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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은 지혜가 우리 곁에 다가오다 : 정천구의 고전으로 세상 읽기

시대를 넘은 지혜가 우리 곁에 다가오다 -정천구의 고전으로 세상 읽기

인문쟁이 임소정

2016-08-12


고전을 읽는 것은 어렵다.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옛날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듣자하니, 우선 한자에 겁을 먹고, 두 번째로는 그 의미에 난색을 짓게 된다. 주석서나 강의를 통해 이 두 가지 벽을 넘고 비로소 그 뜻을 알게 된다하더라도 “아, 좋은 말씀이었어.”라는 감상뿐, 그 이상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고전이 우리에게 이르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붓끝을 거쳐 왔는지, 또 얼마나 많은 조상들이 그로부터 지혜를 얻어왔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차마 감상만으로 그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고전을 읽고, 그로부터 어떤 것들을 얻어야하는가?


강연 안내문

▲ 강연 안내문 ⓒ산지니


장마가 한창이던 7월의 어느 저녁, 지역출판사 산지니의 주관으로 ‘정천구의 고전으로 세상 읽기’ 강의가 마을 공동체 도서관인 금샘마을도서관에서 열렸다. 논어, 맹자, 중용, 한비자 등 다양한 고전의 주석서를 펴낸 고전학자 정천구 선생이 강연자로 나서서 매주 하나씩의 고전을 소개했는데, 동양고전의 대표인 논어로 그 첫 시간을 시작했다.


논어, 공자의 목소리를 담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배우고 그것을 때맞게 익히면, 이야말로 기쁘지 아니하냐! 길벗이 먼 데서 찾아오니, 이야말로 즐겁지 아니하냐!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이야말로 군자가 아니겠느냐!


정천구 선생은 논어의 가장 첫머리에 나온 이 세 구절이야말로 공자 사상의 정수라고 이야기한다. 공자는 춘추시대라는 혼란의 시기를 살았지만 세상을 꿰뚫어보는 선각자였으며 수많은 제자를 거느린 스승이었다. 또한 누구보다도 배우기를 좋아한 사람으로서, 배우기 좋아하고 스스로 바뀌고자하는 사람을 벗으로 삼는 것을 즐겁게 여겼다. 그러한 공자의 사상과 언행을 오롯이 담은 것이 바로 논어다. 기원전 136년 한 무제가 유교를 국교화한 이후, 유교는 중국을 넘어 동아시아의 문명이었고 동아시아의 지식인이라 하는 자라면 모두 논어를 배웠다. 지금에 이르러서 논어는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것이 되었으니, 누구든지 논어를 잘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는 사람이 바로 공자의 지혜를 가장 잘 취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고전에서 새로운 삶을 얻다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옛것을 무르익히고 새것을 알아야 스승이 될 수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고전을 읽는 것이 현 시대를 살아가기도 바쁜 우리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공자는 한 사람으로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스승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고’와 ‘지신’이 함께 이루어져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미래를 예측해보듯, 역사 속에서 인간의 삶과 세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 리듬을 알면 지금을 알 수 있고 앞으로의 일을 짐작할 수 있기에 ‘온고’야 말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바탕으로 삼을 수 있는 지혜인 것이다. 옛것을 ‘무르익힌다’는 것은 단지 옛것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온고’를 실천하며 살아야함을 의미한다. 흔히 고전을 배우는 사람들이 ‘온고’에만 치우치는 잘못을 저지르는데, ‘지신’이라는 깨달음이 함께 있어야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비로소 스승이 될 수 있음을 정천구 선생은 이야기한다.


강연 중인 정천구 선생님

▲ 강연 중인 정천구 선생님 ⓒ산지니 페이스북


사람의 마음을 배우다


“惟仁者, 能好人, 能惡人.”
“유인자, 능호인, 능오인.”
“오직 어진 자라야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고 사람을 미워할 수도 있다.”.


한문으로 적혀있어 낯설게만 느껴졌던 논어에는, 의외로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고민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답이 담겨 있다.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고,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내 마음을 먼저 알아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고, 사람을 아낄 수도 있다. 오직 어진 사람만이 사람을 좋아하고 미워할 자격이 있다는 공자의 메시지는 결과적으로 스스로 어진 사람이 됨으로써 미움의 감정 대신 상대를 불쌍히 여겨주기를 원하는 바람이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맹목적인 좋아함이 아니라, 좋고 싫은 점을 모두 보고도 좋아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정천구 선생은 이것을 좀 더 풀어 실천적으로 설명한다. “부정적인 마음이 들면 일단 멈추세요. 그리고 그 이유를 찾으세요. 그에 대한 답을 얻으면 감정은 해결됩니다.”

 

참여자들의 모습

▲ 참여자들의 모습 ⓒ임소정

 

일상에서 실천하라


논어 반 권이면 천하를 경영한다는 말이 있다. 반 권이 아니라 논어의 몇 조목이라도 스스로 체화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정천구 선생은 강조한다. 과학이 실험을 하듯 인문학에는 실천이 따라야 하며, 인문학의 실천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그 깊은 맛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어가 수천 년이 넘는 시간동안 고전으로서 그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것은, 그 내용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따라야 할 기본적인 도리로서 어긋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또한 논어가 어려운 이유는 아무리 기본적인 도리라도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좋은 고전을 읽더라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우리 삶은 바뀌지 않는다. 작은 깨달음이라도 즐겁게 여기고 변화의 씨앗으로 삼을 수 있는 지혜를 공자로부터 배워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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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정천구, 『논어, 그 일상의 정치』, 산지니, 2009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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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정
인문쟁이 임소정

[인문쟁이 2기]


임소정은 경성대, 해운대, 서면 등 부산시내 곳곳을 배경으로 활동한다.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모처럼 생긴 자유시간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보내고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배움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사람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데, 어떤 상황과 생각을 계기로 사람이 성장하는가가 가장 궁금하다. 인문학을 전공하고도 인문학을 아직 모르는 자신을 위해, 또 인문학과 친해지고 싶지만 인문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sojoung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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