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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혀질가치가 있음에도 알려지지 못해 숨어있는 책들을 위하여

대구, 이층책방

인문쟁이 방지민

2016-07-15

숨겨진 공간 속 의미가 가득한

 

대구에서 제법 큰 시장으로 알려진 서문시장을 멀지 않은 거리에 두고 차분하게 자리한 이층책방. 전화기나 땅만 보고 걷는 요즘의 우리라면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다분한 이 책방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정말이지 예쁘고 의미 있는 책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주위를 둘러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이층책방문을 열고 책방에 들어서보자. 책방의 정면에는 예쁜 컵들과 커피를 만드는 기구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길에는 책이 가득 채워져 있다. 사실 책들의 절대 숫자로 보자면 문제집으로 가득 찬 학교 앞 서점이나 복잡한 도심에 커다랗게 자리한 유명 서점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책장에 정갈하게 꽂힌 책을 살펴보고 있자면 어디서 이런 책을 골랐지, 어쩜 이런 책을!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형서점에서는 절대 떠오르지 않을 생각이다. 정말이지 모두가 예쁘고 소중한 책들이다. 게다가 모여 있는 책들의 갈래는 얼마나 다양한지. 조용한 동네를 산책하던 할머니와 그의 딸, 또 그의 딸이 함께 손을 잡고 들른대도 삼대가 모두 한 권씩을 골라 웃으며 돌아갈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주목받을 가치가 충분한

 

서울에서 책을 짓고 만들던 언니는 마케팅이나 광고의 흐름에 오르지 못해 묻히는 좋은 책들이 모여 있는 작은 책방을 상상했다. 그 상상에 커피를 잘 만드는 동생을 초대했고 오랜 시간 자매에게 익숙한 동네에 자리를 잡았다.


조용히 묻힌 좋은 책들을 세상에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기는 책방 이곳저곳에서 살필 수 있다. 잘나가는 베스트셀러나 꾸준한 스테디셀러 대신, 이름이 낯선 책들이 빽빽하다. 동화부터 고전은 물론 노동법에 관련된 책부터 시골 살이에 관련된 책까지 주제도 다양한 이 책방에는 하나같이 책방 주인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공통점을 가진다. 그들의 취향과 분위기에서부터 지향하는 삶의 방식까지. 모든 책들을 관통하는 거대한 흐름이 책방 고유의 향기처럼 존재한다. 


이층책방의 마스코트 다양한 스펙트럼의 책들

▲ 이층책방의 마스코트, 부엉이 / 동화책에서 노동법 이야기까지, 다양한 책들


좋은 책을 지나치지 않는 마음과 안목을 가진 ‘이층 책방’의 진가를 알아본 손님들은 오래전 우리가 써본 적 있는 독서카드를 만들고 그곳에 자신의 취향을 기록해둔다. 다녀간 손님들의 독서카드를 구경하고 있자면 '진성고객'의 흔적이 가득하다. 이는 책방의 모든 책들을 손님에게 설명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묵직한 의무감을 가진 책방 주인에게 열렬히 그러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용히 응원하는 이들의 반응이 아닐까 한다.


 이층책방의 독서카드 안내

▲ 이층책방의 독서카드


이층책방 사용법(곳곳에 책방 주인장의 SNS에 실린 글이 숨어있다.)

 

이렇게 재미있고 예쁜 책들이 가득한데, 책을 사라고 강요도 않는데, 어째서 책 구경 한번 하지 않는 건지. 전투적으로 사진을 찍겠다는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곁으로 둔 커피만 찾는 마음도 잠시 접어두고, 가로누워있는 책부터 넓은 나무판자에 기대 전면으로 서있는 고운 동화책들까지. 눈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책 구경을 하자. 그러다 눈 맞는 책이 생긴다면 희고 빳빳한 독서카드를 만들어 지금의 책을 기록해둔 뒤 책과 함께 책 방문을 나서자.
어디에든 두어도 좋다. 침대 맡도 마루 어느 한구석도. 틈틈이 손이 가는대로 이 책을 읽다가 산책을 가는 마음으로 또 한 번 이 동네 책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혹시라도 대구에서 먼 거리에 있어 이층 책방을 자주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이들의 SNS(instagram.com/2ndf_bookshop)를 가까이할 것을 권한다. 좋은 책을 지나치지 않는 책방 주인의 안목을 전국 어디서나 살필 수 있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이층책방을 사랑하는 진성 고객들 이층책방의 SNS을 통한 책 추천

▲ 이층책방을 사랑하는 진성고객들 / 이층책방의 SNS을 통한 책 추천 

 

사진= 방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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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대구광역시 중구 달구벌대로 393길 48. 
영업시간 : 화~토 12:00 ~ 19:00 일월 휴무
* 이름처럼 이층에서 출발한 책방은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이 있고자 같은 건물 일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관련링크

인스타그램 instagram.com/2ndf_bookshop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책방-이층-1503127609999623/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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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방지민

[인문쟁이 2기]


방지민은 앞뒤 다 버리면 이름이 신비한 동네 수성에 사는 대구 시민. 얕고 사사로운 재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책방 '슬기로운낙타'의 사장이자 종업원이다. 계절의 힘에 놀란 채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살기 위해 뭐든 지망생의 마음으로 경험하는 중이다. 서머싯 몸의 소설 주인공 스트릭랜드와 래리를 인생 대선배로 품고 있다. 작지만 힘을 실어줄 가치가 있는 의미들에게 확성기를 대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인문쟁이가 되었다. jimin11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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