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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을 담으면 예술이 피어난다. :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시장 소소'

소소한 일상을 담으면 예술이 피어난다.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시장 소소'

인문쟁이 천한얼

2016-06-27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 시팔이 하상욱, 읽어보시집의 최대호, 걱정하지마라를 쓴 글배우, 이 세 사람은 SNS를 통해  유명해진 스타시인이다. 이들은 모두 본업이 시를 쓰는 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SNS 상으로 시를 적어 올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재미와 위안을 주는, 짧지만 위트 있는 이들의 시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들은 매우 높은 반응을 얻어 책도 출판하고, 방송과 강연을 하는 인기 있는 작가가 되었다. 이처럼 자신의 글로 높은 인기를 끌어 스타가 되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전문성이 없어도, 그 일에 종사하지 않아도,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스스로 표현하고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되었다.    


세종예술시장 소소


이제까지, 스마트 폰의 높은 이용률은 SNS를 활발하게 이루면서 누구나 자신만의 창작물을 게시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발전시켰다. 대표적으로 해시태그가 활발한 인스타그램을 보면,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자신의 생활이 담긴 글을 올리거나, 시나 에세이 등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글을 적어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해시태그를 이용해 같은 관심 글을 찾아 공감하고 피드백을 나누기도 한다. 이쯤에서 끝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올린 글을 모으고 다듬어 출판하는 활동을 통해 작가가 되고 예술가가 된다.


세종문화회관 뒤뜰에 있는 예술의 정원에서 열리는 세종예술시장 소소


이들이 만든 책은 보통 1인 출판물 혹은 독립출판물로 불려진다. 상업적으로 출판사를 끼지 않고 소규모로 자신이 직접 책을 제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립 출판물과 그와 관련된 창작 활동은 SNS를 통해 많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독립출판물은 평소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쉽게 찾을 수 없다. 개인적이고 소규모로 제작되다 보니 홍보활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독립출판물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예술시장이 있다. 바로 세종문화회관 뒤뜰에 있는 예술의 정원에서 열리는 ‘세종예술시장 소소’이다. 누구나 예술가가 되어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찾는 사람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소소시장은 맑고 푸른 하늘이 함께하는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다가오는 여름을 반기듯, 곳곳에 하늘색 풍선이 달려 있어 활기찬 마음을 더해주는 소소 시장이 열리면, 독립출판물 뿐만 아니라 개성에 따라 찍어 인화한 사진들과 그림, 향초, 돌, 에코백 등 직접 만들어 온 다양한 창작물의 전시와 사람들의 발길로 가득 찬다.


책 ‘나누고 싶은 혼잣말’ 독립 출판한 길희연씨소소의 특징은, 독립 출판물을 전시하고 있는 젊은 대학생 창작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나누고 싶은 혼잣말’이란 책을 만들어 소소시장에 참여한 길희연(24)씨는 “여행을 다니면서 썼던 글들이 아까워서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독립출판을 위한 수업을 찾아 듣고, 따로 디자인도 배우고, 인쇄소를 찾아 다녔어요.”라며 책을 만드는 게 즐거웠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나로 태어난 이래로, 이때껏 내 자신과 함께 살아온 것 자체로 기특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가벼우면서도 즐겁게 책을 소개해준다.  


또 한편에서, 사진을 주제로 한 출판물을 전시한 김성곤(22), 정찬우(22) 두 친구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좋은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이라고 한다. 그동안 나름 포장이 잘된 길만 걷던 중, 휴학을 했고, 유럽여행을 떠나 사람을 만나고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김성곤 씨는 “저는 제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한 시간인데, 남들은 퇴보라고 비난했어요. 사실 겁이 많았어요. 하지만 불확실함의 연속이던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남들이 내세우는 잣대 앞에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며 웃었다.


그가 만든 사진첩에는 군데군데 글도 많이 담겨 있었다. 원래 잡지로 만들고 싶었는데, 혼자 작업하기엔 채워야 할 부분이 많아, 이렇게 만들어 보았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 모험적인 길을 걷는 그는, 요즘 취업을 위한 꿈만 쫓는 우리에겐 숨겨진 용기가 있어 멋있어 보였고 그가 쓴 글들은 그처럼 진지하고 솔직했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는 남의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남들에게 표현하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두 달 전 떠났던 유럽에서 적어둔 노트, 필름에 담아온 다른 문화의 사람들, 부모님이 가꿔온 우리 집의 어여쁜 베란다 풍경, 이때껏 살아온 것도 충분히 기특하다는 위로 등 특별할 것 없이 소소하지만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존재하게 되는 독립 출판물은 꽤나 매력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세종예술시장 소소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스탭들의 모습. 소소안에서 자신의 창작물을 보여주고, 구경하는 사람들


출판물 이외에도 다양한 창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인화한 사진을 전시하고 있던 사진가 이화진 씨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주제가 궁금했다. 이화진 씨는 “기록할 때 중요시 여기는 건 생로병사예요. 절대 돌아갈 수 없고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인데, 그 안에 삶과 문화가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보면, 아이가 세례 받는 모습, 망자의 날, 죽음을 기념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있습니다.”


세종예술시장소소 풍선히브리학을 전공한 그는 제 3세계를 위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돕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기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일이든, 자기가 꿈꿔왔던 일이 실현되는 순간은 좋지만, 그것이 일이 되고 반복되는 생활이 되면 지겨워집니다. 하지만 무언(사진가)가 되었다면, 해야만 하는 일이고, 감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계속해서 스스로 자극과 흥미를 찾고, 다른 시선과 관점을 찾아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꿈을 정할 때, 하고 싶은 건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좋아한다 해도, 그것이 일이 되면 우리는 즐기기보단 감내해야할 때가 올 것이다. 우리는 힘들면 너무 쉽게 나랑 맞지 않는다고 포기하곤 한다. 그런 우리에겐 ‘감내함’이 필요해 보인다.


일상과 닿은 예술가들이 있는 곳, 너도 나도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곳인 세종예술시장 소소에는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만, 각자의 생각과 삶을 들려주고 싶은, 내 이야기가 담긴 창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앉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남들이 사는 세상을 볼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재미까지 더해지는 이 곳. 아직 유명하지 않을 때, 예술가를 코앞에서 만날 기회이다.

사진=천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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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천한얼

[인문쟁이 2기]


천한얼은 수원에서 자취한지 5년차 된 강원도의 딸이다. 보통 욕심이 없지만 웃기는 것에는 집착한다. 언제나 내 삶을 위한 행복과 즐거움을 쫓아 살다가 이제야 부모님의 힘 빠진 어깨가 눈에 들어와 금전적인 독립이 목표다. 잘 사는 법에는 답이 없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가꾼 세상을 배우고 싶다. 즐거움엔 큰 웃음을, 즐겁지 못한 자에겐 위로를! chhuto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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