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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마시는 공간

착한서점 '북타임'

인문쟁이 이경열

2016-09-27


착한서점 북타임 전경

▲ 북타임 전경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니까 겅허주게(그렇지요). 아니, 솔직히, 우리 다 아이들 키워 봐그네 알거 아닌가 마씸?(아이들 키워봐서 알지 않나요?) (웃음) 사름(사람) 사는 동네, 아이도 있고 어른도 있고, 할망, 하르방도 있고(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시고), 웃는 소리, 말곧는 소리(말하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그냥… 사름이 사는 동네구나 생각 허민 좋크라마씨(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몬딱 주인이 되곡 행복한 공간이랜 허카… (모두가 주인이 되고 행복한 공간이라고나 할까…)” 

- 북타임 대표 임기수 ※( )해석은 필자주


착한서점 북타임 안에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시간을 선물합니다


시간을 선물 합니다!

살인적인 더위가 한참이던 8월 중순,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청에 일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이 미리 서류도 준비해주더니 시원한 냉커피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바로 앞에 있는 찻집으로 데리고 갔다. 좁은 커피숍은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 자리가 없네….’ 잠시 더위를 어디서 피하나 염려하는데 지인이 열린 문턱을 넘어 서점으로 성큼 들어서는 것이다. 익숙하게 움직이는 동창생을 따라 들어선 넓은 서점은 자연스럽게 책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안으로 서너 발자국을 옮긴 나는 잠시 멈칫 하고 말았다.

“어머나! 이런 곳이 있다니…” 입구에서 보지 못했던 서점 안쪽에는 여러 개의 나무 탁자와 가정집 마루처럼 앉은뱅이 둥근 탁자가 카펫 위에 놓여 있었고, 그 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음료수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지인들과 담화를 나누고 있는 풍경이 그림처럼 내 눈에 신선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네가 좋아 할 줄 알았어…” 빈자리가 없어 시원하게 돌고래를 품고 있는 미끄럼틀 옆에 기대 차를 마시며 친구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간을 선물 합니다’라는 카운터 앞에 조그맣게 쓰여 있는 글귀처럼, 뜨거운 정오는 필자에게 희열감 가득한 점심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북타임 내부1북타임 내부2

▲ 북타임 내부


문화를 마시는 공간

덕분에 오후를 행복하게 보낸 필자는 퇴근 후 조카와 함께 북타임을 다시 찾았다.

서너 살짜리 소녀는 그림책 캐릭터에 올라 앉아 엄마와 책을 보고, 탁자엔 가족끼리, 교복을 입은 친구끼리, 혹은 혼자서… 계단 아래 은밀한 곳엔 귀여운 두 요정이 그리고 미끄럼틀 위 다락에서는 학교 수학 대회에 나가기 위해 열심히 탐구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녁시간이어서 그런지 다양한 사람들이 서점 안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저마다의 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스트롱을 입에 물고 잠시 동안 책을 뒤적였다.


다락공간

▲다락공간


중학교 분교!

한산한 틈을 타 서점 대표님을 찾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 참 이야기를 나누는데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이 핸드폰을 들고 탁자 아래를 기웃 거렸다. “충전기 어서… 너네대로 조달허영 써어”(충전기 없어요. 알아서 갖고 다니면서 쓰라) 학생들의 행동만 보고도 마음을 알아차리는 심령술사처럼 뜬금없이 이야기를 건넨다.

“여중, 중앙중 분교라 마씨!”(여중, 중앙중학교 분교입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필자에게 답답하다는 듯 “서귀여중이영 중앙중학교영 아이들 학교 끝나민 이래덜 와 마씨…”(서귀여중이랑 중앙중학교랑 아이들 학교 마치면 이곳으로 온 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 학생들이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는 문화공간이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길 건너에 중학교가 있고 고등학교가 있는 제법 중심가에 위치한 북타임. 학생들 뿐 아니라 남녀노소 공존하는 아름다운 문화 공간이 턱하니 나의 고향 서귀포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필자에겐 너무나 든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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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주인이 되는 행복한 공간

-북타임 대표 임기수


북타임 대표 임기수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다.


Q. 북타임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A. 이제 대학생이 된 아들이 네 댓살쯤이었던 것 같다. 아내가 '동화 읽는 어른모임'에 다녀오더니, 저녁마다 아들들에게 책을 읽어 주라고 명령했다. 처음엔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눈은 커지는데 나는 책으로 얼굴을 덮어 잠들어 버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림책이 너무 흥미로워 졌다. 그 길로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서울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그림책 작가과정’을 공부했다. 그러다 2003년 ‘설문대어린이도서관’ 관장을 맡아서 자원봉사 활동가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10년 이상 도서관을 이용한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정말 책을 접한 아이들은 다르게 자라는 걸 내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2010년에는 한 달여 동안 유럽의 도서관과 서점만을 탐방 하면서 ‘정숙’이라는 우리 도서관의 상표 같은 단어대신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지인이기도 한 이 건물 주인이 서귀포에도 책 읽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언질을 하며 무료로 이 장소를 선뜻 내주셔서 시작하게 되었다. 나로선 고맙게도 작은 소망을 이루게 된 것이다.


북타임에서는 영화로 만나는 서귀포 시민의 책 이라는 주제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Q. 북타임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A.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저녁에 영화를 상영한다. 다락 있는 저 공간에 커텐 치고 전시된 액자만 내려놓으면 나름 훌륭한 영화관이 된다. 비정기적으로는 작가와의 이야기 공간으로 ‘그림책으로 만나는 작가와의 토크’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 공공기관에서 은퇴하신 분들에게 ‘인문학으로 소통하기’란 주제로 이곳에서 10주 아카데미를 진행해도 되겠냐고 해서 당연히 그러라고 했다. 북타임은 열린 공간이다. 책, 영화, 연극, 어떤 장르든 간에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행복한 공간으로 거듭난다면 정말 뿌듯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문화 감성을 볼 수 있는 행운이라고 할까?(웃음)


북타임 다락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1 북타임 다락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2


Q.북타임이 사람들에게 어떤 장소이길 바라는지?

A. (편안한 공간에서 필자와 대화하는 것이 금세 편안해 지셨는지? 제주어로 정감 있게 이야기를 내어 놓으신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니까 겅허주게(그렇지요). 아니, 솔직히 우리 다 아이들 키워 봐그네 알거 아닌가 마씸?(아이들 키워봐서 알지 않나요?).(웃음) 사름(사람) 사는 동네, 아이도 있고 어른도 있고, 할망, 하르방도 있고(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시고), 웃는 소리, 말곧는 소리(말하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그냥...사름이 사는 동네구나 생각 허민 좋크라마씨(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몬딱 주인이 되곡 행복한 공간이랜 허카…(모두가 주인이 되고 행복한 공간이라고나 할까…)

 

사진= 이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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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북타임


*공간안내

제주도 서귀포시 중앙로 99

☎ 064-763-5511


*관련링크

https://www.facebook.com/booktimejeju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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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식공간
이경열
인문쟁이 이경열

[인문쟁이 2기]


이경열은 틈만 나면 친구들이 있는 제주시로 나설 궁리를 하지만 부모님이 계신 서귀포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은퇴 후 제2막 인생을 즐기는 인생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을 한다. 엉뚱하고 FUN한 퍼포먼스를 기획할 때 신이나고 사는 맛을 느낀다. 겸손과 배려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효를 말하는 공자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일기를 잃어버렸던 트라우마로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지만, 인문쟁이를 빌어서 낙서쟁이 소녀로 돌아가고 싶다. kissday196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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