고 노래했던 시인, 일제에 항거하여 1942년 「술 노래」를 끝으로 해방될 때까지 붓을 꺾고 창씨개명을 거부한 민족시인, 광복 후 정치와 사회적인 풍자의 글을 썼던 시인. 그를 수식하는 말은 참으로 다양하다. 힘든 시대에도 다양한 꿈을 꾸었던 시인 김동명을 강릉에서 만날 수 있다 하여 강릉시 사천면에 위치한 김동명 문학관을 찾았다. 그의 시 「내 마음」을 상징하는 호수와 돛단배 모양을 형상화하여 지어진 김동명 문학관에는 소박하게 살았던 그의 생가와 그의 친필, 다양한 작품이 보존되어 있다.

 

김동명 문학관1김동명 문학관2

▲ 김동명 문학관 (2013년 7월 3일 개관)

 

❝비록 가난하더라도 꿈은 가련하지 않다❞

 

조국(祖國)을 언제 떠났노,

파초(芭蕉)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修女)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情熱)의 여인(女人),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네의 그 드리운 치마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파초, 함흥, 1938 김동명>

 

김동명 문학관 내부김동명 시인의 문학세계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꿈이 있다. 꿈은 빛나는 삶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때론 암울한 현실과 반대되는 허상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때 꿈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현실의 소망이나 바람 즉, 현재의 상태가 아닌 어느 먼 곳에 자리하고 있다.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로 시작하는 김동명 시인의 시 「파초」에서도 꿈의 이중성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우리를 설레게 하는 이상의 근원이기도 하면서 닿을 수 없는 가련한 허공의 메아리와도 비슷하다.

나는 이곳에서 그의 시를 읽어 내려가며 다양한 상상을 한다.

 

‘낯선 땅에 온 파초의 꿈은 무엇일까?’

‘김동명 시인은 낯설어진 땅에서 무슨 꿈을 꾸고 있었을까?’

‘파초의 꽃말이 ’기다림‘인 것처럼 그의 소망 역시 어떤 ’기다림‘이었을까?'


김동명시인 생가 복원김동명시인 생가 내부

▲ 김동명시인 생가 복원

 

「파초」에서 김동명은 자신의 처지를 파초에 비유한다. 파초는 바나나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열대 지방(남국)에 사는 식물이다. 존재 자체로는 따뜻함을 풍기지만, 누군가의 욕심에 의해 인위적으로 추운 지방으로 옮겨진 파초를 마주한 김동명, 그의 시에서 파초가 지금의 현실을 거부하고 따뜻한 남국을 꿈꾸고 있을 거라고 상상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일제강점기 아래 억압받고 있는 자신의 처지와도 같다. 이렇듯 원하지 않는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려 하는 간절함이 꿈이라면, 꿈은 때때로 ‘가련하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그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시’라는 매개체로 끊임없이 표현했다. 그것이 우리가 그의 꿈을 가련하게 여기지 않는 이유다.

 

시인 김동명 소개

 

❝관조와 행동이 함께해야 시대의 예술이다❞

 

김동명 시인이 이화여대 교수로 활동하던 시절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다. 그는 시와 정치 논평으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켰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꿈을 상상하고 꿈을 현실로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표현하고 써 내려간다. 자연을 노래하는 듯 부드럽지만, 속에는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작품으로 그의 진심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 앞에서 한 없이 부드럽고 옳지 않음 앞에서는 자신의 선을 지켰던 김동명. 이곳 김동명 문학관에 있는 그의 문학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가 꾸었던 꿈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박은희

 

장소 정보

  • 강릉
  • 김동명
  • 김동명문학관
  • 파초
  • 민족시인
박은희
인문쟁이 박은희

[인문쟁이 2기]


박은희는 바다를 좋아해 강릉에 터를 잡았고 전형적인 집순이다.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이라는 필명으로 SNS 활동한다. 글쓰기를 기반으로 컨텐츠를 제작하여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인문쟁이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상상들이 바깥으로 나와 기호로 변하고 다시 누군가의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아 지원하게 되었다. 사람의 고리들이 연결되고 순환되길 바란다. 인스타@loveseaclementine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가난하지만 가련하지 않았던 꿈, 시인 김동명 : 강릉 사천 김동명 문학관'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