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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를 사랑하는 방법

인천이 있는 저녁 - 인천 문화의 다양한 길

인문쟁이 고은혜

2016-10-13


누구나 본인이 나고 자란 도시에 대해 알게 모르게 애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많은 추억과 역사가 담긴 공간이니 당연히 그러할 테다. 그러나 고향 도시에 대해 애정만큼의 인문학적 지식을 보유한 이는 많지 않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조부모나 지역 유지들에게 배울 기회도, 학교에서 정식 교과과정을 통해 배울 기회도 이제 더 이상 흔치 않기 때문이다. 각 지역마다 문화적 기반이 차이가 나는 것도 한 몫 한다.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들의 아카이빙 시스템을 지방의 작은 소도시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 도시의 시민이자 주인인 우리가 도시의 문화 생태에 더욱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말인 듯하다.


오늘의 주인공인 인천은 작은 도시는 아니다. 서울의 바로 옆에서 바다와 하늘을 모두 거느린 채 관문도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항구도시로써 근대화의 시작을 함께한 특별한 역사도 가지고 있다. 특징적인 역사와 문화를 두루 갖춘 만큼 이를 수집하고, 보존하고, 정리하고, 활용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에서 8월과 9월, 두 달에 걸쳐 진행한 인문학 강좌 <인천이 있는 저녁 - 인천 문화의 다양한 길> 또한 그러한 활동 중 하나이다.


이번 강좌는 한국근대문학관과 인천평생교육진흥원의 협업을 통해 기획되었으며,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 시민들과 함께 인천의 다양한 문화들을 되짚어 봄으로써 인천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개설되었다. 인천의 스포츠부터 시작해 인천의 전통시장, 토박이말, 옛 지명, 옛 신문광고, 공원, 그리고 현대 연극까지 흥미로운 소주제들을 가지고 인천이라는 공간을 문화적, 언어적, 역사적 관점으로 살펴보았다.


인문학 강좌 <인천이 있는 저녁>은 2016년 8월 3일부터 9월 28일까지 열렸다. 인천시민 누구나 수강할 수 있으며 모든 강의는 무료로 진행되었다.

▲ 인문학 강좌 <인천이 있는 저녁>의 웹배너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인천의 공간을 만나다

먼저, 인천의 공간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들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스쳐 지나갔던 인천의 공간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8월 17일에 진행된 세 번째 강의, <인천의 전통시장 - 시장, 오늘을 보고 내일을 걷다>에서는 인천의 여러 전통시장들의 오늘과 내일을 살펴보았다. 인천의 시장들은 도시의 확장에 따라 함께 성장했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쇠퇴를 맞이하게 된다. 지금은 스러져가는 인천의 전통시장에는 제물포의 제물포시장, 주안의 재흥시장, 숭의동의 숭의자유시장, 동인천의 화수시장과 양키시장 등이 있는데, 모두 70년대에는 전성기를 맞이했다가 현대에는 몇 안 되는 가게들만 남아 운영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반면 개혁에 성공해 재활성화를 맞이한 시장도 있는데, 주안의 신기시장이 그 대표적 사례다.


신기통보라는 자체적인 화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깔끔하고 품질 좋은 물건들이 많아 시민들이 많이 발걸음을 한다고 한다. 인천대학교 일본문화연구원 윤현위 박사는 인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측도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개선을 할 필요가 있고, 또 시민들도 시장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9월 21일에 진행된 일곱 번째 강의, <인천의 공원 - 공적 공간으로서 공원의 역사와 인천>에서는 인천의 공원에 대해 역사부터 문제점까지를 되짚어 보았다. 우리나라, 그 중에서도 인천의 공원은 조계지의 역사와 함께 발전한다. 개항을 하면서 인천에는 청나라, 일본, 러시아 등 여러 국가들의 조계지가 형성되는데, 이 조계지의 형성 단계에서 설계도에 처음으로 공원(Public Garden)이 등장하게 된다. 현재 인천 중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벚꽃 덕에 봄 소풍 명소로 유명한 자유공원이 이때 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조성되었다고 한다. 조계지의 서쪽에 있어 서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동쪽의 일본 조계지에는 일본인들이 신사로 이용한 동공원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 서구식의 공원들이 많이 생겨나고 또 함께하고 있지만, 인천은 안타깝게도 광역시 중에서도 녹지 공간이 가장 부족한 도시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강의를 진행한 인천대학교 일본문화연구소 박진한 교수는 차고지 증명제를 실시하지 않아 공용 공간들이 주차장으로 전락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주안 신기시장의 입구개항 당시 조계지의 설계도

