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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 얼굴과 조우하다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인문쟁이 고은혜

2016-05-23

지나간 것을 되살려 다시 만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시간과 공간들이기에 낯설고 어색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또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현재에 접목할 만한 의미를 찾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의 옛 얼굴을 마주한다는 일은 그 어색함과 어려움을 딛고도 경험할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잘 구성되어 있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우리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여기 그러한 인문 공간이 있다. 바로 인천 중구에 위치한 한국근대문학관. 인천역에서 내려 십 분 정도 인도를 따라 걸으면 독특한 창고 모양의 건물들이 등장한다. 이 건물들 사이를 가로질러 조금만 더 걷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면 곧 같은 모양의 건물 앞에 세워진 한국근대문학관의 입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 한국근대문학관의 전경. (사진=한국근대문학관 홈페이지) 


근대문학의 역사를 조명한다

 

많은 관람객들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는 ‘한국’근대문학관이 왜 서울이 아닌 인천에 위치하고 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단순하게 대답하자면 이곳이 인천문화재단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인천문화재단에서 한국근대문학관을 설립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답해야 할 것 같다. 인천과 근대라는 공간과 시간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제강점기, 부산과 원산에 이어 개항을 하게 된 항구도시 인천은 새로운 문물이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흘러들어오는 공간이었다. 자연스레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문학인들이 인천을 지나며 혹은 인천에 머무르며 그들의 자산을 이 도시에 남겼다. 그 흔적을 모아 갈무리한 문학관이 인천에 세워진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한국근대문학관을 함께 관람해보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왼편의 기획전시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근대문학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예술 장르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위안부 피해자 만화전, 한국 화교 생활사 사진전, 한국 문인 육필전 등 특색 있는 전시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는 사진작가 윤정미의 <앵글에 담긴 근현대 한국문학>展을 진행하고 있다. 문학과 만화, 문학과 사진 등 장르의 융합을 통해 낯선 근대 문학을 좀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문학관의 노력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상설전시실의 입구가 보인다. 잡지의 표지처럼 디자인해놓은 전시의 도입부가 가장 먼저 보인다. ‘근대문학의 역사를 조명한다’라는 문장이 곧 상설전시의 주제임을 짐작할 수 있다. 목차에 해당하는 옆의 내벽에는 근대계몽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일제강점기 전후의 기간을 여섯 시기로 나누어 설명할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적혀 있다. 발걸음을 안쪽으로 옮기자, 전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전시는 각 시기마다 문학 사조의 흐름과 함께 작가와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데, 시와 소설 두 섹션으로 나누어 편한 감상을 돕고 있다. 또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학 작품의 내용과 문학의 전체적인 흐름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해, 시대적 상황을 간략히 설명한 글과 연표가 시기마다 작품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한 듯 중간 중간에 사진 자료와 문학을 음악으로 들어볼 수 있는 오디오 장치, 문학 작품에서 가져온 포토존 등이 배치되어 있어 보다 능동적인 전시 관람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렇듯 깔끔하고도 아기자기한 전시장의 구조에서는 충실한 내용 설명과 함께 관객을 향한 배려가 돋보였다.


한국근대문학관의 공간 구성 외에도 한국근대문학관이 표방하고 있는 목표는 무엇일까. 이 공간이 설립초기부터 참여했던 함태영 학예연구사를 통해 좀 더 깊은 배경과 비전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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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함태영 학예연구사


한국근대문학관 함태영 학예연구사

▲ 한국근대문학관 함태영 학예연구사. (사진=고은혜)


Q. 문학관의 설립에 초창기, 즉 기획 단계에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기획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었던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A. 가장 중점을 두었던 목표는 ‘살아 있는 문학관 만들기’였습니다. 관람객들이 지속적으로 재방문을 할 수 있는 문학관을 만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책을 전시하는 것만큼 재미없는 전시는 없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이 전시를 보면서 능동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직접 참여를 하는 형태로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원본 도서의 복각본을 만들어 책을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배치해 두었습니다. 또 문학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저희가 설정한 주요 관람 층은 학생,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설정했어요. 그래서 전시 기획에 문학 교과서의 흐름을 많이 고려했습니다. 또 중학생의 수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정했죠.


Q. 한국근대문학관은 매우 잘 만들어진 인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문학관이 지니는 인문학적인 가치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문학의 목표를 학교에서는 ‘계몽설’과 ‘쾌락설’로 가르칩니다. 문학이 교육적인 효과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과, 재미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문학을 통해 가르침을 얻던 재미를 얻던, 이를 얻는 주체는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문학의 의의는 ‘인간을 위한다’, 즉 ‘휴머니즘’이라는 것이죠. 또 우리 근대사는 현대와 가장 근접한 과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도움을 줄 수 있죠. 결론적으로, 한국근대문학관에서 근대 문학을 돌아봄으로써 인간을 위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앞으로 문학관 운영에 있어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A. 첫 번째 질문의 대답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살아있는 문학관 만들기’를 지속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한 주안점은 문학관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네트워크 등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시민들에게 친근하고 유익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문학관을 방문한 관객들이 작은 재미와 배움이라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문학관을 찾는 관객들 그리고 예비 관객인 인문360°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먼저 찾아주시는 관객들께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든 부담 없이 즐겁게 찾아주시길 바래요. 또 문학관에서도 다양한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있는 등 인문 공간으로 문학관을 가꾸어 나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인문360° 독자들께서도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니, 방문해서 우리 근대 문학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한 번 정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끝으로 한국근대문학관과의 만남을 마무리해 보았다. 함태영 학예연구사의 당부대로 화창한 주말,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우리의 옛 얼굴과 조우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근대라는 시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옛 문인들의 글 속에서 필히 내일의 우리를 만나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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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한국근대문학관


*공간안내

인천 중구 신포로 15번길 76

☎ 032-455-7165


*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lit.ifac.or.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ifacmkml

 

장소 정보

  • 인천
  • 한국근대문학관
  • 근대문학
  • 인천과근대
  • 시와소설
  • 능동적관람
고은혜
인문쟁이 고은혜

[인문쟁이 1,2기]


고은혜는 인천, 그 중에서도 주로 동인천을 터전으로 인문공간을 탐방하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근무하며 문학을 공부하고 예술을 터득하는 중이다. 인생을 즐기는 것과 가치를 찾는 것,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꿈꾸고 있다. 인문쟁이로서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인문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geh920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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