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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신화 -청주, 한국 초기미술의 역사를 쓰다

청주 시립미술관

인문쟁이 우인혜

2016-11-18


청주는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지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청주의 역사는 한국사의 흐름과 그 길을 같이한다. 현재 충청북도의 도청소재지이자 정치·행정·경제·교육·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나기까지 청주의 역사는 다양한 색을 비춘다.


청주의 이름도 그에 따라 각각으로 변했다. 백제의 땅이던 시절엔 상당현으로 불리다 신라가 차지한 후 신문왕 5년(685) 서원소경으로 삼았다. 그 후 경덕왕 16년(757)에 서원경으로 승격됐다. 고려 태조 23년(940) 청주로 개칭되었고 성종 2년(983)에 청주목으로 승격되었다. 청주를 부르던 또 다른 옛 이름은 주성이다. 청주의 지세가 무심천 위에 뜬 배의 형상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청주시 중심에 위치한 용두사터 철당간은 고려 광종 때 청주의 호족 김예종이 유행병이 걸리자 이 당간을 용두사에 세워 부처께 바쳤다는 명문이 당간 아래쪽에 새겨져 있지만, 그 ‘배’를 안정시키기 위해 세운 돛대라는 전설도 함께 전해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이 탄생한 흥덕사에서는 고대 인쇄술의 역사를 알 수 있고, 용화사에는 주변의 옛 절터들에서 모아들인 고려시대의 불상 일곱 구가 있어 고려시대의 불교문화를 느낄 수 있다.


구KBS관사를 리모델링한 청주시립미술관

▲ 구KBS관사를 리모델링한 청주시립미술관


이처럼 다양한 문화의 중심지였던 청주에 시립미술관이 신설됐다. 과거 사직동에 있던 옛 KBS청주방송국 사옥을 매입해 부지 9천134㎡, 연면적 4천910㎡의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에 전시실, 수장고, 미술정보자료실 등을 리모델링했다. 역사에 문화를 입힌 것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전시하는 개관전에는 청주에 연고를 둔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고 미술인 7인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들의 작품에는 우리 민족의 얼인 여백의 미가 담겨있어 ‘여백의 신화, 청주 한국현대미술의 초기 역사를 쓰다’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김복진, 김봉구 조각가와 김기창, 박래현, 정창섭, 윤형근, 박노수 화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들 7명의 작품 중 76점을 엄선해 전시했고, 그 외에도 드로잉, 사진자료, 친필원고 등 희귀자료 300여 점도 볼 수 있었다. 여백의 미를 전시하는 만큼 전시장 입구부터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청주에 기반을 둔 7인의 미술인1청주에 기반을 둔 7인의 미술인2

▲ 청주에 기반을 둔 7인의 미술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가는 조각가 김복진이다. 청원 남이면 출생인 김복진(1901~1940)작가는 10년 남짓의 짧은 작품 활동을 했음에도 근대기 최초의 조소작가, 미술평론가, 문예운동가, 사회주의운동가 등으로 다채롭게 활동했다고 한다.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은 김복진 조각가의 작품을 홀로그램 기법으로 재연한 ‘위대한 예술혼과의 대화’다. 높이 10m, 330㎡의 공간에 우리나라 공립미술관에서 시도한 최초의 대형 홀로그램 기법이라고 한다. 홀로그램으로 빛나고 있지만 웅장한 그의 작품의 힘은 감춰지지 않았다.


박노수 작가의 여인상은 수묵화의 세심한 붓질과 파격적인 구도가 담겨있다.

▲ 박노수 작가의 여인상은 수묵화의 세심한 붓질과 파격적인 구도가 담겨있다.


박노수(1927~2013) 작가는 ‘전통의 억압을 탈각해서 자신의 자유분방한 표현을 갖는 것’이라는 예술이념에 기반을 두고 동양화 전통의 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독창적 화풍을 구축했다. 특히 자신의 아내를 그렸다는 여인 A는 수묵화의 세심한 표현과 이질적인 문화의 조화가 담겼다.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운보의 집에서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바보산수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한국 동양화의 지평을 연 운보 김기창(1913~2001)작가와 그의 아내인 박래현(1921~1976)작가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이들 부부는 전통적인 동양화를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으며 박래현 작가는 동양화의 재료로 서구적 회화공간을 융합해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작품을 통해 두 부부가 서로의 작품 활동에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느껴보는 경험도 색달랐다.


윤형근 작가의 작품에는 획의 힘과 여백의 여유가 느껴진다.김봉구 작가의 작품은 삶의 존재와 아름다움을 화두로 조화미를 추상조각으로 승화했다.

▲ 윤형근 작가의 작품에는 획의 힘과 여백의 여유가 느껴진다. / 김봉구 작가의 작품은 삶의 존재와 아름다움을 화두로 조화미를 추상조각으로 승화했다.


여백의 미와 획의 힘을 표현한 윤형근(1928~2007)작가의 작품은 전쟁으로 인한 비극과 참상으로 고통 받던 시절 내면에서 폭발하듯 분출되는 한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가 그린 획은 울분을 담아 분출하는 한줄기의 빛과 같았다. 닥의 작가로 불리는 정창섭(1927~2011)은 한지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었다. ‘그리려 하지 않으면서도 그려지고, 만들려 하지 않고서도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예술이념을 기반으로 한지에 스며든 자연적 색채의 단색화들을 그렸다. 김봉구(1939~2014) 조각가는 '삶과 존재와 아름다움'을 화두 한국추상조각의 기틀 마련에 기여했다고 한다. 추상조각을 통해 인간의 내면적 아름다움과 조화를 그려냈다.


전시에는 작품들 외에도 드로잉, 엽서 등 다양한 작품을 모은 아카이브가 마련됐다.

▲ 전시에는 작품들 외에도 드로잉, 엽서 등 다양한 작품을 모은 아카이브가 마련됐다.


청주에서 시작된 문화의 뿌리는 다시 널리 퍼지고있다. 새로이 열린 시립미술관을 통해 우리는 근대미술사를 엮어낸 작가들에 이어 미래의 예술인들을 만날 기회가 늘어났다. 예술적 감각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라고 한다. 역사를 담은 미술관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길 바라본다.


사진= 우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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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우인혜

[인문쟁이 1,2기]


우인혜는 충북 청주시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현재는 대학 내의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블로그 웹진 및 보도자료 작성을 하는 뚜벅이 기자다. 공학도로서 바라보는 인문학에 관심이 높고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욕심이 많다. 헤드윅이란 작품을 만든 존 카메론 미첼을 만나보고 싶다. 인문학이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이번 기회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느껴보고 싶다. pwoo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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