▲ 주안 신기시장의 입구 ⓒ윤현위 / 개항 당시 조계지의 설계도 ⓒ박진한


인천의 시간을 만나다

인천의 공간을 차분히 둘러보았으니, 이제 시간을 둘러보아야 할 차례다. 8월 31일, 다섯 번째 수업 <인천의 옛 지명 - 어우동, 어른, 그리고 월미도>에서는 인천의 지명들을 두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옛 어원을 찾아 분석하는 흥미로운 수업이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인천(仁川)이라는 지명은 조선 태종 때 조정에서 전국적으로 지방행정구역의 이름을 새로 정하면서 탄생했다고 한다. 7대 왕비를 배출한 고을인 만큼, 仁 자는 ‘어질다’는 뜻보다는 큰 인물들이 많이 태어난 ‘큰’ 고을이라는 의미와 더 가깝다고 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인천의 소지명들을 분석해 보았는데, 월미도는 옛 국어로 해석해보면 '물(미)이 섞이는(얼) 섬'이라는 뜻인 '얼미도'에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논현동 소래의 경우 당나라 장수 소정방(소)이 군사를 이끌고 왔다(래)는 뜻에서 소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으로 가늘다는 뜻의 '솔다'나 높은 곳을 뜻하는 '수리'에서 변형되어 소래가 되었다는 설이 더 타당하다고 한다.


9월 7일에 진행된 여섯 번째 수업 <옛 신문광고로 본 인천 - 맛, 건강, 성욕의 제국주의 문화사>에서는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이후의 신문에 실린 광고를 통해 인천의 옛 시간들을 살펴보았다. 맛, 건강, 성욕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광고들을 분석해 보았는데, 먼저 건강과 직결되는 기호식품으로는 ‘담배’가 있었다. 담배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경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일본의 담배를 소비하는 것은 곧 애국주의에 반하는 행동으로 여겨졌다. 일본 담배를 불태우고 끊자는 운동과 함께 국산 담배 소비 운동을 했지만 결국 판매량 1위 담배는 일제인 히어로라는 담배였다.


또 성매매가 흥행하면서 매독이 퍼지는 등 부작용이 많았음에도 이를 제재하기보다는 오히려 허가 하에 정식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기생단속령과 창기단속령을 내리는데, 이를 통해 '특별 요릿집', 이른바 공창들이 생겨나 영업을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맛으로는 오늘날 미원으로 알려져 있는 '아지노모토'라는 조미료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이 조미료는 일본에서 개발된 것임에도 조선으로 들어와 냉면, 김치, 설렁탕 등 우리 고유의 음식들에 침투하는데, 지역마다 아지노모토를 사용하는 연미회를 창설하고,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 강습회에 이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곳곳에서 아지노모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광고들을 통해 우리는 반일주의를 지켜나가고자 하면서도 곳곳에서 식민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흔적을 좇는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해방 후의 모습들을 여실히 바라볼 수 있었다.


일제 담배 히어로의 광고 지면

▲ 일제 담배 히어로의 광고 지면 ⓒ이승원


이렇게 지금까지 인문학 강좌 <인천이 있는 저녁 - 인천 문화의 다양한 길>을 간략하게 복습해보았다. 인천을 사랑하고 아끼는 시민들과 함께한 만큼, 여덟 번의 수업 모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이 ‘나’의 도시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인천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의 지방자치단체 혹은 문화예술재단에서 이러한 인문학 강좌를 기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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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혜
인문쟁이 고은혜

[인문쟁이 1,2기]


고은혜는 인천, 그 중에서도 주로 동인천을 터전으로 인문공간을 탐방하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근무하며 문학을 공부하고 예술을 터득하는 중이다. 인생을 즐기는 것과 가치를 찾는 것,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꿈꾸고 있다. 인문쟁이로서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인문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geh920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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