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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정에 누워 풍류를 즐긴다 : 인문학 강좌 ‘충북의 누정 답사’

누정에 누워 풍류를 즐긴다 -인문학 강좌 ‘충북의 누정 답사’

인문쟁이 우인혜

2016-08-05


누각(樓閣)과 정자(亭子)의 줄인 말인 누정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가까운 우리의 전통 중 하나다. 태평성대를 의미하는 루와 검소하게 자연에 어울리기 위해 지은 정자처럼 선조들은 건물 자체의 건축학적 아름다움은 떨어지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인문학을 꽃피웠다.

우리의 누정문화를 이해하고자 박연호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특강을 듣고, 충북 괴산에 있는 대표 누정인 취묵당, 애한정, 고산정을 차례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탐방은 인문학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시민인문강좌 ‘Talking about 청주 vol.2’의 일환으로 강좌 수강생, 지역사회에 관심 있는 시민 등 27명이 참가했다.


박연호 교수가 누정에 대한 강연

▲ 박연호 교수가 누정에 대한 강연


누정문화는 소통이 핵심이다. 누정에서 모여 시를 쓰고 시를 통해 자신들의 철학과 이념적 지향을 나타냈다. 조선시대 누정에서는 양반들이 수양하고 풍류와 소통을 즐기는 장소였다. 무엇보다 우리의 누정은 외국의 화려한 건물과는 다르게 보이기 위한 건물이 아니라 그 속에서 감상을 하기 위한 건물로써 그 기능을 다한다. 그래서 우리 누정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에 어우러져 도르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의를 하고 있는 박연호 교수와 수강생들

▲ 정자에서 현판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 박연호 교수와 수강생들


박연호 교수는 “누정은 무엇인가를 감상하기 위한 건물로 지어졌습니다. 외관보다는 정자에 앉아서 수양을 해야 했기 때문에 경관과 위치가 중요했죠. 진정 우리의 누정문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밖에서 누정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누정에 앉아 보이는 자연을 즐겨야 합니다.”라며 “우리는 자연을 벗 삼아 지내기 위해 건물의 위치와 방향이 중요했어요. 자연경관을 해치고 도드라지면 안돼요.”라고 전했다.


고산정

▲ 산 아래로 굽이치는 경치가 아름다운 고산정


너른 강을 바라보는 경치를 즐기는 고산정과 제월대

누정문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가장 먼저 고산정을 찾았다. 고산정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건물로 1596년(선조 29) 충청도관찰사로 있던 유근(柳根)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고자 지었던 건물이다.
정자 안에는 유근이 인조 때 명나라 사신을 맞아 시를 교류할 때 지어 보낸 ‘고산정사기’가 현판에 새겨져 걸려있다. 정자 속에 걸린 현판은 이처럼 그 정자에 담긴 의미를 쓰기도 하지만 대게는 이 정자의 용도를 나타낸다. 현판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적어 어떤 수양을 할 것인지를 걸어두고 매일매일 마음을 다잡았을 선조들의 마음이 전해져왔다.

고산정에 올라 바라보는 발밑의 풍경은 맑은 물이 흐르고 푸른 평야가 함께 눈에 들어온다. 온통 푸르른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정자 동남에는 제월대(霽月臺)라 이름한 암반이 있어서 정자 남쪽에 전개된 야산의 수려한 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대’는 넓고 멀리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한 사람만 올라서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면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존재하기도 한다.


애한정

▲ 선조들이 한옥을 짓는 모든 지혜가 모여 있던 애한정


선조들의 지혜가 모인 곳, 애한정

애한정은 1614년(광해군 6)에 건립된 것으로 선조 때 별좌를 지낸 박지겸이 낙향해 머물던 곳이다. 1637년(현종 14) 당시 괴산군수였던 황세구가 박지겸의 손자 박정의의 효심에 감동해 직접 사비를 털어 지었다는 이 곳은 고산정과는 다르게 거주가 가능한 공간이었다. 그 시절 서당으로 사용되었다던 이 곳은 마당을 두고 방과 부엌이 딸린 건물이었다.
애한정 안에는 박지겸이 지은 ‘애한정기’와 이정구, 김득신, 이호민 등 당대의 문인 8명이 지어서 읊었다는 ‘애한정팔경시’가 걸려있다. ‘애한정기’는 임진년 이후 이곳에서 살면서 느낀 자연에 아름다움과 과일나무와 꽃 등을 심었던 이야기를 적어두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구절은 고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자신의 생활상을 현판에 적어 풍류를 나눈다는 점은 정말 멋진 선조들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싶다.


누정에 앉아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경치의 모습 

▲ 누정에 앉아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경치의 모습


자연에 쌓여 묵향을 즐기던 곳, 취묵당

마지막으로 바라본 우리 누정은 조선시대의 시인 백곡 김득신이 만년의 나이에 독서를 즐겼다는 취묵당이다. 자연에 가려져 쉽게 가기 힘든 이곳은 팔작지붕의 목조기와집으로 안쪽에 마루를 깔고 난간이 둘려있다. 정자에 오르면 아래로 흐르는 강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옛날 공자가 말하길 ‘나라에 도가 없는데 부귀하거나 나라에 도가 있는데 빈천한 것이 사대부가 부끄러운 때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유가에서 정자가 갖는 의미와도 상통하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정자들은 관직에서 물러난 후 사대부들이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수양과 풍류를 즐기는 곳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조상들의 지혜가 깃든 누정에 올라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을 즐긴 하루, 나는 신선이 된 기분이 들었다.



사진= 우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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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우인혜

[인문쟁이 1,2기]


우인혜는 충북 청주시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현재는 대학 내의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블로그 웹진 및 보도자료 작성을 하는 뚜벅이 기자다. 공학도로서 바라보는 인문학에 관심이 높고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욕심이 많다. 헤드윅이란 작품을 만든 존 카메론 미첼을 만나보고 싶다. 인문학이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이번 기회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느껴보고 싶다. pwoo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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