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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생각하는 마음이 빚은 너그러운 공간

'차방X책방'

인문쟁이 방지민

2016-12-14


대구 시내 중심가 동성로에 도착하려면 아직 조금 더 걸어야 한다.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중 함께 걷던 친구가 말했다. “어 저기 책방이 생겼네. 카페인가?” 책방이고 카페고 있을만한 동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의 손끝을 따라붙은 시선은 어느 건물 2층에 멈췄다. 공간의 이름인지, ‘차방X책방’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조합만으로도 멋진 이름 차방X책방 가 보았다.


발길과 호기심을 잡는 차방책방의 입간판

▲ 발길과 호기심을 잡는 차방책방의 입간판


이름이 모든 것을 말해주듯 이 공간은 차(茶)방이며 책방이기도 하고 책방이며 차방이기도 하다. 어디에 방점을 둬야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차방을 담당하는 차방 지기와 책방을 담당하는 책방 지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를 꿈꾸던 동생은 차방 지기가 되었고 그 카페 한 편을 내어 달라던 언니는 책방 지기가 되어 각자 영역을 야무지게 해내는 동시에 서로에게 충실한 동반자가 되어 차방X책방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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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가진 사람들 자신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는 공간

- 차방X책방 운영자 이재은


 건물 이층에 자리한 차방책방 입구

▲ 건물 이층에 자리한 차방책방 입구


Q. 이제 막 3개월이 된 책방이라고 들었어요. 책방 지기가 된 기분이 어때요?

A.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 들어오는 손님이 책방 손님인지 차방 손님인지, 책방 손님이라면 어떤 책을 고르는지를 가늠해보는 것 같은 재미요. 제가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을 들여놓고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그 책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신나요. 책만 사러 오는 손님이 한 분 계시는데 독특한 책을 주로 고르세요. 대형서점에는 없는 책들이 있어 좋다고,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 마음에 제가 더 고맙더라고요.


Q. 사실 책방이나 카페가 있을법한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A. 접근성이 좋거나 그럴듯한 곳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만 찾아올 것 같았거든요. 제가 원하는 방향과는 달랐죠. 진짜 책방이나 카페가 없을 것 같은 곳을 고르자는 생각과 중앙에 멋진 ‘바(bar)’를 원하는 동생의 바람을 고려해서 이곳을 선택했어요. 조금은 뜬금없는 위치일 수도 있지만 올 사람은 오게 돼 있다, 한 사람만 와도 실망 말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책방지기가 읽고 나서야 소개, 진열이 되는 느리지만 정성스러운 책방 공간

▲ 책방지기가 읽고 나서야 소개, 진열이 되는 느리지만 정성스러운 책방 공간


Q. 차방 지기의 생각이 책방의 위치를 결정하게 된 거네요?

A. 네. 접근성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결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손님들이 지나다 봤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버스 타고, 차 타고 지나는 길에 봤는데 한번 와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셨다고. 저는 오히려 이런 말이 좋아요. 저희 공간에서 진짜 시간을 누리려고 마음먹고 온다는 의미니까요. 책방은 둘째 치고 카페마저 장사가 쉽지 않다는 생각에 이곳을 선택한 걸 후회한 적도 있긴 해요. 하지만 동네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사실은 이 동네도 이런 공간이 필요했던 거죠. 처음 제가 생각했던 동네에서의 작용점들이 아주 더디지만 그 기능을 하는구나 싶어요. 동네 분들이 책을 사러 이 공간에 오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장사가 잘 안 된다 해도 충분히 있을만한 가치가 있구나 싶어요.


Q.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피아노를 가르치셨던 엄마 덕분에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접했어요. 전공으로 선택을 하게 됐죠. 피아노가 좋았던 건 나도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일 수 있구나 라는 마음을 주었기 때문이었어요. 모두가 무대 위에 있는 나에게 집중하잖아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무대가 부담과 긴장감으로 다가오더라고요. 휴학을 하게 됐고, 1년 동안 무대스텝으로 일을 했었는데, 무대 뒤에서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는 것도 참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다가 좀 더 넓은 범위의 문화기획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로 대학생들과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3년 정도 진행했었어요. 그 일을 하면서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그 때까지 저에게 예술은 늘 공연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만 제공됐던 서비스였거든요. 그런데 학생들이 예술 활동을 제공하러 마을로 오고, 어르신들이 바로 그 자리에서 함께 향유하고 즐기는 걸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한 거죠.


그러면서 내가 속한 공동체를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나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뭘까 하는. 자연스레 어떠한 '공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간은 기점이 되어 사람들을 모으고 문화를 나누는 중심이 될 수 있으니까요.


차를 마시기에도 책을 보기에도 좋은 차방책방 내부

▲ 차를 마시기에도 책을 보기에도 좋은 차방책방 내부


Q. 책방 지기가 바라는 차방X책방의 앞으로의 모습은요?

A. 차방X책방은 대형서점도 프랜차이즈 카페도 될 수 없어요. 우리가 원하는 건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을 마음껏 누리며 이 곳에서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그게 다에요. 책방이 좀 더 자리를 잡고 이 동네에 적응을 하면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요. 동네 분들과 함께 해볼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은 거죠. 늘 아이디어는 쏟아지는데 여력이 조금 부족한 지금이 아쉬워요. 이런 부분을 잘해나가고 싶어요.


사진= 방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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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차방책방


*공간안내

대구광역시 북구 칠성동 2가 343-11 2층

☎053-353-4878

운영시간 : 평일 10:30~22:00 / 매주 일요일 휴무


*관련링크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offeexchaeg

인스타그램 instagram.com/coffeexchaeg

 

장소 정보

  • 대구
  • 차방책방
  • 책방
  • 동성로
  • 문화기획
  • 취향
방지민
인문쟁이 방지민

[인문쟁이 2기]


방지민은 앞뒤 다 버리면 이름이 신비한 동네 수성에 사는 대구 시민. 얕고 사사로운 재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책방 '슬기로운낙타'의 사장이자 종업원이다. 계절의 힘에 놀란 채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살기 위해 뭐든 지망생의 마음으로 경험하는 중이다. 서머싯 몸의 소설 주인공 스트릭랜드와 래리를 인생 대선배로 품고 있다. 작지만 힘을 실어줄 가치가 있는 의미들에게 확성기를 대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인문쟁이가 되었다. jimin11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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