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우리 모두는 이미 한권의 책, 탈고가 필요할 뿐

사람책도서관 '아울러'

인문쟁이 방지민

2016-09-28


일생을 우리는 매일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우리의 몸 또는 마음 어딘가에 새긴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들은 나 자신만의 경험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걸어 다니는 한권의 책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책’이라 함은 종이에 ‘활자’로 잘 정리된 이야기를 통해 지혜를 얻고 감명을 받는 것이라는 개념에 익숙한 우리에게 더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구전’이라는 인문학적 전달 방법이 있다. 대화로 누군가의 지혜를 듣고 나누며 이야기 그 자체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그 이상이 충족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책’을 만들고 대여하고 나누는 사람책도서관 ‘아울러’를 만나보자.


사람도서관 아울러의 간판

▲ 사람도서관 아울러의 입구


사람책의 시작

‘사람도서관’ 그리고 ‘사람책’이라는 이 개념은 ‘Living Library’라는 명칭으로 덴마크 출신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Ronni Abergel)이 2000년 덴마크에서 열린 뮤직페스티벌 ‘Roskilde Festical’에서 창안한 것이 시작이다. 이렇게 유럽에서 시작된 움직이는 도서관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누구든지 자신만의 가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을 작은 시스템으로 실천해 보인 사람도서관. 대출을 원하는 사람은 사람책과의 대화를 통해 그가 갖고 있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 오랜 시간으로 쌓은 직업에 대한 전문성 등 다양한 소스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활자를 통한 간접경험보다 생생하며 우리의 오감 그리고 그 이상을 자극한다는 것은 당연할 터. 이렇게 소수의 사람들과 둘러앉아 나눔, 소통, 공감을 실천하는 신개념 도서관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는 책을 통해 알려졌다.


아울러 공간은 사람책표지로 꾸며져 있다.

▲ 사람책표지로 꾸며진 공간


사람책도서관 아울러

대구경북대학교 서문에 위치한 사람도서관 아울러는 지난 2011년 4월 처음 문을 연 곳이다.‘회복탄력성’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아울러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삶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발굴하여 사람책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책’은 육성으로 자신의 내용을 ‘구독자’에게 들려준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처럼 최대 3명에서 5명의 구독자가 함께 사람책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책이 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아울러를 찾아온 지극히 평범한 누군가는 일단 사람 도서관, 사람책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한다. 몇 차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될 책의 제목, 머리말, 목차 등을 작성한 뒤 이야기를 구성한다. 몇 차례 인터뷰라고 짧게 표현된 이 과정은 사실은 사람책을 완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과정이며 사람책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과정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는 표지가 나오면 사람책 목록에 등록이 되고 자신의 이야기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마련된 다양한 자리에서 사람책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지난 2016년 7월 대구 한 공원에서 사람도서관이 열렸다.

▲ 7월 대구 어느 공원에서 열린 사람도서관


사실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이나 지혜는 위인들이나 유명인의 말이 아니다. 오늘의 고등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는 바로 자신의 눈앞에 놓인 시간들에 대한 조언이며 또한 이들에게 가장해줄 말이 많은 건 20대 초반의 누군가일 것이다. 20대 초반의 누군가는 자신의 시간을 지낸지 오래되지 않은 또 다른 젊은이의 조언 또는 실패담이 가장 절실할 것이다. 이것이 유명인의 두꺼운 자서전보다 소박한 얇은 사람책이 더 큰 감응을 갖는 이유다. 그래서 아울러는 유명한 그 누군가에게 별 관심이 없다. 평범한 우리 모두에게서 특별한 이야기를 찾아내고 어떤 결과에 다다른 성장과정에 더 주목한다.


참가자들이 사람책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 사람책을 듣는 구독자들


사람책은 경험과 지혜의 전달이라는 ‘종이책’의 기능을 뛰어넘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사람책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사람책 스스로는 자신의 인생을 정리할 기회를 갖는다. 이는 아울러가 지향하는 가치인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회복탄력성이란 고난이나 역경을 뛰어넘어 성장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사람책 작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자신만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을 찾는 여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심리적 안정, 자존감 향상, 아픔의 재해석이라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사람책이다. 탈고가 필요할 뿐. 그럴듯한 표지를 가진 사람책으로 완성되고 싶다면 아울러 의문을 두드려보자.

 

아울러에서 우리가 빌려볼 수 있는 이야기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사람 도서관에 등록되어 있는 반짝반짝한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다.


어머니와 함께 대학교 등교라는 특별한 사연을 통해 인간관계, 콤플렉스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 이동민 사람책

어머니와 함께 대학교 등교라는 특별한 사연을 통해 인간관계, 콤플렉스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 이동민 사람책 ⓒ사람도서관


 힘든 다이어트를 통해 인생의 내면이 가벼워진 삶을 찾게 되었다는 이대건 사람책 

힘든 다이어트를 통해 인생의 내면이 가벼워진 삶을 찾게 되었다는 이대건 사람책  ⓒ사람도서관


외동아들로 보호받고 자란 환경을 벗어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는 장성원 사람책

외동아들로 보호받고 자란 환경을 벗어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는 장성원 사람책 ⓒ사람도서관


사진= 방지민

----------------------------

*공간안내

주소 :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 254-4 2층


*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humanlibrary.net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thesmallsteps

 

장소 정보

  • 대구
  • 사람도서관아울러
  • 사람도서관
  • 아울러
  • 사람책
  • Living Library
  • 우리의삶
  • 회복탄력성
방지민
인문쟁이 방지민

[인문쟁이 2기]


방지민은 앞뒤 다 버리면 이름이 신비한 동네 수성에 사는 대구 시민. 얕고 사사로운 재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책방 '슬기로운낙타'의 사장이자 종업원이다. 계절의 힘에 놀란 채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살기 위해 뭐든 지망생의 마음으로 경험하는 중이다. 서머싯 몸의 소설 주인공 스트릭랜드와 래리를 인생 대선배로 품고 있다. 작지만 힘을 실어줄 가치가 있는 의미들에게 확성기를 대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인문쟁이가 되었다. jimin1137@naver.com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우리 모두는 이미 한권의 책, 탈고가 필요할 뿐 '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